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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May 23. 2022

프롤로그

나도 지금부터 모험가가 될 것이다

예전에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데 그 사람이 내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기자들 중에서 축구기자가 가장 모험가, 탐험가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해외를 갈 때 일반적으로 많이 가는 지역이 아닌 곳도 다니고, 스스로 이것저것 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얼추 맞는 듯했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손쉽게 즐기는 몇 안 되는 스포츠 중 하나다. 당장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211개국)의 숫자만 봐도 축구를 전 세계에서 즐기지 않는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 보니 취재를 위해서는 별별 국가를 방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2006년 5월 처음 스포츠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 5월까지 활동했다. 15년의 시간에서 대부분을 축구 종목 취재로 보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나 대한민국 프로축구리그인 K리그에 소속된 팀들의 해외 원정 경기 동행 취재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15년간 축구기자로 밥벌이를 하면서 대다수가 해외여행으로 선택하지 않을 나라나 도시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까운 일본, 중국 같이 여행으로 많이 찾는 나라도 있었으나,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레바논, 시리아 등 중동 지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을 ‘일’ 때문에 찾았다. 공교롭게도 일을 하면서 출장으로 유럽 지역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지금도 축구기자로서 축구의 대륙인 유럽을 일로 가보지 못한 것은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고 낯선 나라와 환경에 빠르게 익숙해지며 일을 하고 그 나라의 분위기를 익히기도 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모험가’, ‘탐험가’ 같은 모습이 조금이나마 발현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관광지가 아닌 낯선 나라와 지역을 찾아 홀로 혹은 몇 명이서 그룹으로 다니며 일을 하고 현지 음식을 찾아 다녔다. 최근 10여년 사이에는 스마트폰이 있어 해외에서 다니기 수월하다. 하지만 그전에는 미리 출력한 현지 정보 자료와 가이드 책자에 의존하며 다녔다. 흡사 배낭여행객들의 행색처럼 말이다. 여행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야 자료가 풍부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오로지 주어진 자료와 내가 갖고 있는 ‘감’만 믿고 다녀야 했다. 그래서 다니던 도중에 교통 수단이 끊겨 마음을 졸이기도 했고, 도난 사고를 맞기도 했다. 우범 지역을 지나갈까 봐 조마조마한 일도 있었다.


그러한 경험들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던 나를 벗어나게 했다. 난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해외여행을 전혀 다녀본 적이 없었다. 축구기자를 하면서 첫 해외 출장이었던 2006년 11월의 시리아 출장이 내 첫 해외 출국이었다. 다들 그랬겠지만 첫 해외 출국의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느꼈다. 물론 현지에서는 일을 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지만, 그 첫 해외 출국을 통해 내가 보는 것들이 좀 더 넓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걱정보다 질러볼 수 있는 자신 있는 마음이랄까? 내 속에서 나도 보지 못했던 모험심, 탐험심을 조금이라도 꺼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15년의 시간 동안 다양한 나라, 지역, 환경을 경험했다. 그리고 하나씩 정리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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