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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강성 May 27. 2024

통섭과 투자 (2)

주식과 투자 이야기 (8)

2부 투자 심리


2부에서는 사람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심리학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행동을 다루지만, 개인적 의사결정과 집단적 의사결정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특히 시장을 이해하려면 집단적 의사결정이 정말로 중요하고, 개인의 견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물론 개인의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서 2부에서는 스트레스가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사람들이 설득에 이용하는 수법들, 직관의 양면성들도 다룬다.

[출처 《통섭과 투자》]

들어가는 글


애연가 퍼기 피어슨(Puggy Pearson)은 도박계의 전설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중학교도 마치지 못했지만 그는 도박 분야에서는 놀라운 기록들을 세웠다.


1973년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orld Series of Poker)에서 우승했고, 당구 랭킹 세계 10위 안에 들기도 했으며, 프로 골퍼와 내기 골프를 쳐서 7,000달러를 따기도 했다.

[퍼기 피어슨 출처 구글 이미지]

비결이 무엇일까? 퍼기는 말한다. “세 가지 원칙을 지켰습니다. 승률 60%, 자금 관리, 주제 파악(knowing yourself). 바보도 이 정도는 알잖아요.” 앞의 두 원칙이 투자철학에 해당한다면, 세 번째 ‘주제 파악’은 투자 심리에 해당한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연역 처리 기계(deductive processing machine)로 취급한다. '일반적인 가정'을 통해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주 단순한 상황을 제외하면 인간은 연역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인간은 실제로는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도 패턴을 찾아내려 하는 불합리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투자에는 상호 작용, 확률, 소음이 개입된다. 따라서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하려면 투자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투자 심리에 관한 모든 답을 손쉽게 얻을 수는 없으므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퍼기 피어슨은 “인생 만사가 심리”라고 말했다.


*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징되는 고전파 경제학을 계승한 학파로, 정부의 적극 개입을 주장한 케인스 경제학에 대응해 형성된 학파다.

'합리적 인간'이 논리의 바탕이며, 이 이론의 대전제는 다음과 같다.
-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 체계는 합리적이다.
- 기업은 이윤을, 소비자는 효용을 극대화한다.
- 사람들은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고 이를 최대한 활용한다.

수학적 분석방법과 경험주의, 도구주의를 강조하여 모든 경제학의 영역 및 사회과학으로 침투하였으며 그 결과 현대 재무학(Financial Economics)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에 의해 탄생하였다.

이 학파로 여겨지는 경제학자로는 윌리엄 제본스, 레옹 발라스, 존 베이츠 클라크, 알프레드 마샬, 폴 새뮤얼슨 등이 있다. [출처: 위키백과, 나무위키]
[윌리엄 제본스, 존 베이츠 클라크, 알프레드 마샬, 폴 새무얼슨 출처 구글 이미지]

제10장 아침부터 몰려오는 스트레스


이번에도 명확해졌지만, 지금처럼 사건이 지극히 복잡해지면서 빠르게 진행되면 정말 대처하기 어렵다.
–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The Structure of the International Financial Sysytem"
[앨런 그린스펀 출처 구글 이미지]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에 의해 예측력과 통제력을 상실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경제와 자산운용업의 추세가 지속적으로 달라지는 데 따른 예측력 및 통제력 상실에서 펀드매니저들의 스트레스 대부분이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펀드매니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기 실적에 집중하기 쉽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사람도 동물처럼 먼 미래의 큰 보상보다 당장 얻는 작은 보상을 선호한다.


포트폴리오 회전율을 보면 펀드매니저들이 단기에 집중하는 추세를 알 수 있다. 1950년대 포트폴리오 회전율은 약 20%였는데, 2006년에는 회전율이 200% 이상인 주식형 펀드가 7%에 이르고, 100%가 넘는 펀드는 33%나 된다. 회전율이 30% 미만인 펀드는 25%에 불과하다.


