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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ia May 09. 2020

5월, 라마단 마케팅을 놓치지 마세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이슬람 국가를 대상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한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연휴가 1개 있다.

바로 라마단!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8%(약 1억 7천만 명)가 이슬람교도인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다. 전 회사의 자카르타 오피스에는 코란 경전을 읽고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기도실도 있었다. 또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60%(약 2천만 명)가 국교인 이슬람교를 믿는다.


반면 한국인에게 라마단은 정확히 어떤 날인지, 며칠인지, 언제인지, 금식을 한다는데 정말 아무것도 안 먹는지, 이름은 들어봤지만 세부적인 건 생소한 종교일이다.


라마단은 이미 2주 전에 시작했다. 시작을 놓치는 건 아쉽지만 괜찮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마케팅하고 있다면 끝까지 놓치지는 말자. 이번 기회에 라마단을 이해하고 광고의 문구 1개, 이미지 1개, 분기 내 예산 조정이라도 좋으니 타이밍 맞춰 컬처라이제이션을 시도해보자.


Q1. 라마단은 어떤 날인가?

라마단(رمضان, Ramadan)은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을 의미하며, 무슬림의 5가지 종교적 의무 중 하나인 금식을 행하는 달이다. 2020년 라마단 기간은 4/23~5/23이다.

라마단 금식(음식은 물론 흡연, 성관계 포함)은 신자들에게 인내와 자제력을 가르치고 소외된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신에 대한 순종을 나타내는 행위로, 금식의 계율을 충실히 지킴으로써 개인적인 과실과 악행을 속죄하고 천국에 이르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된다.

음력인 이슬람력을 따르기 때문에 해마다 라마단 시작일이 바뀌게 된다. 라마단의 시작과 끝은 종교 지도자들이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을 육안으로 관측하고 이를 발표함으로써 시작한다.


그럼 궁금해진다.

Q2. 음식을 한 달 동안 안 먹고 살 수 있어?

금식을 행해야 하는 시간은 라마단 한 달 동안 매일 일출부터 일몰 때까지다.

라마단 기간의 기도는 하루에 총 5번이다. 각각 파즈르(Fajr, 새벽/아침), 주흐르(Zuhr, 점심), 아스르(Asr, 오후), 마그리브(Maghrib, 저녁), 이샤(Isha, 밤)라 불린다.

해가 떠 있는 파즈르~마그리브 시간에 금식을 하며 방송매체와 모스크에서 해가 지는 것을 알리면 식사를 시작한다. 일몰 후 저녁 식사 시간을 이프타르(Iftar), 새벽시간 해가 뜨기 전 단식에 앞서 하는 간단한 식사를 수후르(Suhur)라고 부른다.

일몰 후 저녁 기도를 마친 가족은 한자리에 모여 하루의 성공적인 금식을 축하하며 간단한 저녁식사를 통해 가족과 종교의 유대감을 강화한다.


또 궁금해진다.

Q3. 금식을 하며 일은 해? 한 달 동안 모든 기업이 일을 안 해도 괜찮아?   

라마단 기간에는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단축 업무를 실시해 오후 4시면 일을 마친다. 가게들도 오후 4~5시경 문을 닫고, 금식이 깨는 시간에 맞춰 오후 7시경 다시 문을 연다.


Q4. 끝나면 진짜 좋을 것 같아. 금식 말고 또 특별한 게 있을까?

라마단의 하이라이트는 금식을 무사히 끝낸 것을 축하하는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 5/23~5/24) 기간이다. 마지막 날 달이 떠오름과 동시에 축제가 시작된다.

온 가족과 친척이 함께 모여 음식을 먹고, 멋을 내고, 선물을 주고받는다. 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원에 헌금을 바치고 이웃을 집에 초대하고 대접하며 덕담을 나눈다.

인도네시아는 이 기간을 르바란(Lebaran)이라 부른다. 르바란 기간은 이틀이지만 길면 두 주에 걸쳐서 축제 분위기가 지속되기도 한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는 이 기간을 하리 라야(Hari Raya)라고 부르며 이슬람이 국교가 아닌 싱가포르에서도 하리 라야는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이슬람교가 인구의 50%를 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수상과 장관의 집이 '오픈 하우스'가 되어 국민은 물론 외국인도 그들의 집을 방문할 수 있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이렇게 흥미로운 라마단,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동남아시아 라마단 마케팅을 제안합니다.


1. 한 달 동안 바뀌는 생활 패턴과 시간대에 광고 맞추기 (새벽, 저녁)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같이 무슬림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라마단 기간에 하루 생활패턴이 바뀌게 된다.


4~5시경 첫 기도 파즈르를 위해 일찍 일어난 사람들은 모바일 기기를 꺼낸다. 금식을 하며 깨어있는 사람들, 배고픔을 잊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앱에 접속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게임을 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친구들과 공감하고, 이커머스 앱에서 선물을 고른다.


Source: Making the Most of a Mobile Ramadan: Indonesia 2019, Inmobi report


실제로 Appsflyer의 2019 라마단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새벽 3~5시 사이에 말레이시아에서는 소셜미디어 공유 수가 하루 중 가장 높아졌고, 인도네시아에서 엔터테인먼트 앱 구매가 540% 급증하고, 이커머스 쇼핑 결제가 4~5시에 몰렸다고 한다.


라마단 기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모바일 광고를 진행한다면 첫 기도 전후 새벽 3~7시를 놓치지 말자.


