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푸기 Aug 08. 2022

시험관 첫 달, 극난저 판정을 받았다

난소 저하기능 판정 후 첫 난자 채취 결과는…

퇴사를 결심한 후 바로 일을 시작할 줄 알았다. 만 8년을 다닌 회사.


한 달에도 몇 번씩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회사였는데, 버티고 또 버티고. 그 와중에 내 성장을 위해 노력하면서 8년이 지났다.

10년이 넘는 경력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이만하면 더 안 해도 되겠다” 싶은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이직은 마음대로 쉽지 않았다.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낸 것도, 원하던 회사에서 면접을 탈락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외에도 내게 당면한 과제가 어깨를 짓눌렀다.


우리 부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임신과 출산’을 해결(?) 해야 했다.

아기 없는 부부로 살 것이 아니라면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좀 더 적극적인 임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남편이 아기를 원했다.

퇴사 후 몸이 비교적 한가할 때 난임 병원에서 시술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만 39세, AMH 0.4


극난저다. 쉽게 말해서 여성의 몸에서 난자가 배출되는 난소의 기능이 많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 난자의 숫자나 질이 매우 안 좋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임신율도 낮고, 염색체 이상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

시험관을 진행하더라도 다량의 난자를 채취하지 못할 수 있다. 똑같이 과배란 주사를 맞아서 난포를 키워도 숫자나 질적인 측면에서 ‘난저’는 매우 불리하다.


엉망인 ‘성적표’를 받아 든 느낌이다. 내가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을까. 하는 자책이 들었다.

술을 많이 마신 탓일까. 밀가루 음식과 커피를 너무 자주 섭취했나..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실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업무 특성상(?) 잦은 술자리가 있었고, 커피는 하루에도 2-3잔은 기본으로 마셔댔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지..


시험관 첫 달 공포의 과배란 주사가 시작됐다. 약 10일 동안 배란이 많이 되도록 도와주는 주사를 매일 맞는 게 루틴이다.

개인마다 주사 용량과 종류는 다르고, 횟수도 다를 수 있다. 피하지방이 많은 복부(아랫배)에 맞는데, 병원에서 주사 맞는 법을 배운 뒤 집에서 첫 번째 과배란 주사와 마주하게 됐다.

이미 시험관 시술을 경험을 친구에게서 주사 맞는 ‘노하우’를 전수받아서 그런지 큰 어려움 없이 열흘 간 과배란 주사를 맞았다.

이후 여러 차례 초음파와 호르몬 검사를 통해 채취 날을 잡았다. 난저의 영향 때문인지 난자 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난자 채취는 수면마취 후 시작됐고, 깨어보니 이미 1시간이 지나 있었다. 채취된 난자는 6개.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숫자였다.

남편의 정자 채취도 무난하게 진행된 듯했다. 이제부터 수정된 6개의 배아가 잘 커주길 바라야 한다. 냉동으로 진행될 테니, 건강한 배아들이 5일 동안 쑥쑥 자라길.. 기도했다.


“000님, 동결배아 개수 3개(5일 배양)”


난자 채취 10일 후 병원에서 문자가 왔다. 50%의 성공률.. 기대와 달리 성적표는 매우 좋았다.

난저의 경우 난자를 채취한 후 바로 이식하지 못하고 한 번 더 난자 채취를 통해서 모아서 시험관 이식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숫자가 적기 때문에 여러 번의 난자 채취 후 수정된 배아를 모아서 여성의 몸에 이식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 그래서 나는 시험관 1차에서 바로 이식을 할 거란 기대가 별로 없었다.

의사 역시 내게 ‘난자를 모을 수 있다’라고 이미 사전에 예고를 한 상태여서 연속해서 난자 채취를 할 수 있겠구나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다행히 1차에서 바로 이식을 할 수 있으니 정말 기뻤다. 5일 배양 배아가 3개가 되니, 마음도 든든했다. 의사는 바로 이식 준비에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이식 전에도 배 주사는 이어졌다.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 수치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이식 며칠 전부터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이식은 비교적 간단했다. 통증이 거의 없어 수면마취도 안 했고, 시술 준비 시간을 제외하고 시술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이었다.

주치의는 경력이 많은 베테랑이었고, 이식할 때 느끼는 ‘손기술(?)’ 역시 뛰어난 듯했다. 무언가 차가운 느낌이 문득 들었지만, 아픈 느낌은 없었다.

이식 후 면역글로불린(자가면역 수치가 높아서 맞음) 링거를 맞았고, 3시간 후 집으로 돌아갔다.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구정이 다가오지만 시가와 본가엔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물론, 두 곳 모두 시험관 이식 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두 번의 유산을 경험한 지라 가족들에게 알렸을 때 서로 마음 쓰고, 걱정하는 게 부담인지라 결과가 나오면 알리기로 남편과 협의했다.

구정 직전에 1차 피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비임신’으로 나왔다. 이미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임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결과를 받아보니 눈물이 찔끔 났다.

중급 배아 2개를 이식했는데, 아쉽게도 둘 다 착상이 안된 것이다.


그렇게 시험관 1차를 마무리됐다. 다음 피검 때 다시 난임 병원을 방문해 주치의와 두 번째 시술을 상담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이쯤에서 시험관 시술을 그만두고, 자연임신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제부터는 부부가 결정할 시간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허리디스크 환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