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력과 평화에 대한 생각
'메탈기어 솔리드: 피스 워커'에 수록된 노래.
설정상 작품 내 인물 '베네딕트 카즈히라 밀러'가 작사, 작곡한 노래.
원래라면 국경 없는 군대 내 콘서트에서 '파스 오르테가 안드라데'가 직접 부를 예정이었으나, 파스가 국경 없는 군대의 대척점인 사이퍼의 스파이인 탓에 콘서트장에서 연주되지 못하고 '빅 보스' 네이키드 스네이크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재생되는 비극을 가진 노래.
후속작인 '메탈기어 솔리드 5: 더 팬텀 페인'에서 이 노래의 어쿠스틱 버전을 들을 수 있다.
메탈기어 솔리드: 피스 워커에서는 "핵을 통한 억지력으로 세계 평화를 이룬다"는 개념이 작중 내내 등장한다. 이 작품의 주요 갈등은 언뜻 메탈기어 때문에 생기는 듯하지만, 사실은 메탈기어 내에 탑재된 핵탄두를 누가 가지고 있느냐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적어도 내가 이해하기로는).
어쩌면 지금 세대에 아슬아슬하게 이어지고 있는 평화라는 개념도 위와 같을 수 있다. 1945년 맨해튼 프로젝트에 따라 죽음의 파괴병기 원자폭탄이라는 개념이 탄생한 이래, 이를 발사할 명분 또는 핑곗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한 인간의 치졸한 발버둥이 이어지고, 이후 해군력만으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전세계의 넘버 원으로 등극함에 따라 모든 질서가 미국에 의해 짜맞춰지는,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세계 최강인 미국의 억지력으로 유지되는 평화. 물론 그 미국마저도 핵을 보유한 국가를 상대로 어떻게 할 도리가 없기 때문에, 또 한편으로는 이런 비대칭 전력을 보유한 국가 때문에 미국이 세계질서를 혼자서 쥐락펴락할 수 없는 까닭이 된다.
이것이 국경 없는 군대가 핵탄두를 탑재한 이족보행병기 메탈기어를 보유한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코지마 히데오는 이런 면에서 가히 천재라고 할 수 있다.
PS. 이 노래를 부른 미즈키 나나는 파스 오르테가 안드라데의 성우다. 그렇기에 짝사랑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망설이는 이 노래는, 마지막 전투에 걸맞지 않게 생뚱맞으면서도 또 그에 걸맞게 가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