1997년 모닝스타는 미국 주식형 펀드를 대상으로 회전율과 실적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투자 기간을 막론하고, 회전율 낮은 펀드가 회전율 높은 펀드보다 실적이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고위험 펀드는 회전율이 높을 때 실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학계의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부하들을 시켜서 자신을 돛대에 묶었다. 펀드매니저들이 예측력과 통제력 상실감에 시달리면 단기 매매에 유혹을 느낀다. 오디세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펀드매니저들도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심리 때문에 발생했다면 심리로 풀어야 한다.


제11장 타파웨어 파티 - 타파웨어 파티가 투자자에게 주는 교훈


타파웨어 파티 운용 방식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영향력 행사 수단도 알고 있을 것이다.
–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Influence: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타파웨어는 심리를 조종해 과소비를 조장하는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이 시스템은 잘 먹혔고 전염성도 강했다. 파티를 통해 수십 년간 수십억 달러나 팔아먹었다.
– 휘트니 틸슨(Whitney Tilson)의 “Charlie Munger Speaks –Part 2”
[치알디니와 휘트니 틸슨 출처 구글 이미지]

치알디니(Robert Cialdini)가 제시한 설득에 관여되는 6가지 심리 원칙은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인정, 호감, 권위, 희귀성"이다. 치알디니가 명확하게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6가지 원칙이 진화 심리에서 유래했다고 생각한다. 이들 원칙은 인류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 원칙들은 하나로도 강력하다. 그러나 결합해 이용하면 더 강력해져서, 찰리 멍거가 말하는 이른바 롤라팔루자(lollapalooza, 음악, 댄스, 희극이 동시에 열리는 미국 축제) 효과가 발생한다.

[롤라팔루자 축제 출처 구글 이미지]

'타파웨어 파티'는 6가지 원칙 중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인정, 호감”의 4가지를 이용하며, 이른바 ‘타파웨어 컨설턴트’를 통해 연 매출 약 10억 달러를 창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상호성의 원칙인데, 파티 초기에 퀴즈 게임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일부 제품을 선물로 나누어준다. 이미 구입한 제품들의 사용 소감을 공유하라고 권하는 것은 일관성 원칙의 증거다. 판매가 시작되면 다른 사람들도 그 제품을 원한다는 사실이 나타나므로 사회적 인정 원칙이 작동한다.


가장 강력한 타파웨어 공식은 호감의 원칙일 것이다. 제품 구매를 권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친구이기 때문이다. 타파웨어 교본에서는 컨설턴트에게 ‘공감(feel), 동조(felt), 부탁(found) 기법’을 이용해서 판매하라고 권유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하는 치알디니의 원칙 3개는 “일관성, 사회적 인정, 희귀성”이다.


일관성: 보유 종목을 동료에게 권유하거나 공개적으로 추천했다면 의견을 번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일관성 원칙을 완화하는 방법 하나는 세상을 확률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어느 분야든 확률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면 필요할 때 견해를 쉽게 바꿀 수 있다.


사회적 인정: 투자 분야에도 사회적 인정을 추구하는 심리가 상당히 존재한다. 투자란 서로 의견을 맞추어보는 일종의 사회적 활동이다. 투자 의견이 한목소리를 내거나 주가가 극단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사회적 인정을 추구하다 입을지 모르는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희귀성: 끝으로, 희귀성도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희귀한 정보를 원한다. 문제는 정말로 희귀한 정보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가지 방법은 시장의 기대를 역으로 분석해 말이 되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제12장 준비 완료! - 감정과 의사결정


우리가 어떤 일을 평가할 때는 생각뿐 아니라 감정에도 좌우된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위험은 과소평가하고 보상은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싫어하는 일이라면 위험은 과대평가하고 보상은 과소평가한다. 이런 위험 보상 모형에서는 생각보다 감정에 더 우선적이고 직접적으로 좌우된다.
– 폴 슬로빅(Paul Slovic), 엘렌 피터스(Ellen Peters), 도널드 맥그리거(Donald MacGregor), “분석된 위험과 감지된 위험(Risk as Analysis and Risk as Feelings)”

