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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건희 Jul 11. 2023

지금 좋은 일을 하는 방법

한 번에 한 명씩요. 한 사람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진 세버그. 그녀는 14세 때부터 흑인 인권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블랙 팬서(흑표당) 등 관련 단체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백인 여성이었다. 6, 70년대 흑인 인권 운동과 베트남전쟁 반대와 같은 국가 공권력의 대척점에서 활동해 왔던 배우였다. 블랙 팬서에 적극적인 후원자로서 백인우월주의 신봉하는 당시 미국 권력자들의 부정적인 인물로 낙인찍혔다. 블랙 팬서는 인종차별, 경찰의 폭력으로부터 흑인을 지키기 위한 무장 조직으로 1966년 오클랜드에서 출범해서 미국 전역으로 확산한 조직이다. 이로 인해 FBI의 표적이 되었다.


‘진’은 당시 국가(미국)에 저항하는 인물과 단체를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무차별적인 공작을 단행했던 FBI의 사찰 프로그램인 코 인텔 프로그램(Counter Intelligence Program)의 희생자였다. 감시와 도청을 당하며 살았고, 흑인의 아이를 가졌다는 등 온갖 흑색선전의 당사자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1979년 9월 8일, 실종 10일 만에 그녀의 차 뒷좌석에서 알코올 수치가 엄청나게 높게 나왔고 수면제를 과다복용한 사체로 발견된다. 의문의 죽음이었다. 정부는 자살이라고 발표 했지만 자살이라고 믿는 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로맹 가리와 24세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으나 후에 이혼한다. 진이 세상을 떠난 후 남편이었던 로맹 가리는 그녀가 살해되었다며 관련 근거로 FBI의 비밀공작에 대한 문건을 알리고 관련 수사도 의문점 투성이었다고 알리지만 묻히고 만다. 그도 진이 사망하고 1년 후 자살로 생을 마쳤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2019년에 그녀의 삶을 그린 영화 <세버그>가 만들어졌다. 영화에서 진이 흑인인권운동가 만나면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서 “어떻게 바꿔야 하죠?”라고 질문한다. 그는 “한 번에 한 명씩요. 한 사람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한번에 한명씩”이라는 이 대사가 머리에 잔상으로 계속 남았다. 


요즘 우리 사회는 미국의 6, 70년대보다 자유와 민주주의가 더 좋아졌을까? 언론을 통해서 사실을 사실로써 확인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정의’와 ‘평화’, ‘인권’을 기준으로 법을 집행하고 정책을 수정하며 조금은 더 진일보 하고 있을까? 


살아 있는 공권력에서 내뱉는 말만 앵무새처럼 받아 쓰는 언론이 있다. 그러한 말을 거르지 않고 무조건으로 추종하는 이들이 있다. 자기 삶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남북문제와 영호남 갈등, 젠더 갈등과 경제와 복지 정책 등 수 많은 일들에 대해서 개념 없이 누군가 추동하는 대로 따라가는 사람도 있다. 그저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만 대뇌이며 우리 편이라는 착각을 가지고 남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적으로 비난하기만 한다. 이런 사람들이 ‘진 세버그’와 같은 사람들의 또 다른 가해자가 되어 가는 간다. 정신 차려야 한다. 내 삶의 위치에서 사회와 정치, 정책, 언론을 명확히 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우리 모두가 비극의 조력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할 일이다.


청소년들에게 인권의 소중함을 누누이 강조하면서 설명한다. 그 중에 참여권, 시민권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가치가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되어지면서 사회를 변화 시켰는지를 이야기 나눈다. 세버그와 같은 삶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 평등의 가치에 위배되는 반 인권적인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을 보면 과연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지 계속해서 반문하게 된다.

교회 오후 예배에 참석 했었는데 정신이 거의 유체 이탈 직전까지 가려는 것을 붙잡고 또 붙잡았다. 전날 날 새다시피 일한 게 화근이다. 그 가운데 목사님 말씀 듣다가 전도서 말씀이 꽂혔다.


“이제 나는 깨닫는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 사람이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하는 일에 만족을 누릴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은총이다.”

여기에서 ‘좋은 일’은 무엇일까? 


이 시대에서도 하나는 알겠다. ‘진’과 같이 약자들도 사람답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그들과 함께하는 일이 좋은 일이다. 갈등보다는 평화를 중심으로 함께 하는 활동이다. 우리 시대에도 이러한 갈등 해결과 사회적 약자들도 시민으로서 똑같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좋은 일이다. 그러한 ‘좋은 일’에 돈을 쓰고 목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활동이다. 참여다. 시민의 참여, 청소년, 청년의 사회 참여. 


좋은 일을 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되어 있다. 영화에서 말해 주듯이 한 명에게 그 좋은 일을 전달하는 것이다. 내 삶을 살아 내면서 내 앞에 딱 한 사람에게 집중하면서 그 좋은 일을 전달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먹고 마시며 내 하는 활동에 만족하는 것. 신이 나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준 가장 큰 복 중의 복이라고 했다. 


청소년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참여하라고 하는데 그 참여의 요체는 무엇인지 우리부터 살펴야 한다. 참여는 자기 결정권이 핵심이라고 했다. 내가 선택하는 그 무엇이 아무 생각 없이 누군가의 결정으로 이루어지 지고 있는지, 갈등보다는 평화와 화합을 원하고 있는지, 강자에게 비굴하고 정의롭지 않은 일인지, 그저 내가 태어난 곳인 전라도여서 또는 경상도여서 타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지 등 그 기준이 중요해 보인다. 우리가 좋은 일을 하는 방법은 참여인데 그 핵심은 바로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에 있다. 좋은 일을 하는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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