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아! 20대 때 혼자서 수도 없이 많이 낭송했던 바로 그 시. 어떻게 이런 시를 쓸 수 있냐며 감탄하고 또 감탄했던 그 시. 유치환의 '행복'. 통영의 바로 그 우체국 앞에 왔다. 앞에는 행복 시가 새겨져 있는 시비가 있다.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우체국이지만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우체국이다.
지금은 그때의 감성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다시 한번 되뇌어본다. 뭉클하다. 예전에 유럽여행에 가서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매일 엽서를 써서 보내던 때도 생각난다. 손글씨가 주는 그런 정겨운 느낌과 우편물을 받았을 때의 설렘은 다른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데, 그런 것들이 희미해진 세상이 됐으니 아쉽다. 이제는 나조차도 귀찮아서 다시 편지를 쓰기가 쉽지 않다. 세상도 변하고, 나도 변했다.
다만 유치환은 이미 부인이 따로 있는 유부남이었는데 다른 여성에게 저런 편지를 쓴 거라고...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고 하니 그것도 또 이상하고. 감동을 파괴하는 그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어찌 됐든 문학작품은 문학작품으로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