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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사엄마 Sep 22. 2018

링겔 한병 주세요

수액제는 만병 통치약이 아니다

                                                                          

링겔 살 수 있어요?
링겔 주사 놔 주는 사람 소개시켜 주세요                                                                                                  


                                                                              

간간히 약국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보면, 큰 소리로 링겔(수액제) 주사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약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수액제(링겔)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간혹 주사바늘 1-2개 사 가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전문의약품인 수액제를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는 듯 합니다. 

2000년 의약분업 이전에는 약국에서도 수액제를 판매할 수 있었고, 이에 사는 사람들이 제법 있던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의약분업 이후 주사제들은 대부분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처방에 의해서 투여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약국에서 수액제 판매하는 일이 드문 일이 되어 버렸죠. 

사실 주사제는 생각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 약의 형태입니다. 직접 인체에 주사기로 약액을 찔러 넣는 것이기 때문이죠. 만약 약이 훼손되거나 세균에 오염된 상태로 우리 몸에 들어와서 혈액을 통해 온몸 구석구석을 돌고 있다면... 그야말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생각도 하기 싫어집니다.                                                   


질본 관계자 "이대목동사건, 주사제 준비 과정서 감염 가능성" | Daum 뉴스

https://news.v.daum.net/v/20180905130240234

                                                                                

이미 이대목동병원에서 주사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세균에 오염된 주사제로 인해 신생아들이 사망한 사건은 많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만 있었을까요? 얼마 전 마늘주사를 맞다가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례가 또 나왔습니다.                        


'마늘주사' 투여 후 사망..경찰, 병원 수사 | Daum 뉴스

https://news.v.daum.net/v/20180908183526123

                                                                      

피로회복 등을 목적으로 투여된다는 마늘 주사는 이미 전 박근혜 대통령이 투여했던 것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 여러 클리닉에서 마늘 주사를 투여한다는 광고 문구를 보곤 하는데요. 

이런 수액제를 맞고 세균에 감염되어 패혈증으로 사망한다니, 그야말로 기함할 일입니다. 사실 일반 클리닉에서 제한적인 상황들로 인해 수액제 감염은 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대목동병원과 같이 관리가 비교적 잘 된다는 병원에서도 수액제 오염으로 인한 패혈증 사망사건이 발생하는데, 상대적으로 상황 제약이 있는 클리닉은 더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 발견된 세균은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실내 환경에 잘 나오는 균주입니다. 즉, 동네에 많은 클리닉에서도 쉽게 검출이 가능한 균주입니다.             


주사기 재사용? 'C형간염' 또 집단감염, 벌써 세 번째 | Daum 뉴스

https://news.v.daum.net/v/20160823202009225

                                                                 

이미 몇 년 전에도 병의원에서 주사기 사용으로 인한 C형 감염이 집단 발병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된 적이 있었죠.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아니어도 치료가 어려운 C형 간염, 혹은 HIV 감염 등 다양한 문제들이 주사제 사용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주사제를 왜 맞나요?

                                                            

이번에 마늘 주사를 맞고 사망한 여성은 평소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었을 겁니다. 몸 상태를 좀 더 끌어올리려고 마늘 주사를 맞았을 가능성이 높고요. 그런데 이런 주사에 사망하다니! 이렇게 억울할 일이 또 있을까요? 

의약품 사용할 때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 중에서 주사제는 정말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먹는 약이나 피부에 바르는 약 등 직접 혈액에 꽂는 방법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약을 투여할 수 있다면 주사제는 피하는 것을 권합니다. 

최근 의약품 개발 흐름을 보면, 주사제로 투여하던 항암제들이 먹는 약으로 많이 나옵니다. 이는 항암제를 주사로 직접 주입하는 것보다 먹는 것이 환자의 편의성도 높이고, 부작용의 문제도 주사제에 비해 위험성이 덜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습니다. 

반면 주사제의 장점은 빠른 효과입니다. 갑작스런 알레르기 발작이 일어났다면, 환자에게 언제 약을 먹이고 바르고 할까요? 이럴 때는 바로 근육 주사로 약을 인체에 주입해야 합니다. 바로 효과가 나타나죠. 이런 이유로 주사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빠른 효과를 평소에도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액제를 맞아야 피로가 확 풀린다는, 혹은 그래야 좀 살 것 같다는 분들이 있어서 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수액제 투여를 하는 클리닉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주사제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주사제 빠른 효과에 기대는 수요는 존재한다.      

                                                                              

결국 약을 투여하는 부분은 효과 대비 위험을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느냐를 따져봐야 합니다. 주사제가 세균 감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이미 인체에 그것을 다 주입할 이후이기 때문에 손쓰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주사제를 투여해야 하는 이유들이 분명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피로 회복이나 미용 등을 목적으로 수액제와 같은 주사들을 맞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욕망이 그르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가장 먼저 감염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병의원의 책임 크겠지요. 하지만 링겔을 죽은 사람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기적의 약처럼 생각하는 것도, 미용을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요? 

이런 의약품 사용에 대한 문제들을 보다 심사숙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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