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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샘 Aug 29. 2024

우리 '달님반' 부모님들께

선생님이 전하는 놀이에 대한 진심

유치원에 아이를 맡긴다는 건 어떤 것일까?

부모님들은 어떤 기대를 할까.


아이가 많이 경험하고 배우기를 바라는 건 모두 매한가지일 것이다


[많이 경험하고]

[배운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자기 반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생각을 하고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지원한다

놀이중심 교육과정이 운영되며 더 고민하고 생각하고 바쁘게들 살고 있다


그런데 가끔 우리의 이러한 진심이 부모님들께 전달되지 않을 때가 있다


'유치원에서 맨- 놀기만 하고 뭘 배우고 오지를 않는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들을 종종 듣곤 하는 것이다



놀이중심 교육과정으로 국가 교육과정이 전환된 이후로 여기저기 현장에서 속출하는 현상이다


이전 생활주제때는 1년간 12가지 주제를 배워왔는데 놀이중심 교육과정에서는

정해진 틀이 없으니 부모님들이 조금 어리둥절해하시는 것 같다



놀이중심 교육과정이란 유아가 중심이 되어 놀이를 통해 배움을 이끄는 교육과정을 말한다


사실 이전 생활주제보다 놀이중심이 교사 입장에서 훨씬 힘들다

매일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면서 다음 지원을 고민해야하고 발문해야하고

환경도 그때 그때 지원해줘야하고...



뭐 그렇다 한들 우리의 노력이 어쩌고 저쩌고는 교사들끼리 할 이야기고

부모님들께는 그래서 뭘 배워오는데?에 대한 답변을 드려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학기 초마다 편지를 보내보려 한다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에서 원감님 부장님이 마이크를 들고 열렬히 놀이과정 중심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매달 놀이통신문을 작성해 놀이에 대한 과정과 결과를 보기 좋게 편집해 가정에 보내지만

이 외에도 다른 조치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수업, 교육관을 학부모에게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내가 교실에서 아이들 놀이를 위해 진땀빼고 매일 치열하게 노력하는 것들이

절반정도밖에 전달이 안되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겨

너무 아쉽고 조금 억울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의 인정을 바라고 교육하는 건 아니지만

가정에서 아이들의 놀이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었을 때,

아이들의 놀이는 더 빛이 나고 탄력을 받는단 말이다!

(그리고 인정 받으면 더 좋은 것도 맞다 사실ㅎ)


 그래서 내가 보낼 2학기 편지는 다음과 같다.









 달님반 부모님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달님반 교사 OOO입니다

 아이들과 즐거운 여름방학 보내셨나요?

 방학동안 얼마나 자랐을지 기대하며 보고싶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온 것 같습니다.

 2학기에 앞서 아이들과 함께할 유치원 생활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어 편지를 적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놀이하고 서로 부딪히며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유연하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랍니다. 유치원은 아이들이 자신을 실험하고 마음껏 실패해보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설프지만 우유팩을 스스로 열어보려 노력하고, 조금 어렵지만 친구의 이름을 삐뚤빼뚤 적어보고, 놀이 속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친구랑 재미있게 놀다가 의견이 달라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달리다가 넘어져도 보는 경험 속에서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되는구나! 실수는 배울 수 있는 기회구나!’하는 여유를 배웠으면 합니다.

 살면서 유아기만큼 실패해도 좋은 시기가 있을까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실패를 즐기며 다음을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우리 어머님 아버님께서도 아직 세상에 온지 만 4년 된 귀여운 달님반친구들을 너그럽게 바라봐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2학기에도 아이들의 재미난 놀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놀이를 통한 배움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하나 더 아이들이 많이 생각나고 보고싶었던 방학동안 몰래 한 다짐으로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는 따듯한 선생님이 되겠다는 약속입니다.

  저희반 아이들과 나눴던 말들을 편지에 남기며 아이들의 일상에 감탄하고 놀라워하는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잘 살아 보겠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이들의 2학기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귀한 아이들을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선생님! 제가 이거 했어요! 어제는 못했는데 이렇게 하니까 돼요!"

    "우와! 진짜네!! 네가 계속 생각해보니까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찾았구나? 대단한데?"

 - "우리 처음엔 노래 배우는 거 어려웠는데, 이젠 듣기만 해도 금방 배우는데요?"

     "그러게? 처음엔 조금 어려워했는데 우리가 하다보니까 안되는게 하나도 없다. 노력하니까 다 되는구나!"


  "OO야, 원래 처음엔 어려운거야! 우리 처음에 편지 잘 못썼는데 이제 잘하잖아"    

 

                                                  - 1학기의 어느날 달님반 친구들의 이야기를 끝으로 교사 OOO 올림







이 편지 하나로 우리 반에서 이루어질 교육에 대해 얼마나 신뢰를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스스로 '나 좋은 교사야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편지도 쓰고!'하는 자존감도 채울 수 있고 


혹시 또 모르지

진심을 알아주는 부모님이 계실지도.


그러니 매 학기 편지를 보내고

달님반 선생님이 하는 일을 열심히 홍보해야겠다



언젠가는 나의 작은 노력이 우리 공교육에 대한 인식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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