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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Oct 27. 2022

아이 없는 삶

03. 짜장면도 못 먹는다고?


IMF를 겪고 오히려 전셋집을 줄여 나가게 된 후 얼마 후의 일이다. 남편과 오랜만의 외출에서 짜장면이나 먹으러 가자는 내 제안이 거절당하는 일이 생겼다. ‘짜장면이 싫다고 할 사람이 아닌데...’ 나름대로는 나는 형편 생각해서 대단한 음식도 아닌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 했거늘 남편은 영화 봤으니 그냥 집에 가서 밥이나 먹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못 사 먹을 정도의 음식은 아니지만 왠지 긴축 상황에선 외식을 줄여가자는 마음 때문일 거란 걸 나도 알았다.

하지만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GOD의 노래 가사 속 짜장면에 서린 아픔이 내게 배어드는 듯한 느낌이 들어 뭔가 슬프고 무서워졌다.

‘아무리 힘들어도 요즘 같은 세상에 외출해서 짜장면 하나 맘대로 못 사 먹는다고?’ 난 그날 마음이 꼬여 화가 났고 해도 너무 하려는 거 아니냐며 남편을 몰아붙였다.

결국 이후로 한동안은 외식 얘기도 꺼내지 않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그날 그렇게 툴툴거리며 돌아오는 길, 남편 마음은 편했을까?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한 또래들 모두가 아이 낳는 일엔 주저하는 커플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저출산을 걱정하는 시대가 도래된 이유 중 하나는 ‘삶의 안정이라는 바탕 없이 자녀를 갖는 계획을 먼저 세울 수 없다’는 생각이 이어지고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 확신한다.

지금의 내가 옛이야기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짜장면 하나의 가격에 고심을 하고 있는 지금의 청춘들이 어딘가 엔 분명 있을 테니.


글 · 그림 반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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