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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격감성허세남 Oct 26. 2022

가을 놀이터


'아... 주말엔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편히 쉬고 싶다.'


생각은 그렇지만 하지만 현실은 늘 아이들과 함께 어딘가로 나가서 무언가 놀이를 하게 된다. 마음은 좋은데 몸은 매우 피곤한 그런 묘한 상황이 매주 반복된다. 오늘은 여의도 한강 공원. 킥보드를 타며 놀다가 놀이터로 옮겨서 또 놀았다. 그래도 이제 둘째가 꽤 커서 놀이터에서 적절히 보기만 하면 되니까 많이 수월해지긴 했다.


날씨는 맑고, 나무는 울긋불긋하고, 기분도 좋고. 이런 가을에 집에만 있는 건 죄악이다. 전에 신영복 선생님이 가을을 '피서(避書)의 계절'이라고 하셨다. 독서의 계절이 아니라 오히려 책을 피해야 하는 계절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멋진 나날들이 이어지니, 그 어찌 책만 보고 있으랴. 집에서 뒹굴뒹굴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느덧 사라지고 아이들 덕분에 나와서 이렇게 기분 좋은 날씨를 즐길 수 있으니 기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렸을 땐 오래 놀 수 있는 여름이 좋았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긴 겨울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는 봄이 좋았는데, 30대가 넘어서는 가을이 좋아졌다. 조금은 너그러워졌다고나 할까, 아니 쓸쓸함이 좋아졌다고나 할까. 나중엔 겨울이 좋아지는 시기도 오려나? 봄의 생동감보다 가을의 처연함이 왠지 더 좋다. 하늘이 눈부시게 파래서 더 그런 것 같다. 묘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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