간혹 우리는 다양한 대안들의 장단점을 저울질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나는 X를 지지한다”라는 말은 “나는 X가 좋아”라는 의미에 불과할 때가 너무도 많다. 우리는 ‘좋아하는’ 차를 사고, ‘마음에 드는’ 직업과 주택을 선택하고 나서, 온갖 구실로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한다.
– 로버트 자욘스(Robert B. Zajonc), “Feeling and Thinking: Preferences Need No Inferences”

주로 감정으로 표현되는 생태계 제어 메커니즘의 작용이 아니었다면 개체 단위든 진화를 통해서든 인간의 추론 능력은 발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추론 능력이 발생되었다 해도 제대로 살아가려면 상당 기간 경험해온 감정에 의존했을 것이다.
– 안토니오 다마시오(Antonio Damasio), 《데카르트의 오류(Descartes’ Error: Emotion, Reason, and the Human Brain)》
[폴 슬로빅, 로버트 자욘스, 안토니오 다마시오 출처 구글 이미지]

감정과 의사 결정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시오(Antonio Damasio)의 실험에 의하면, 한 환자는 집중력, 기억력, 논리력 등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필요한 모든 능력을 온전하게 보유하고 있었지만, 뇌의 감정 능력에 손상을 입게 되자일상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카드 뒤집기 실험'(2벌은 이기는 패, 2벌은 지는 패로 구성된 카드 4벌을 주고 그 중 하나를 골라 계속 뒤집게 함)을 통해, 참가자들이 승패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무의식적으로 감을 잡았고, 확실한 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조차 무의식적인 신체 반응을 통해 의사결정을 인도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뇌의 감정 영역이 손상된 환자들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직관 체계와 추론 체계


노벨상 수상 강연에서 대니얼 카너먼은 두 가지 의사결정 체계를 설명했다.하나는 '직관 체계'로서, “빠르고, 반사적이며, 무의식적이고, 통제하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추론 체계'로서, “느리고, 노력이 필요하며, 순차적이고, 통제가 가능하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카너먼 출처 구글 이미지]

카너먼에 의하면, 직관 체계는 사물이 주는 ‘인상(impression)’을 직관적으로 인식한다. 이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추론 체계는 모든 ‘판단’ 과정에 개입한다. 하지만 ‘인상’이 영향을 미치면 부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다마시오에 의하면, 직관 체계와 추론 체계는 분리가 불가능하다. 추론 체계(이성)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려면 직관 체계(감정)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여기서 투자자는 다음 두 가지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인가? 둘째, 인상은 위험과 보상에 대한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감정 휴리스틱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하나가 정신과 의사들이 말하는 이른바 ‘감정(affect)’이다. 감정은 어떤 자극에 대해 발생하는 긍정적·부정적 느낌이다. 예를 들어 ‘보물’ 같은 단어를 들으면 긍정적인 느낌을 받고, ‘증오’ 같은 단어에는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감정은 전망 이론, 즉 인간이 손실을 볼 때 느끼는 고통은 이익을 얻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2.5배나 크므로 위험한 대안을 선택할 때는 손실을 회피한다는 이론의 효과를 증폭한다.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감정적 편향 탓에 손실을 더욱 심하게 회피할 수 있다.


사람들은 투자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면 위험은 무시하고 수익은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투자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위험은 중시하고 수익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투자의 대가들은 이런 감정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아마도 대가들의 직관 체계는 특성이 다른 듯하다.


[출처 구글 이미지]

직관 체계는 흔히 외부 세력에 의해 조작당할 때 오류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고다. 광고는 대개 강렬한 인상을 이용해서 우리 감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 따라서 손익과 확률을 평가할 때는 손익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있어야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직관 체계는 문제가 비선형이거나 비정상일 때도 오류가 발생한다. 문제가 비선형일 때는 인과관계를 1차함수로 표현할 수 없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가 비정상일 때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통계적 속성이 바뀌므로, 과거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주식시장은 비선형인 동시에 비정상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주식의 기댓값을 평가할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개인의 감정과 집단의 감정


감정은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릴까? 개인은 저마다 경험과 사고방식이 다르므로, 똑같은 사건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시장은 개인 견해의 집합이므로, 개인들의 감정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다.


