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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Jan 13. 2023

별 걱정을 다

반디울의 그림에세이


주말에 남편과 같이 가회동을 걷는데 으리으리하면서도 기품 있는 집들이 줄지어 있다.     

딱 드라마에 나오는 회장님 댁 같은 한 저택을 보며 “이 집 좋다. 문패에 회장님 이름도 있네!” 했더니,     

남편이 날 보고 멈춰 선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화 안 낸다고 약속해”     

“뭐? 뭔데?”     

“아니 약속 먼저 하라고.”     

“알았어. 빨리 말해봐”     

“이 집 맘에 들어?”     

“응 맘에 들지.”     

“사실 여기 이 집 내가 몇 년 전에 샀어. 우리 집이야.”          

아이고! 또 시작했다 싶었다. 일명 남편의 리치 개그!     

“그래? 그런데 왜 여태 안 들어가고 있어? 내일이라도 여기 살자.”     

“안 돼”     

“왜?”     

“아직 계약이 남았는데 어떻게 내일 당장 나가라고 그래. 약속은 지켜야지.”     

“그래? 계약 기간이 언젠데?”     

“장기 임대라 10년”          

한두 번도 아닌 남편의 이런 실없는 농담에도 난 또 매번 빵 터진다.



그렇게 둘이 가회동 길을 걷다가 한참 웃고 떠들다 보니, 진짜 이 집을 누가 줘서 들어가 산다 해도 문제다 싶었다.     

겨울에 이 넓은 집 난방비는?     

여름에 에어컨 다 돌리려면 전기세는?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런 집은 그런 걱정하지 않는 부자들이 사는 집이다.     

평생 서민의 스케일에서 먼저 드는 보일러, 가스, 전기세 걱정 안 하는 사람들.     

큰 외제차를 굴리면서 기름값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로또를 타서 몇 백억이 생긴 다면 그 돈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 안 하고 잘 쓸 수 있을까? 당첨이 돼도 걱정이다.     

기사에서 가끔 보는 ‘수백억 로또 당첨자 3년 만에 모두 탕진.’ 그런 기사의 주인공이 되지 않게 흥청망청 안 하겠다는 의지로 ‘어떻게 돈을 잘 유용할 것인가?’ 세부 장기 계획에 들어가다 보면 이게 이렇게 진지할 일인가 싶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참 쓸데없는 걱정의 정체는 있기나 한 것일까? 내 공상 속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것들이 진짜 찾아오면 난 어떻게 행동할까? 아이들 뽑기에 담겨진 장난감 집, 장난감 차 같은 사행성 대상들이 머릿속에 쌓였다가 허물어진다.          

공상을 반복해도 내 스케일의 범위는 넓어질 줄 모르고, 그래서 그런지 감당치 못할 그런 일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글 · 그림 반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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