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극펭귄 Jan 01. 2023

깊이 연관된

요리를 하면 부엌이 난장판이 될 때가 있다

결과물은 작은 디쉬 하나일지라도

해산물, 야채의 껍질, 고기의 불필요한 지방,

개수대 근처에 묻은 양념 찌꺼기들

온갖 설겆이 거리들까지


아침에 커피를 마시러 빵집을 겸하는 카페에 와보니

빵을 굽느라 분주하다

예쁘게 정리된 빵들과는 다르게

지근거리에는 밀가루가 날리고 있다

그러나 부엌도 이면의 일부일 뿐이다

산업화된 농축산업을 통해 전달받은 다듬어진 현실이 어지러졌을 뿐이다


우리는 단순해 보이는 결과를 얻기 위해

때로 복잡한 노력을 한다

평온해 보이는 백조가

수면 아래에선 열심히 발을 굴리고 있다던가

하지만 그 호수엔 파도가 치지 않는다


요즘 난 추상적인 고민에서 멀어지려 한다

가까이서 손에 잡히는 기쁨들로

시간을 채우느라 노력하고 있다

그게 애써 외면하는 것일지라도

복잡한 것들이 깊은 고민과 노력을 지나

되려 단순해지는 것이

마치 어떤 역설처럼 보이더라도

그건 사실 아주 당연한 세상의 이치를

다시 한 번 반복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현실을

모방하는 예술을 삶으로 만드려는 나는

사실은 전혀 특별하지 않아서

조금 쓸쓸하다

작가의 이전글 바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