감정과 이성은 분리할 수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으므로, 감정이 미치는 영향에 유의하면서 손익과 확률을 가늠한다면 장기적으로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제13장 구피의 짝짓기 - 모방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면 사람들은 대개 서로 모방한다.
– 에릭 호퍼(Eric Hoffer), 《The True Believer》
[에릭 호퍼과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암컷 구피는 밝은 오렌지색 수컷을 유전적으로 선호한다. 그러나 다른 암컷들이 어두운 색 수컷을 선택하는 장면을 보여주자, 암컷 구피 일부도 어두운 색 수컷을 선택했다. 놀랍게도 이들은 자신의 본능을 억제하고 다른 암컷을 모방하는 사례가 많았다.


구피에게 짝을 선택하는 원칙이 있듯이, 사람들에게도 대개 기본적인 투자철학이 있다. 그리고 구피가 가끔 원칙을 무시하고 모방하듯이, 펀드매니저들도 모방에 이끌릴 때가 있다. 그러면 모방은 투자에 유리할까, 불리할까?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


다른 분산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금융시장도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이 균형을 이룰 때 원활하게 돌아간다. 긍정적 피드백은 변화를 확대하는 반면, 부정적 피드백은 변화를 축소한다. 하나가 지나치게 커지면 균형이 무너진다.


시장에서 부정적 피드백의 대표적인 예가 차익거래(arbitrage)다. 실제로 차익거래는 시장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예컨대 어떤 증권의 가격이 내재가치에서 벗어나면, 차익거래자들은 그 증권을 매수하거나 매도해 가격과 내재가치 사이의 괴리를 축소한다.


반면에 긍정적 피드백은 변화를 확대한다. 눈덩이 효과, 폭포 효과, 증폭 등이 긍정적 피드백의 사례다.


긍정적 피드백은 현명한 결정을 촉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유망한 신산업에 일찌감치 투자해 좋은 성과를 거두면, 다른 사람들도 앞다투어 투자함으로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또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도 유용할 수 있다. 새들은 옆의 새를 모방하는 행동 덕분에 포식자를 피할 수 있다.


앞의 개미를 따르다


모방은 긍정적 피드백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예컨대 모멘텀 투자(momentum investing)에서는 상승하는 주식은 계속 상승한다고 가정한다. 모멘텀 투자자가 많아지면, 주가가 계속 상승한다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 실현될 수 있다.


모방도 합리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다른 투자자가 나보다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거나, 군중에 속해 있을 때 안도감을 느끼느 경우 등이다. 긍정적 피드백이 바람직한 상황에서는 모방이 타당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 피드백이 지나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금융경제학에서 군집행동은 수많은 사람이 남들을 모방해 똑같은 결정을 하는 행위로 묘사된다. 이런 군집행동은 긍정적 피드백이 우세할 때 나타난다. 이때는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 사이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이므로 비효율적인 시장이 된다.


모방에 의한 비효율은 군대개미(army ant)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앞을 못 보는 일개미들은 바로 앞에 있는 개미의 페로몬을 쫓아서 따라가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앞의 개미를 따라가는 일개미의 숫자가 증가해 임계점에 이르면 이른바 원형 선회(circular mill, '앤트 밀'이라고도 한다) 현상이 발생해, 개미들이 탈진해서 죽을 때까지 원을 그리며 돌게 된다. 결국 일개미 일부가 죽어서 이탈하면서 원형 선회 현상이 소멸되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군집행동 사례


저명한 투자가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는 자신의 투자철학에서 긍정적 피드백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의 재귀 이론(reflexivity theory)에 의하면, 기업의 주가와 펀더멘털 사이에 긍정적 피드백이 작동하면 주가 폭등과 폭락이 발생할 수 있다. 소로스는 이 추세를 이용해서 매수하거나 공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다음은 금융 분야에서 드러나는 군집행동 사례들이다.


