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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준 Jan 11. 2018

제주의 따뜻한 겨울을 느끼고 싶다면, 카페 윈드스톤

부부가 직접 셀렉한 책과 맛있는 커피

12월의 제주 애월읍.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디를 가던 근처의 좋은 카페부터 찾는 버릇이 생겼다. 며칠 전 친한 친구들과 함께 떠한 여행에서도 나의 손은 어느새 카페를 검색하고 있었다.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음이 끌리는 장소가 있어 이른 아침에 가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여행지에서 맞는 첫날의 아침에는 눈이 저절로 떠진다. 이 날도 어김없이 아침 일찍 일어났고 대강 준비를 마치고 근처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사전에 검색해둔 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큰 나무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윈드스톤의 외관

애월읍 중에서도 조용한 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윈드스톤은 낮은 기와집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공간이다. 입구에 위치한 큰 나무가 공간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돌담의 높이에서 바라본 윈드스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낮은 돌담과 정주석이 이 곳이 제주임을 말해주고 있다.

윈드스톤은 부부가 운영하는 북카페이다. 한쪽에는 부부가 직접 셀렉한 책들과 작은 엽서들이 있고, 다른 한쪽은 베이지톤의 벽지와 원목으로 이루어진 카페 공간이다. 통유리창을 통해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과 커피 향기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뒷배경으로 보이는 책장의 책들과 제주의 빛이 잘 어우러진다.

윈드스톤의 서점 공간

부부가 직접 진열해놓은 다양한 종류의 책 가운데서도 제주와 관련된 에세이들이 눈에 띄었다.


독립서점에 다니다 보면 평소 좋아하던 책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 책을 선택한 사람도 나와 비슷한 느낌으로 책을 읽었을까?', 이러한 경험을 겪게 되면 그 공간에 대한 편안함과 더불어 그 책을 가져다 놓은 서점 주인과의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서점을 운영하시는 분의 생각과 철학을 유추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어떤 한 사람이 읽은 책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성향이나 가치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책장을 사이로 카페공간과 서점공간이 나뉘어진다
윈드스톤의 카페공간.

오랜 시간 제약회사에 몸 담고 있었던 남편과, 북디자이너였던 아내가 힘을 모아 만든 윈드스톤의 공간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있었다.

커피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으로 시작해, 제주에 내려와 커피를 제2의 업으로 삼고 있다는 사장님. 오전 일찍 방문했기에 사장님과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짧은 대화만으로도 커피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마시게 될 커피에 대한 설명을 듣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에스프레소 바의 경우에는 라마르조코 리네아 Classic 버전을 사용하고 있었다. 주로 혼자 커피를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메뉴보다는 능숙하게 잘할 수 있는 메뉴들만 제공한다는 게 이 곳의 철학이다. 정성을 다해 만들어준 커피 맛이 기억에 남는다.

브루잉은 칼리타 웨이브를 사용해 서브된다.

제주에서의 생활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제주에서의 생활이 꽤 만족스러워요. 아이들이 바로 옆 초등학교를 다니는데, 가끔 창문으로 애들이 뛰노는 모습이 보이거든요."

"원래 이 공간은 동네 구멍가게였어요. 제주에 처음 내려오고 운 좋게 발견하게 됐어요. 다른 곳도 많이 알아봤는데 제일 마음에 남더라고요. 그래서 계약하게 됐어요. 본래 이 공간이 갖고 있던 고유의 운치를 해치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실제 윈드스톤을 방문하여 천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예전 목구조 그대로를 살려 리모델링을 진행한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오랜 시간이 많은 멋을 남겨두고 부부만의 감성을 곁들여 탄생한 공간이 윈드스톤이다.

실내에서 바라본 풍경

실내에서 바라본 외부의 풍경이 아름답다. 추운 겨울이지만 이른 오전의 햇볕이 따뜻했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밖에 앉아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윈드스톤은 책을 팔고 커피를 파는 북카페임과 동시에 부부만의 공간이다. 한가한 시간에는 부부가 마주 앉아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애월읍의 윈드스톤은 생각보다 더 좋은 공간이었다. 책과 커피가 있었고, 제주 특유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추운 겨울 제주도에서 몸을 녹일 공간이 필요하다면 이 곳을 추천해주고 싶다.


하루커피한잔; 이유 없이 마음이 가는 공간을 찾아다니며,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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