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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Nov 05. 2017

바다를 사랑하게 된 이유

그리스 하니아섬, 첫 스노쿨 06.26.2017 

그리스 하니아섬, 첫 스노쿨 06.26.2017 


그리스 하니아섬, 첫스노쿨 06.26.2017



바다는 칙칙한 청록색이었다. 거대한 바위 사이에 죽은 산호들이 볼품없이 붙어있었고, 간혹 가다 회색의 물고기들이 주변을 헤엄치는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 불규칙적인 물살이 쉴 새 없이 등을 차갑게 때리면 몸은 위태롭게 흔들렸다. 더군다나 눈 앞의 수심을 가늠할 수 없어 나는 불안했다. 고개를 들어 얼굴로 들이치는 파도 사이로 육지를 바라봤다. 멀리 여유롭게 햇볕을 쫴며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에 막연한 공포감이 몰려와 옆에 있는 그의 손을 더 꽉 잡았다. 나와는 다르게 그는 바다에서 물고기 같은 사람, 바다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손으로 전해오는 미세한 그의 체온에 나는 마음이 놓였다.


함께 바다를 여행한 지 3개월, 그를 통해 나는 서서히 바다와 친해졌다. 낯설게만 들렸던 파도소리는 어느새 새벽에 듣는 라디오처럼 편안했고, 앞을 가늠할 수 없어 깊고 어두웠던 물 속은 나의 몸을 포근히 감싸주는 침대 같은 것이 되었다. 이제는 그와 같이 물에서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를 행복하게 한건 그와 함께 바다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사랑하는 것을 따라 같이 사랑할수록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좋았다. 그 첫 번째가 여행이었고, 두 번째는 바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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