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가는 길은 다음과 같이 생겼다.
하루에 도서관을 두 번 간다.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12시경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①번 길로 간다. 매번 신이 난다. 어제 읽던 책을 마저 읽어야지, 그리고 오늘 꾼 꿈을 일기로 써야지 하고. 그러나 한 시간 정도 작업을 하다가 졸기 시작한다. 꾸벅꾸벅 졸다가 이내 괴로워진다. 잠과의 싸움 끝에 저녁 5시가 되면 배가 고프고 기력이 쇠한다. 너무 오래 밖에 있는 것 같다. 내 방이 그립다. 그래서 초저녁잠을 자러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온다.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워 게임을 하고 밥을 차려 먹은 뒤 잠을 자고 일어난다. 그런데 왠지 도서관에 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두 번째 길로 간다. 자전거는 집에 두고 걸어간다. 최대한 늦게 도착하려고...
두 번째 길은 ②+③+Ⓐ+④+⑥로 이루어져 있다. ②의 도로를 따라 걸으면 ③내천이 나온다. 내천을 따라 조금 뛰다가 걷기를 반복한다. 내천에는 내가 좋아하는 흔들의자 Ⓐ가 두 개나 있다. 흔들의자에 앉으면 내천과 느티나무가 보인다. 그곳에 앉아 한 시간 정도 멍하니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며 해가 지기를 기다린다. 종종 아이들이 흔들의자를 발견하고 신이 나서 내 쪽으로 달려오는데, 아이 아버지는 ‘안 돼, 거기 사람!’ 하고 아이들을 제지하고, 나는 아이들에게 의자를 내어주지만, 아이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별 미련 없이 다시 뛰어가고 아이들 아버지는 ‘앞에 봐, 앞에!’ 하고 소리친다. 아이들은 앞만 빼고 다 보니까. 나는 조금 더 흔들거리다 해가 지면 다시 걷는다. 좀 더 걸으면 ⑤번과 ⑥로 나누어진다. ⑥은 작은 굴인데, 내 상상의 친구 뇌이쉬르마른이 몰래 파놓은 굴로 내 눈에만 보인다. 도서관에 가기 전에 꼭 이 굴을 지나간다. 처음엔 걸어들어가지만, 점점 좁아지고 낮아져 기어서 통과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알 수 없는 식물이나 나뭇가지에 긁혀 상처가 나기도 하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흙에 맞기도 한다. 사실 나는 흙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은밀한 식생활에 대해 털어놓자 뇌이쉬르마른은 ‘영양가가 없는 물질에 대한 갈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실제로 이식증이라는 병명으로도 등재되어 있다고 했다. 철 결핍으로 인한 빈혈이 있을 때 나타나는데 이식증이 있는 사람들은 생쌀이나 흙, 얼음, 페인트 등을 먹는다는 것이다. 뇌이쉬르마른이 말하길 머콜라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양가가 없는 물질을 찾는 현상은 영양 결핍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얼음을 씹는 것은 철분 부족이나 빈혈증의 증상일 수 있습니다. 얼음을 씹는 것에 중독된 사람은 얼음을 찾거나, 심지어 (얼음을 씹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냉동실의 서리까지도 먹습니다... 이식증의 증상은 수 세기 동안 존재해왔지만, 젊은 의사들은 <영양가가 없는 물질에 대한 갈망>과 영양 결핍 사이의 관계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뇌이쉬르마른은 내가 흙과 얼음을 좋아하는 건 피가 부족해서라며, 손수 굴을 파 주었다. 나와 흙과의 친교를 위해서. 이 굴은 뇌이쉬르마른이 나만을 위해 만든 놀이터이자 흙 냉장고이다. 굴은 시원하다. 나는 누워서 흙냄새를 맡다가 한두 점의 흙을 먹어도 보고, 몸 위에 흙을 덮는 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이내 잠이 솔솔 와 몸을 돌돌 만 채 잠깐 잠들고, 악몽을 꾸고는 훌쩍이며 일어나 이불보다 보드라운 흙에게 위로를 받는다. 흙에 덮인 나 자신이 마치 무덤 속에 있는 기분이 들어 갑자기 조금 무서워진다. 조금 더 기어가면, 작은 물웅덩이가 나온다. 여기서 세수를 하고 이에 낀 흙을 물로 헹구어 삼킨다. 그렇게 굴에서 빠져나와 온몸에 묻은 흙을 털고, 손톱 아래 낀 흙을 파낸다. 이 굴에는 세상의 거리 개념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굴의 길이를 계산하는 것은 어렵다. 이제 나는 ⑥번 길을 따라 쭉 걷는다. 다리 하나를 더 건너면 도서관이 나온다. 이것이 도서관을 가는 두 번째 길이다. 그렇게 해서 아침과 달리, 도서관 가는 길은 7분에서 한 시간 반으로 연장되고, 나는 도서관에 늦게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늦게 도착한 만큼, 책과 떨어진 시간이 길어지고, 책과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 들고, 그래서 반갑게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