• 뮤추얼 펀드: 러스 워머스(Russ Wermers)에 의하면, 특히 소형주 펀드와 성장주 펀드들에서 군집행동의 증거가 나타난다. 이들 펀드가 매수한 종목들은 매도한 종목들보다 이후 6개월 수익률이 4% 더 높았다.


• 애널리스트: 이보 웰치(Ivo Welch)에 의하면,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의 매수・매도 의견은 다른 애널리스트의 의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애널리스트들은 대개 주변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을 살펴보고 나서 자신의 의견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 두꺼운 꼬리(fat tail)*: 경제물리학자들은 단순한 군집행동 모형을 이용해서 현재 시장 수익률의 두꺼운 꼬리 분포를 반영하는 모형을 개발했다. 이 모형은 효율적 시장 가설보다 실제 시장을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양쪽 끝값의 발현 확률이 정규분포곡선보다 높은 경우를 의미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일반적으로 시장은 긍정적 피드백과 부정적 피드백이 공생하면서 균형을 유지한다. 투기자들이 고가 매수 저가 매도로 시장을 교란하면 시장에서 바로 축출된다. 게다가 차익거래자들은 저가 매수 고가 매도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킨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피드백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모방에 휩쓸려 한 방향으로 몰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때는 구피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제14장 행동재무학을 경계하라 - 행동재무학 오용의 위험성


개별 경제 단위들을 동원해서 최적화를 시도하지 않더라도 실물 경제는 경쟁 균형에 근접할 수 있다. 인간이 복잡한 과제를 최적화하지 못하더라도 경쟁 균형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다. 복합한 경제 시스템에서조차 개별 경제 단위들에 관한 매우 약한 가정들로도 경쟁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 – 안토니 보슈-도메네크(Antoni Bosch-Domènech), 샤이암 선더(Shyam Sunder), “보이지 않는 손 추적(Tracking the Invisible Hand)”

경제학이 행동 분야가 아니라고요? 그러면 도대체 무슨 분야라는 말인가요?
– 찰리 멍거(Charlie Munger), 《Psychology of Misjudgement(오판의 심리학)》
[안토니 보슈-도메네크와 샤이암 선더 출처 구글 이미지]

고전경제학에서는 모든 사람이 선호가 똑같고, 모든 대안을 완벽하게 알고 있으며, 자신이 결정했을 때 나오는 결과도 이해한다고 가정한다. 행동재무학자들은 고전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해서 사람들과 시장의 행태를 설명하려고 한다.


행동재무학이 제시하는 핵심 주제는 두 가지다. 첫째, 시장의 비합리적인 행태를 체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가? 둘째, 투자자는 어떻게 하면 비합리적인 결정을 피할 수 있는가? 행동재무학은 실제로도 최대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투자에서 심리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행동재무학을 오용할 위험이 있다.


행동재무학의 선두 주자 허시 셰프린(Hersh Shefrin)은 다음과 같이 썼다. “행동재무학에서는 휴리스틱(heuristic) 편향과 프레이밍(framing) 효과 탓에 시장가격이 내재가치에서 벗어난다고 가정한다.” 요컨대 시장은 비합리적인 개인들의 집합이므로 시장 역시 비합리적이라는 말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그러나 개인 차원에서 보면 투자자는 줄곧 과신, 정박(anchoring), 프레이밍(framing), 확증의 덫 등 심리의 덫에 빠져들지만, 집단 차원에서 보면 이런 개인들의 불합리한 행태는 상쇄되어 사라진다. 요컨대 개인들이 비합리적일 때도 시장은 여전히 합리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단지 투자자의 다양성만 충분히 유지되면 된다.


문제는 ‘개인들이 비합리적인가?’가 아니라, ‘개인들이 같은 시점에 같은 방향으로 비합리적이 되는가?’다. 그러므로 초과수익을 달성하려면 개인 차원은 물론 집단 차원에서도 투자자들의 행태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행동재무학자들은 개인과 집단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때가 많다.


