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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May 26. 2022

처음 본 도쿄는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2006년 12월, 10박 11일로 떠난 도쿄 출장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까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은 해외여행지는 아마도 일본 도쿄가 아닐까 싶다. 비행기로 2시간 거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여러모로 친숙한 분위기이기에 대부분 첫 해외여행지로 도쿄를 꼽을 것이다. 도쿄 여행과 관련한 여행 관련 서적이 수두룩하고, 인터넷상에는 관련 정보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도, 그만큼 도쿄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라 하겠다.


나도 도쿄를 참 많이 다녔다. 거의 매년 1~2회는 기본으로 다닌 듯하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내 이런 모습을 보고 여러 말들을 건넸다. “일본 말고 다른 나라도 가봐라”라거나 “분명 도쿄에 뭔가를 숨겨 놨을 거야”라는 농담 등이다.


내가 처음 일본을 간 것은 2006년으로 올라간다. 어렸을 때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푹 빠졌고 커서는 일본 J-Pop과 드라마를 즐겼다. (그렇다고 일본어가 능숙한 것은 아니다. 열심히 공부를 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일본어 능력을 키웠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일본을 가는 것은 시간이 지난 뒤였다. 2006년 12월 일본 도쿄, 요코하마 등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취재였다. 클럽 월드컵은 각 대륙별 클럽 챔피언과 개최국이 참가해 세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대회다. 국내 팀은 지금까지 총 6차례 클럽 월드컵에 출전했다.


이 출장을 가게 된 계기는 한달 전인 그해 11월, 전북현대모터스가 시리아 홈스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면서 출전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전북현대모터스는 K리그 팀 최초로 클럽 월드컵에 출전했고 나도 취재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때 클럽 월드컵을 취재한 한국 기자들은 나름 ‘최초’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이후 난 2012, 2015, 2016년 클럽 월드컵도 취재했다. 자랑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는 한국 기자 중에서는 가장 많은 취재 횟수다.


당시 체류 내내 목에 걸고 다녔던 2006 FIFA 클럽 월드컵 AD 카드

그러나 내가 클럽 월드컵 출장 기회를 잡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당시 내가 담당한 K리그 팀은 경남FC였다. 전북현대모터스는 회사 선배가 담당했다. 그러나 사정상 AFC 챔피언스리그 취재를 내가 하면서 결승까지 봤다. 전북현대모터스가 우승하면서 클럽 월드컵 출전이 확정된 뒤에도 내가 이 대회 취재를 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선배가 갈 것이라 여겼고, 1년 차 신입 기자에게 한 달 사이에 큰 출장을 두 번이나 맡기지는 않을 것이 생각해서다.


그런데 귀국 후 팀장을 맡고 있던 선배가 연락했다.


“성진 씨. 클럽 월드컵 취재 신청하세요.”
“제가요? 선배가 가야 하시는 것 아닌가요?”
“전북 우승을 성진 씨가 현장에서 봤잖아요. 연속성 차원에서 성진 씨가 취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꺄악!! 이런 기회가 오다니!! 어린 시절부터 가고 싶었던 도쿄였지 않은가? 출장 준비를 하고 출국날이 다가올수록 빨리 그 시간이 오기만을 바랐다.



출장 일정은 10박 11일이었다. 길수도, 짧을 수도 있는 일정이었다. 전북현대모터스의 우승을 취재하기 위해 홈스에 갔던 5일간의 일정이 첫 해외 여정이었는데 한달 사이에 10일 이상을 해외에서 체류하는 경험을 얻었다. 국제대회 취재라는 걱정, 부담과 함께 오랫동안 막연히 가고 싶고, 동경의 대상이었던 도쿄를 가는 것에 대한 설렘이 컸다.


특히 어린 시절 읽었던 만화 <시티헌터>에 나오는 신주쿠 마이시티 쇼핑몰에 있다는 연락용 게시판이 실제 존재하는지도 궁금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없이 그 앞을 지나갔지만 갈때마다 그 생각을 잊어 찾아보지 못했다)


시티헌터를 읽으면서 항상 신주쿠에 가면 이 게시판을 보겠노라고 생각했다


실제 본 도쿄의 첫 모습은 화려했고 세련 됐다. 지금이야 서울이나 도쿄나 별 차이가 없지만 그당시에는 무언가 도쿄가 서울보다 더 앞서 있는 모습이었다.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니 당연히 도쿄 여행 가이드북을 들고 일행들과 다니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거리에서 조금이라도 내가 알고 있던 일본 연예인의 광고판을 보면 사진 찍기 바빴다. 


서울과 똑 같은 고층 건물이 있는데 도쿄라서 조금 달라 보였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도쿄의 거리는 연신 내 눈을 사로잡았고 카메라에 담았다. 오다이바로 향하는 무인 전차를 탔을 때의 신기함도 있었다. 당시까지 국내에서는 무인 전차는 없었기에 신기한 느낌은 더욱더 컸다. 오다이바 후지TV 건물의 인상적인 모습, 오다이바의 이국적인 풍경 등도 내 시선을 잡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뭐가 그리 마음을 들뜨게 했나 싶다.


좋게 표현하자면, 그 당시의 나는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컸던 20대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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