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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Nov 23. 2022

골다공증 주사 맞는 엄마,
치과치료 갔다가 벌어진 일

60이 되니 알게 되는 것들


엄마가 이가 아프다고 한지 한 달은 된 것 같다. 왜 치료받으러 가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저 "좀 있다가..." 또는 "타이레놀 먹었더니 괜찮아."라고 대답한다. 엄마가 의치(틀니)를 한지는 이십 년도 더 된 것 같다. 알아서 본인과 맞는 치과에 가서 치료를 하고, 알아서 의치를 맞춰오고, 고쳐 쓰다가 새로 맞추곤 했다. 그렇게 다니던 치과의 의사는 이제 할아버지가 되어 치과를 폐업한다고 한다. 대개의 노인들은 다니던 병원을 다른 병원으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새 의료진에게 그간의 치료 정황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젊은 의료진이 하는 병원의 빨리빨리 돌아가는 시스템에도 적응하기 쉽지 않고, 잘 듣지 못하거나 느릿느릿 행동하기에 혹여 홀대나 받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치과 가는 건 누구나 두렵다. 노년에게 더 두려운 이유는 삼백 가지나 될 것이다. 


다행히 공원에서 만난 동네 할머니가 어느 치과에 다녀왔는데 친절하더라는 정보를 얻었다. 그동안은 엄마 혼자 병원에 다녔지만 아무래도 듣거나 말하는 데에 놓치는 게 많을 것 같으니 젊은 딸이 같이 가서 잘 듣고 판단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의치는 오른쪽 윗 어금니에 걸어서 만든 앞니 세 대짜리 한 세트, 왼쪽 아랫 송곳니에 걸어서 만든 어금니 두 대 한 세트이다. 사진을 찍어보니 오른쪽 의치가 걸린 윗 어금니 두 개가 삐뚜르게 내려앉았다. 뿌리와 연결되는 부분이 끊어져 덜렁거리는 것이다. 신경 부분은 상태가 괜찮으니 어금니만 잘라내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 한다. 흔들리고 있는 송곳니도 뽑을 수가 없으니 저절로 빠지는 그날까지 잘 달래며 쓰시라고 한다. 


"대부분 이런 경우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지 않나요?" 물었더니

"골다공증 치료 주사를 맞고 계신데 발치하면 잇몸이 괴사 할 수 있어요. 당연히 임플란트도 안 되죠. 이대로 식사해 보시고 많이 불편하면 오세요. 기존 의치를 고쳐서 써봐야지요."


노년층은 골다공증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다. 대개는 "설마 내가? 난 아직 그 정도는 아닐 걸?" 하며 무심하게 지낸다. 어느 날 넘어져서 어딘가 부러지면 병원 가서 검사를 하게 되고, 결과를 보고서야 골다공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때부터 골다공증 치료에 들어가지만 좀 더 적극적인 사람은 사고가 나기 전에 예방차원에서 조기치료를 하기도 한다. 골다공증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게다. 그 주사를 맞는 사람에게 치과 치료는 무척 제한적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되었다. 충격이었다. 


국내에서 쓰는 골다공증 약 대부분은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라고 한다. 이 성분은 1000~1500명당 1명꼴로 턱뼈 괴사를 일으켜 비교적 확률이 낮다고 볼 수 있지만, 심한 골다공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주사제'는 특히 약효가 강력해 발치 시 얇은 잇몸에 세균이 침투해 턱뼈 괴사가 생길 확률이 높다고 한다. 단 이 제제의 주사를 맞은 지 3년 미만이면 당뇨 등 위험 인자가 없는 한 발치, 임플란트, 치주 수술을 해도 되고, 3년 이상 투약했더라도 꼭 필요하면 3개월 전부터 약을 끊고 치료하면 된다고 한다. 모든 병원에서 이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지 않는 한 사고는 일어날 수 있으므로 대체적으로 '골다공증 예방주사를 맞으면 발치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엄마는 임플란트도 할 수 없게 됐고, 기존 사용하던 의치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시골 할머니들이 치아가 다 빠졌는데 왜 의치도 안 하고 그대로 사시는가 의문스러웠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단지 비용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앞니가 없어졌으니 엄마는 무척 당황했다. "이대로 살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방법을 세워봐라"며 떼를 썼다. 흔들리는 송곳니에라도 걸어서 쓰도록 의치를 수선해주기로 해서 맡겨두었다. 사나흘 동안 엄마는 공원 산책도 나가지 않았다. 동네 할머니에게 앞니가 없는 상태를 보여주기 싫은 것이다. 

다행히 식사는 어느 정도 가능했다. 수선한 의치는 외모만 담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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