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아이 권하는 사회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 어른들이 당사자에게 대놓고 던지는 “넌 공부 잘하니?”라는 질문이라는데, 이렇게 “너 공부 잘하니?”라고 묻던 어른들을 커서 만나면 연이어 벌써 네가 대학 졸업이야? 그래 직장은? 연봉은? 애인은 있고? 결혼은? 평생의 이런 질문 공세가 이어지기 십상이다.
돌잔치에 가면 회사 상사나 집안 어른들의 이런 질문 패턴이 결혼에서 아이로 연결되는 건 당연했다.
“그래 결혼했는데 애는 왜 안 낳아? 넌 이 집 보다 먼저 결혼했잖아 ”
“네. 낳아야죠. 조금 나중에 낳을까 해요”
“빨리 낳아야지 뭔 나중이야! 빨리 낳아”
“ 아... 네... ”
막상 아이를 낳아도 더 나으라는 종용을 당했을 이런 노골적인 어른들의 훈수가 자행되던 시대에, 아이는 덕담을 가장한 부담스러운 주제 1순위로 끝없이 화두에 오르고 있었다.
어른들의 조언이 인생을 가르는 지침이 될 때도 있지만, 누군가의 이런 사사로운 질문 공세는 구속이 되어 거리감만을 만드니 이런 것이 대화의 기술 부족인지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일지 아쉬운 마음이 들뿐이다.
하지만 이제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아이는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넘어 ‘아이를 권유’하는 단계로 나간다면 이해의 차원을 넘는 것이 되어 불편해지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져봐서 좋은 것, 자기가 겪어봐서 좋은 것을 권하는 것이 좋은 권유라고 여기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개인의 취향으로 좋은 것, 만족스러운 결정이 진리처럼 남에게도 좋은 것이 되느냐는 함부로 침범해선 안 될 경계임이 분명하다.
되짚어 보면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나 자신도 이런 말들을 경계하고 주의했는지 반성하게 되지만, 그것이 종교이던, 결혼이던, 아이이던, 무엇이던 그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글 · 그림 반디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