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는 만남을 통해 드러난다는 관점에 의하면
사물이 빛을 만나 생기는 그림자가 존재의 흔적인 동시에 제출될 증거의 전부이듯
바람이 바위에 부딪혀 두 갈래로 부숴져 새로운 두 개의 세계를 창조히듯
아무것도 만나지 않는 존재는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요즘 세상을 사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너무 많은 만남이 있어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이든 CCTV든
배민아저씨든
인스타그램이든 X든 유튜브든 뭐든 간에
만남이 없어서 걱정할게 아니라 과도한 만남으로 존재의 흔적이 소멸되는걸 걱정해야 한다
너무 많은 조명으로 사방이 다 밝고
너무 많은 바람이 서로 부딪혀 소멸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1인 가구가 늘고 방구석에 처박히고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고독한 삶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오히러 자신의 그림자가 있을 자리를 어떻게든 만들어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집착적 본능일지도
사실 세계는 이미 있다없다가 중요한 세계가 아닌데
나는 대충 70~80% 확률로 존재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