행동재무학 전문가들도 투자자들의 다양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있다. 안드레이 슐라이퍼(Andrei Shleifer)는 탁월한 저서 《Inefficient Markets: An Introduction to Behavioral Finance(비효율적 시장: 행동재무학 소개)》에 다음과 같이 썼다.


투자자가 합리적인가 여부가 효율적 시장 가설의 사활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시장은 여전히 효율적일 것이다. 흔히 논의되는 사례는 비합리적인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무작위로 거래하는 상황이다. 이런 투자자가 많고 이들의 매매 전략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면 이들의 매매가 미치는 영향은 상쇄될 것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주가가 내재가치에 근접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문제는 행동재무학자들이 투자자들의 다양성을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특수한 상황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요약하면, 투자자들은 비합리적이고 이들의 매매 전략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므로 시장은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차익거래도 불충분해서 시장의 효율성을 회복시킬 수 없다. 따라서 시장은 일반적으로 비효율적이며, 간혹 예외적으로 효율적일 뿐이다.


인간의 행동은 비합리적이지만, 관건은 ‘다양성이 확보되어 효율성이 나오는가?’다. 여러 차원, 즉 정보의 원천, 투자 기법(기술적 분석 vs 기본적 분석), 투자 스타일(가치투자 vs 성장투자), 투자 기간(단기 vs 장기)에 걸쳐 생각해보면, 대개 다양성만 확보되어도 시장이 효율적이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제15장 케인스 가라사대 - 대중이 예상하는 ‘대중의 견해’는?


투자 전문가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우리 장래를 뒤덮은 무지한 암흑 세력 퇴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실제로 투자 전문가들이 은밀하게 추구하는 목표는 동료와 함께 반칙까지 동원해서 대중을 속여 불의한 수익을 차지하는 것이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케인스와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12장. 장기 예상’에서 주장한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투기와 사업


케인스는 미래 수익률 예상의 근거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어느 정도 확실한 사실이고, 하나는 불확실하지만 예측해야 하는 사건이다. 불확실한 사건에는 투자의 규모와 유형, 수요 등락 등이 포함된다. 그는 이런 사건에 대한 예상을 ‘장기 예상’이라고 부른다.


대부분 사람들은 예측할 때 이른바 ‘관행’에 의존한다. 즉,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삼고, 명확하게 변화가 예상될 때 수정한다. 수정 규모는 ‘확신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확신 수준은 예상할 수가 없다. 시장은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심리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케인스는 관행이 원래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사업(enterprise)’, 즉 수명이 끝날 때까지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예측하는 활동이 아니라 ‘투기(speculation)’, 즉 시장 심리를 예측하는 활동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는 시장을 미인 선발 대회에 비유한다. 여기서는 자신이 보기에 최고의 미인을 고르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최고의 미인을 고르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예상하는 평균적인 의견을 예상해내는 것"이다.


장기 예상은 대개 안정적이며, 안정적이지 않을 때는 다른 요소들이 보상을 제공한다. 다시 말하지만,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정치적, 경제적) 의사결정들이 엄격하게 계산한 기대를 근거로 도출된 것은 아니다. 엄격하게 계산할 근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케인스는 여기에 탁월한 의견을 덧붙인다. “사업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때는 투기가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사업이 투기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면 거품이 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경제학자 브라이언 아서(Brian Arthur)는 귀납법과 연역법을 이용한 종목 선택 등 해법 개발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인간은 지극히 단순한 문제만 연역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아서는 지적한다. 실험에 의하면, 인간의 연역 능력은 실제로 매우 취약하다. 반면에 패턴 인식 능력은 탁월해서, 인간은 귀납 기계라 부를 만하다. 다만, 전략이 다양하면 귀납법으로도 연역법과 비슷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한다.

