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 Viagem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al IK Mar 15. 2020

영업사원

09/03/2020

 회사 파트너십 때문에 한 회사와 미팅을 잡았다.

 시간이 되어서, 세일즈맨이 찾아왔는데 꽤 젊은 여성이다. 대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고, 그걸 증명하는 듯 매우 트렌디한 제품들 예를 들어 아이워치라던가, 베젤이 독특한 안경을 쓰고 있다. 옛날 봤었던, <금발이 너무해>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느낌? 어쨌거나 꽤 출중한 외모와 불안감 반,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 반으로 앉아있는 그녀를 보면서, 대충 이야기를 해서 돌려보내고 나중에 그녀의 상사이자 결정권자(여기서는 제렌찌'Gerente'라고 한다.)와 다시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의 1시간 가까이 미팅을 했다. 그녀의 세일즈 기술이 좋다기보다는 성의가 느껴져서였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생각해보면 참 어설프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뭐 초반부터 느낌이 그랬으니까.. 이런 일들을 10년 가까이 해오다 보니까, 이제는 몇 합 붙어보기 전에 첫인상으로 어느 정도의 경력을 갖고 있고 능력인지 대략 감이 온다. 굳이 이름을 외치며 창을 꼬나 잡고 몇 합 싸워 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런 예감은 참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저 친구는 예외가 있었다. 대략 저 정도 브라질 인이라면 대충 설명해주고 나중에 울 상사랑 이야기하자라고 하고 갈 듯한데, 자신이 배운 것은 오늘 다하고 가겠다는 '결의'가 있었다. 그리고 카탈로그를 외워서 이야기하는 느낌으로 말하는데, 처음에는 어설펐지만 시간이 지나가자 '난 준비되었습니다.'라는 느낌을 주어 몰입하게 되었다.

결국 10분 정도 할 미팅을 1시간을 했고, 그녀의 세일즈 백미는 위 종이이다. 명함과 나름 신경 쓴 듯한 클립(브라질은 위와 같은 종이를 다른 종이류와 붙일 때 클립을 쓰는데, 클립도 일반 클립이 아닌 최근 유행하는 동으로 된 재질의 디자인이 들어간 것이었다. 참 브라질인들에게 볼 수 없는 디테일이었다.)으로 "2020년 대박 나세요."란 종이를 건네줬는데, 꼬깃하고 어설프지만 그걸 스스로 A4로 자신이 출력해 잘라서 준비했다는 것이 참 적잖은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위에 방문했던 세일즈맨의 외모가 매우 출중했던 터라, 직원들 중에는 내가 그녀의 외모에 넘어갔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많은 세일즈맨들을 만나보았지만, 저런 준비를 하는 이는 솔직히 처음 보았다. 한국 일본에서도 있었나?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역시 없었다.

 보란 듯이 난 저 메시지에 스티커를 붙여 책상 옆에 붙였다. 저런 부분은 좀 보고 배우라고 말이다. 직원들은 그녀의 외모에 영업당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아쉽게도 사진을 못 찍었음) 어쨌거나 저런 모습을 보며 세계 어디나 그것도 서비스 마인드라고는 1도 찾아보기 힘든 브라질에서 저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적잖은 감동이었고, 우리 직원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참고로 브라질 세일즈맨 대부분이 안내는 친절하게 하지만, 물건은 사던지 말던지이다. 참 그런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어쨌거나 저 직원을 스카우트할 계획이다. 경력이 낮은 것은 흠이지만, 그것 외에는 내가 원하는 조건(심지어 치과의사임)은 다 갖췄으므로.


#oviagem, #해외에서의 일상, #수필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워치에 대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