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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푸기 Nov 23. 2022

시험관 시술의 고민… 난자를 모아서 성공할 수 있을까

과배란 2차, 3차로 난자 모으기 돌입.. 양보다 질로 승부하기

지난 1월 첫 번째 시험관 시술에서 ‘비임신’이라는 결과를 얻고, 두 번의 생리가 지났다.

어느새 봄이 왔고, 새로운 마음으로 서울역 난임 병원을 다시 찾았다. 어두컴컴한 조명과 긴 대기줄은 여전했다. 초음파로 현재 자궁 상태를 확인했고, 주치의를 만났다.


“잘 지냈죠? 일단 지난번이랑 비슷하게 진행하면 될 것 같고요. 1차 때는 난소 기능에 비해 성적표(6개 채취, 3개 5일 배양)가 좋았어요.


이번에는 난자를 일단 모아보는 걸로 하죠. 지난번처럼 결과가 좋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난자를 모은다고? 역시 ‘난저’의 시험관 시술은 쉽지 않았다.

과배란 주사를 맞아도 생성되는 난자 수가 적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아를 여러 번 모아서 시술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과배란과 난자 채취 횟수는 배양 결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사실 얼마나 모을지(기간, 횟수 등)는 가늠이 안 됐다. 한 번에 성공하면 좋고, 아니면 두 번 만에 이식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약 열흘 동안 과배란 주사를 맞았다. 병원에 갈 때마다 초음파로 난포가 자라는 과정을 모니터링했으나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크기도 뒤죽박죽에 예상했던 대로 숫자도 적었다.


“일단 크기가 잘 자란 난포부터 채취하는 걸로 할게요. 다음 주 배란 터트리는 주사 맞고, 시술하는 걸로 하죠.”


두 번째 난자 채취일이 잡혔다.

당일 오전 자가 키트로 코로나19 검사를 한 후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갔다. 1차와 마찬가지로 수면마취 후 시술이 진행됐고, 회복실로 옮겨져 쉬다가 퇴원했다.


난자 채취 결과는 4개.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초음파로 볼 때는 5개가 보인다고 했었는데, 막상 채취하려고 보니 성숙 난포가 아니었던 듯했다.

시험관은 양보다 질이라고 하지만 이 중 5일 배양이 나올지 걱정이 됐다.


“5일 배양 1개. 등급은 좋은 편이네요. 난자를 더 모아봐야 알겠지만 지난번과 동일하게 진행하도록 하죠. 다음 달 생리 둘째 날 오세요.”


실망스럽지도 기대가 크지도 않았다. 덤덤하게 다음 시험관 차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

주치의는 쉬지 말고 다음 생리 때 바로 과배란을 시작하자고 권유했다. 난자 채취 수가 많지 않아서 난소 회복도 어느 정도 될 거란 이야기도 함께 했다.

그래도 난소가 잘 회복된 후에 과배란을 하고 싶었는데, 나에겐 ‘시간이 금’이기도 해서 주치의 말대로 바로 진행하는 걸로 결정했다.


지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영양제 잘 챙겨 먹기! 매일 운동하기(유산소, 근력운동)! 영양식으로 잘 먹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 적절히 해소하기!이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잘 먹고, 잘 쉬고, 운동하고, 잘 자는데 집중하자.

자기 계발, 이직에 대한 걱정, 이사 등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고민들은 잠시 뒤로 미루기로 한다. 올해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미션은 ‘임신과 출산’ 일 테니까. 마음을 다 잡았다.


거의 매일 아파트 뒷산(북한산 둘레길)에 올랐다. 집에서 출발해 둘레길 입구부터 약 50분의 코스로 힘들게 돌고 돌아오면 1시간 유산소 운동이 된다.

몸에 무리가 되지 않으면서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기분도 좋았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고, 근력 운동을 할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바깥에서 자연과 함께 운동하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

영양제(코큐텐, 엽산, 오메가 3, DHEA 등)도 잘 챙겨 먹었다. 매일 거의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남편과 함께 잠들었다.

보통 일을 쉬면 수면 장애가 생긴다고 하는데, 일을 할 때와 비슷하게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했다. 돌이켜보면, 일상이 무너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멘털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이번 초음파에서 난포가 꽤 보이네요. 1차 과배란 했던 주사요법을 따르는 게 좋겠어요. 일단 (주사) 용량을 늘려서 맞아보고 다음 초음파에서 한 번 보죠.”


3차 과배란에 들어갔다. 생리 둘째 날을 미리 예측해 병원 예약이 어려웠는데, 하필 주치의 예약이 꽉 차 다른 교수님으로 예약이 잡혔다.

약간의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을 방문했는데, 2차 과배란 때와 약간 다른 처방이 들어갔다.


주사약을 들고 집으로 돌아와 새로운 약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시험관은 모르는 약 투성이니 작은 거라도 새롭게 바뀔 때마다 걱정 아닌 걱정이 생겼다.

이런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선 일단 어떤 약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반응과 결과를 얻었는지 등을 찾아봤다. 어느새 불안했던 마음은 가라앉았다.


“난포가 많이 보이진 않아서 좀 더 키워서 채취를 하는 게 좋겠어요. 다음 초음파에 오고, 그때 채취 날을 잡아봐요.”


담당 주치의와의 진료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1분 컷으로 끝났다. 새로운 약을 썼는데도 반응이 시원찮은 게 영 마음에 걸렸다.

매일 걸었는데도 난포가 왜 더 자라지 않을까. 어리석은(?) 의문을 품으며 내일도 열심히 운동할 것을 다짐했다. 난소야 힘내라!


수면마취에서 깨어나니 아랫배가 아려왔다.

세 번째 난 자취 채가 끝났다. 수면마취에서 깨면 항상 잘 자고 일어난 느낌인데, 이 날따라 아랫배가 묵직하고 싸한 느낌이 들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과 함께 집으로 가는 길에 따끈한 점심을 먹어야겠다. 대기실에서 만난 남편은 ‘이번에도 한 번에 잘됐어.’라는 표정으로 나를 반겼다.


시험관 시술의 99%는 여자가 감당하기 때문에 이 과정을 겪으면서 남편이 딱하다는 생각을 안 했지만, 이날은 유독 남편 얼굴이 안쓰러웠다. 아니, 우리 부부 모두 안쓰러웠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유쾌하게 넘겨야 하는 법.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기분전환을 하기로 했다. 베스트 음식은 칼국수, 떡볶이가 분명했다.


3개 채취, 2개 5일 배양 성공.


난자 채취수는 무척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5일 배양이 2개나 나왔다는 결과에 감사했다. 그래도 난저는 참 난저다. 과배란을 아무리 많이 해도 난자가 3개밖에 안 나오다니…

다음 차수에는 이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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