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전(이라고 하기에는 벌써 하루가 지났다)에 한 음악 페스티벌에 갔다 왔다. 'THE SUB 2024'이라고 이름 붙은 음악 페스티벌로,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무료 페스티벌이다. THE SUB라는 이름은 서브컬처, 거리 문화를 조명한다는 의미인데, 그에 걸맞게 전부 인디 뮤지션으로 라인업이 채워졌다. 공연은 홍대 상상마당 앞에 설치된 무대에서 진행이 되었다.
나는 공연이 시작한 오후 2시부터 8시 반까지 공연을 전부 보았다. 아마츄어 증폭기, 꼬리물기, 단편선 순간들,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해리빅버튼, 아시안체어샷, 다브다, 이렇게 총 7팀이었다. 클럽의 어두운 조명 아래서만 보다가 밝은 야외무대에서 보니까, 아는 얼굴들이지만 어째 더 반가웠다. 좁은 클럽에서 들리던 음악이 거리 한복판에서 울려 퍼지자 훨씬 더 또렷하고 선명하게 들렸다. 그렇게 일요일날 가장 사람 많은 홍대 거리 한복판에서 멋진 음악 페스티벌이 펼쳐졌다. 공연 초반에는 관객 수가 적었다. 하지만 거리를 울리는 음악과 열기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나중에는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스탠딩석이 사람으로 가득 메워졌다. 상상을 하긴 했지만, 실시간으로 거리의 변화를 목격하자, 관객 입장에서 봐도 가슴이 짜릿해졌다. 내가 이 정도인데 뮤지션과 운영팀은 얼마나 가슴이 벅찼을까. 사람들은 그냥 서서 공연을 보기 아쉬운지 근처 가게에 가서 맥주나 음료를 사서 마시며 놀았다. 지역 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아주 좋은 페스티벌이군. THE SUB가 내년에도 열렸으면 좋겠다.
한때 홍대가 밴드의 성지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거리마다 버스킹이 있었고, 여러 클럽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곤 했다. THE SUB를 보고 있으니 그때 생각이 났다. 예전 홍대처럼, 이런 크고 작은 페스티벌이 열려서 좋은 밴드, 뮤지션이 많이 나와 줬으면 좋겠다. '밴드 붐은 온다'가 인터넷 밈으로 끝나지 않고, 실체적 현상으로 일어났으면 좋겠다. 홍대라는 검증된 인프라가 있으니까 홍대 상권과 마포구만 노력하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높으신 분들은 그쪽에는 관심이 없고 '레드로드'라는 엉뚱한 사업이나 추진하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오고 답답할 노릇이다. 여기서 이 얘기까지 하다가는 이미 지각까지 한 마당이지만, 너무 글이 길어지고 교통 정리가 힘들 것 같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풀기로 하고 여기서는 이만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