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몰라도 되는 역사?

by 안분지족

“역사는 그냥 시험 과목이지, 뭐.”

가은은 교실 뒷자리에서 이어폰을 꼽고 틱톡을 넘겼다.
졸업시험이 끝난 중학교 3학년 겨울, 친구들은 졸업사진, 메이크업 체험, 고등학교 가서 만날 애들 얘기로 한창이었다.

가은은 그런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독립운동’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그녀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아직도 독립운동 같은 걸 왜 배워야 해요?”

서대문형무소 체험학습 안내장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방학 숙제 겸 역사 프로젝트.
가은에겐 그냥 해야 할 일 중 하나였다.

창밖에선 아버지의 뉴스 소리가 들려왔다.

> “오늘 광화문에서는 친일 역사관 논란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촛불 집회가 열렸습니다.”



가은은 TV를 끄고 스마트폰 화면을 켰다.
한 친구가 졸업사진에 태극기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댓글엔 “너무 국뽕 ㅋㅋ”부터 “멋있다”는 반응이 섞여 있었다.

가은은 생각했다.

‘나라? 솔직히 우린 그냥 평범하게 살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 주 금요일.
서대문형무소 체험학습 날.

전시실 유리 너머, 바랜 태극기 조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그것만 이상하게 선명했다.
손을 뻗은 순간—

‘퍽.’

눈앞이 번쩍, 그리고 무너졌다.
색이 사라지고, 공기가 바뀌었다.
익숙한 세계가 마치 오래된 필름처럼 찢어졌다.

가은은,
그 순간까지는 몰랐다.
“기억하는 것”이 때론 싸우는 일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