한 가지 더, 퇴근 시간부터 모바일 트래픽이 증가하는 건 글로벌 공통이다. 라마단 기간에는 업무가 오후 일찍 끝나 일을 하지 않는다. 여전히 이프타르 전 배가 무척 고픈 시간이다. 이른 저녁 5시부터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인도네시아어를 모르지만,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Netflix의 Ramadan Pak Budi, AMIN! 이커머스 Lazada의 RAMADAN SALE, 홈 피트니스 서비스 Hustle의 운동 시간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아침 운동은 파즈르 먹고 가능할 듯)


2. 광고 메시지에 라마단 현지화 키워드 넣기


한국에서도 설이나 추석 전후에는 새해 복과 풍요를 비는 명절 인사를 이메일에 꼭 넣는다. 오히려 설, 추석 내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세요" 한 번 안 건네고 지나가는 사람과 브랜드는 어색하다.


라마단 기간 이슬람 문화권의 광고 콘텐츠에는 알라의 가호를 비는 인사말, 가족과 친지의 안녕, 소외된 사람들을 되돌아보는 따듯한 메시지를 전해보자.


Ramadan
Selamat Berpuasa!
Selamat Menjalankan Ibadah Puasa!


외국 브랜드가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면 새삼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좋아요, 댓글과 같은 인게이지먼트도 좀 더 늘어날지 모른다.


아래 인도네시아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세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살펴봤다. 메시지가 전달되는 게 필요해 자체 번역 기능을 사용했고, 분명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현지화 키워드와 의미는 전달된다.



커피 브랜드는 라마단 시작일에 맞춰 모스크 이미지와 함께 라마단의 거룩한 달을 환영한다. 딜리버리 브랜드도 음식이 아닌 감성적인 메시지(라마단, 일자리, 어려운 달, 모두를 위해)를 강조한다. 이커머스는 온라인 쇼핑이 에너지를 쓰지 않고 물건을 사는 실용적인 방법이라는 귀여운 셀링을 해본다.


반면 콕 집어 올리지는 않겠지만 한국 브랜드(관광, 웹툰, 화장품, 커머스 등)의 인도네시아 어카운트에서 위와 같은 라마단 메시지, 행동 패턴, 문화 키워드를 활용한 콘텐츠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본문 캡션에 라마단, 금식을 언급이라도 한 한국 브랜드를 보면 칭찬해주고 싶어 좋아요를 눌렀다.


5/23까지 아직 2주가 남았다. 지금이라도 해보는 건 어떨까?


브랜드 특성에 맞게 모바일 게임 서비스라면 "친구와 함께 플레이하며 수흐르/이프타르 전 배고픔을 잊어보세요", 이커머스 서비스라면 "주변을 되돌아보는 라마단 기간, 1+1 상품을 구매해 가까운 이웃에게 선물하세요.", 영상/웹툰과 같은 콘텐츠 서비스라면 "첫 기도 전에 한 편씩, 일찍 일어난 친구에게도 공유하세요"와 같은 메시지를 만들어보는 건 어렵지 않다.


3. 라마단의 끝, 5/23 축제를 놓치지 말자


인도네시아의 '르바란'과 말레이시아의 '하리 라야 푸아사', 금식을 하는 이들에겐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다. 라마단 전후로 선물용 주방용품과 미용용품, 생활가전 등의 판매가 증가한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라마단이 끝나는 날, 화려한 메이크업과 의상을 차려입은 사진을 올리곤 했다. 재작년 라마단 기간에는 K-뷰티 브랜드의 현지 인플루언서 메이크업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다시 검색해보니 Hari Raya, Lebaran를 준비하는 메이크업 튜토리얼 콘텐츠가 더 많아졌다.


육아 및 키즈 인플루언서의 가족 선물 구매 하울, 하리 라야 메이크업 튜토리얼 등의 라마단 관련 콘텐츠, YouTube


인도네시아 시장에 주방용품, 미용용품, 생활가전을 수출하는 K-뷰티, 이커머스 브랜드라면 위에서 언급한 시간대와 키워드를 살려 라마단이 끝나기 전에 광고를 집중해보자.


일반적으로 라마단이 끝나면 외부 활동 시간이 다시 늘어나며 소셜미디어, 모바일 앱 사용량이 줄어든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COVID-19로 라마단이 끝나도 재택 할 수밖에 없다. 아쉬운 마음에 인도네시안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Source: During Ramadan in Malaysia and Indonesia, technology helps out all month long, Google report


인도네시아 친구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니 이미 가족, 친지와 함께 모여 하루의 금식을 축하하는 이프타르 시간에도 비디오 콜을 사용하고 있다. Virtual Iftar 2020!


떨어져 사는 친척과 친구를 만나러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는 라마단이다. Hari Raya, Lebaran에 맞춰 단체 비디오 콜을 하거나 음식과 선물을 서로에게 배달 보내는 행동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인내와 자제력을 강조하는 라마단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서비스도 있을 것 같다. 바로 데이팅 앱! 이들은 라마단이 끝나가는 타이밍에 화상 채팅 기능을 강조하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만 2억(인도네시아 1억 7천만 명, 말레이시아 2천만 명) 인구가 있는 시장이다. 올해 라마단 마케팅의 묘미는 그간의 트렌드를 활용하는 동시에, COVID-19의 영향을 아우르며 유저의 행동 변화 관찰과 빠른 테스트를 해보는 게 되리라 본다.



참고 자료

Appsflyer, Ramadan in Southeast Asia, 2019 App market insight report

Google, During Ramadan in Malaysia and Indonesia, technology helps out all month long

Google, Connecting with digital consumers during Ramadan

Inmobi, Making the most of a mobile ramadan: Indonesia 2019

Wiki, Ramadan

매일경제, '한 달 간 금식, 라마단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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