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 저하기능 판정받은 이후… 시험관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시험관 시술을 결정한 후 난임 병원을 정하는 것도 참 고된 일이었다.
시험관 경험이 있는 친구들의 조언은 일단 ‘회사 혹은 집에서 가까워야’한다는 거였다. 규모가 있으면서 베테랑 의료진이 포진하고, 위치도 좋고, 배양기술도 뛰어난 곳…
집에서 지하철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신설동 마리아, 회사에서 비교적 가기 쉬운 서울역 차병원 이외에 강북에 있는 난임 병원은 거리상 비교적 나쁘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서울역에 있는 병원으로 정했다. 지방에서도 올라온다는 서울역 난임 병원. 이 선택은 끊임없는 기다림으로 이어졌다.
무슨 말이냐면, 서울역 차병원은 대기가 어마어마했다.
난임 병원의 대기 시간은 병원을 다닌 지 수개월이 지나도 적응되지 않았다. 오전 8시 10분에 도착해도 병원을 나서는 시간은 10시를 넘겼다.
초음파에 피검사 등 거치는 과정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주치의의 진료 대기 시간은 어마어마했다. 1시간은 기본이고, 2시간도 넘게 기다린 적도 많았다.
시험관 성공을 위해서라는 그깟 대기가 무슨 대수랴, 싶지만 병원에 가는 날 4호선 서울역에 내릴 때마다 남모를 한숨이 내쉬어졌다.
그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우선, 일이 급할 땐 일처리에 나섰고,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고, 기사도 읽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만들었다.
그래도 난임 병원 대기 시간은 참으로 적응되지 않더라.. 기다린 끝에 만나는 주치의는 고작 1~2분 남짓이었다.
사실 진료를 보기 전 초음파와 피검사를 바탕으로 주치의와 진료 계획을 정하거나, 시술 과정을 공유하는 게 주된 이야기였는데 초음파와 피검 수치를 본 주치의가 어떻게 진행할 거다라는 계획을 통보하는 식이었다. 물론, 진료를 보다가 궁금한 점은 물어봐도 되는데 어떤 계기로 그 짓(?)은 잘 안 하게 됐다.
자궁 초음파로 난포가 자라는 과정을 체크한다. 과배란 주사 반응이 적절히 나타나고 있는지, 불필요한 혹이 자라진 않는지 등 여부를 본다.
난소 기능 저하인 경우 난포의 수를 기대하긴 어려워 진료 때마다 ‘주사 반응이 크진 않고, 많이 자라지 않았다’라는 말을 주로 들었다.
단 한 번도 “과배란 주사 반응이 좋네요, 잘 자라고 있어요”라는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호르몬 수치는 크게 나쁘지 않았는데, 대신 TSH(갑상선 호르몬)와 NK수치(자가면역 관련 수치)가 높아서 관리 대상이었다.
진료실을 나올 때마다 묘하게 마음에 안 든 ‘성적표’를 받아 든 기분이었다.
난자질에 좋다는 영양제도 매일 먹고, 유산소 운동도 빠짐없이 하고 있는데도 난포들의 협조가 잘 안 되는 느낌.
마치 학교에서 시킨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매번 성적은 잘 나오지 않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마다 무척 난감했다.
병원을 나서 집으로 돌아갈 땐 인터넷에 ‘난저, 극난저 극복’ 키워드를 검색해 시험관 선배(?)님들의 노하우를 보곤 했다.
주치의는 노련했다. 병원에서 인기가 많은 교수였다. 덕분에 늘 숨 막힌 대기 시간을 감수해야 했지만, ‘고령산모, 난저’를 많이 경험한 전문의였다.
진료는 짧고 굵게 진행했고, 성격은 대체로 친절하려고 노력하지만 질문이 조금이라도 불필요하다 싶으면 면전에서 ‘면박’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까다로운 교수였다.
시험관에 대한 여러 궁금증이 참 많은데, 자유롭게 질문을 받는 유형도 아니어서 몇 번의 질문 시행착오(?)를 겪은 후 난 그 짓을 하지 않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성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합을 잘 맞춰 ‘좋은 결과’를 얻으면 그만이었다. 병원이란 그런 곳..
주치의가 나의 속상하고 위축된 마음까지 알아주고 위로해 주면 좋겠다마는 하루에 수백 명의 환자를 보는 입장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찌 됐든 사소한 감정이나 대화는 그냥 넘겨야 한다. 내 몸과 마음의 반응에 집중하고, 주치의가 이끄는 대로 따르는 게 속이 편했다.
시험관 시술을 하는 이유는 각자 너무나 다양하다. 모두들 저마다 여러 이유로 자연임신율이 낮아서 병원을 찾는다.
특히 난저의 경우도 자연임신이 어렵다. 여기에 나이가 들면 난자질이 떨어져 정자와 수정 확률도 낮아지고, 임신이 되더라도 유산율도 높다.
시험관 시술에서 난저는 ‘난자의 수’와 싸워야 한다. 일단 과배란 주사를 통해 난포(난자의 집) 수를 늘려야 하고, 이를 적절한 타이밍에 밖으로 빼내야 한다.
난포가 커지는 동시에 난자의 질도 좋아야 추후 정자와의 배양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시험관 2차 시술 결정,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