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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석훈 Sep 22. 2016

안녕, 두브로브니크

마지막 도시, 두브로브니크

하루가 아닌 하루 이상을 머무르는 도시에서는 나는 첫째 날에는 관광을 하고, 두 번째 날에는 관광보다는 그곳의 사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사는지 알아보고는 한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나는 첫째 날에는 실컷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하고 둘째 날에는 마음 내키는 대로, 계획 없이 그낭 무작정 돌아다녔다. 그렇게 자유롭고, 편안하게 여행 마지막 날이 시작됐다. 

해가 반겨주는 마지막 날

여행 마지막 날의 두브로브니크는 마지막인 나를 반기는지 해가 쨍쨍거렸다. 역시나 젤라토 중독이던 나는 아침부터 젤라토 하나를 사 들고 천천히 산책을 했다. 숙소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어느새 더 무거워진 가방을 메고, 한 손엔 젤라토, 다른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난 누가 봐도 관광객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아침이 시작됐다.

내 사랑 젤라토

젤라토를 들고 가보지 않았던 항구로 가봤다. 옆에 있는 섬에 가는 배, 잠수함, 유리 보트 등, 여러 가지 관광 상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돈이 얼마 남지 않은 나는 모두 포기하고 항구 끝, 벤치에 앉았다. 벤치에 앉아 햇빛을 쬐면서 카메라에 항구를 담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마치 우리 집이 여기인 듯 편안했다.

점심을 먹고, 또 저녁을 먹고 나니 해지 서서히 지기 시작했고, 돈도 얼마 남지 앉았다. 복대에는 동전 몇 개가 전부였고, 지갑도 어느새 얇아져 있었다. 걷다 보니 젤라토가 또 먹고 싶어 졌는데,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먹었다. 그러다가 플라차 거리를 걷다 보다니 축구 중계를 해주는 바를 바견했다. 나는 나에게 남은 돈을 그 바에서 쓰기로 결심하고 축구 시간에 맞춰서 바에 들어가 요쥬스코 생맥주를 시켰다. 그리고는 유로파 리그 준결승을 봤다. 팀은 영국의 리버풀과 스페인의 비야레알. 재미있게도 바에는 영국 사람들이 있었다. 축구 종가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재미있게 축구경기를 보았다. 승자는 리버풀이었고, 영국 사람들은 승리에 취해, 또 술에 취해 돌아갔다. 그러나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귀국 비행기는 새벽 6시라 일부러 숙소를 잡지 않았다. 그렇게 어두워진 두브로브니크에는 나 홀로 남았다.

텅 빈 플라차 거리

밤이 되니,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하나 둘 식 사라졌다. 11시쯤 되니 식당들도 문을 닫았고, 술집들도 문을 닫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버스 시간인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잠이 서서히 오길래 항구의 벤치에 가서 가방을 배고 누었다. 눈꺼풀은 무거워지는데, 손에 든 카메라가 왠지 마음에 걸리고, 낯선 곳 야외에서 무방비로 잠드는 게 조금은 위험할 거 같아서 이를 악 물고 버텼다. 그렇게 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는 도저히 더 누워있으면 잠들 거 같아서 일어나 구 시가지 안으로 돌아갔다.

조용한 골목이 너무 운치있다

새벽 1시, 술집들이 다 문을 닫고 구 시가지에는 사람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혼자서 밤의 두브로브니크를 카메라에 담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새벽 3시, 정말로 이제 구 시가지에는 나 혼자 남았다. 조용한 게 너무 좋았다. 이 멋진 곳을 나 혼자 독차지한 것 같았다. 그렇게 혼자 사진을 찍으며 마지막 한 시간을 내 방식으로 즐겼다.


나는 새벽 3시의 두브로브니크가 최고로 좋다
낮에는 전쟁터 마냥 관광객들로 붐비던 거리가 온전히 나의 것이 되니까


안녕 두브로브니크

새벽 4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에 올라타니, 무언가 아쉬우면서 후련한 기분이 든 것도 잠시, 금세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창문 밖으로 장관이 펼쳐졌다. 스위스를 경유해서 캐나다로 돌아가는 여정이었는데, 내 발 밑에 스위스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내 생각에는 알프스 산맥이 아는기 싶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리고 얼마 후에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면제점에서 스위스 기념풍을 사려고 자석 한 개를 골라 집었다. 그리고 계산을 하려 했는데, 이런 돈이 모자라다. 벨기에에서 자석은 5유로라서 딱 5유로만 남겨갔는데, 스위스 자석은 10 유로였다. 동전을 긁어 모아도 10유로에는 못 미쳤다. 돈이 없어서 기념품을 못 사다니... 왠지 서러웠다. 

아마도 알프스 산맥,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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