[브라이언 아서와 그의 논문 “Complexiy in Economic Theory” 출처 구글 이미지]

케인스와 아서는 시장에 관한 기본적 사실을 끌어냈다. 엄격한 연역법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종목을 선택하는 사례는 많지 않고, 많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한마디 덧붙이면, 전략이 다양하기만 해도 시장은 효율적이 된다. 그러나 전략의 다양성이 부족해지면 시장은 효율성을 상실한다.


착각(후견지명 편향)


후견지명은 과거에 발생한 일도 나중에 돌아보면 당연해 보이는 현상이다. 이는 문제가 발생한 과거 시점의 불확실했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후견지명 편향에 빠지면, 자신이 과거에 왜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지 반성하기 어려워진다. 결정할 당시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기록해두는 것이 한 가지 해결책이다. 그러면 나중에 그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 결정을 객관적으로 반성할 수 있으므로, 향후 의사결정을 개선할 수 있다.


제16장 자연주의적 의사결정


의사결정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전쟁터, 거래소 입회장, 경쟁이 치열한 기업 환경 등) 복잡하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대개 직관이 합리적인 분석에 우선한다는 점을 실감한다. 그리고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직관은 선천적 자질이 아니라 기량이다.
– 토머스 스튜어트(Thomas A. Stewart), “직관적 사고법(How to Think with Your Gut)”


의사결정은 유서 깊은 연구 분야다. 250년 전 다니엘 베르누이(Daniel Bernoulli, 스위스 수학자)가 개발한 고전 의사결정 모형은 여전히 경제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권위적인 모형이다. 이는 문제의 틀을 구성하고 대안들을 만들어 내서 각 대안들을 평가함으로써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1950년대에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인간은 인지 능력의 한계 때문에 이 고전 의사결정 모형에서 요구하는 정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인간은 합리성에 한계가 있으므로, 최적 결과가 아니라 ‘최소 조건 충족’이 의사결정 기준이라고 보았다. 그는 사람들이 최대 성과를 추구하지 않고 작은 성과에 만족한다고 주장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과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최근 자연주의적 의사결정(naturalistic decision making)이라는 새로운 기법이 등장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복잡하고 제약 많은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의사결정을 실시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기법이다. 분석에 의하면, 자연주의적 의사결정의 핵심 특징과 원칙들은 노련한 투자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한다.


의사 결정 트리


최근 논문에서 로버트 올슨(Robert Olsen)은 투자와 관련된 자연주의적 의사결정의 5가지 조건을 열거했다.


  1. 구조가 부실하고 복잡한 문제: 이런 문제에는 적절한 해결 방법이 없다. 증권의 내재가치 평가가 전형적인 예다.

  2. 불완전하고 모호하며 변화하는 정보: 우리는 미래 재무 실적을 추정해 종목을 선정하고자 하지만, 관련 정보를 모두 입수할 방법이 없다.

  3. 정의가 부실하고 변화하며 상충하는 목표들: 투자에서 장기 목표는 명확해 보일지 몰라도, 단기 목표는 크게 바뀔 수 있다.

  4. 시간 제약과 거액 투자에서 오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투자의 필연적 특성이다.

  5. 다수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다수가 참여하는 탓에 의사결정이 제약될 수 있다.


자연주의적 의사결정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올슨은 그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주로 심상(心像, 감각에 의하여 획득된 현상이 마음 속에서 재생된 것)과 시뮬레이션에 의지해 상황과 대안들을 평가한다.
2단계에서는 패턴을 비교해 문제를 인식한다. 전문가들은 알고 있는 패턴을 특정 상황에 연결할 수 있다.
3단계는 유추(類推)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유사성을 찾아낼 수 있다.


자연주의적 의사결정에서 나타나는 매우 흥미로운 특성 하나는 전문가들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이다. 연구자 레이 크리스티안(Ray Christian)은 의사결정에서 무의식이 일정 역할을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한 시점에 신체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 중 우리가 인식하는 정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체 감각 기관의 수용 능력은 초당 11메가비트(1메가비트는 100만 비트)이지만, 인식 능력은 초당 16비트여서 70만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로버트 올슨은 자연주의적 의사결정이 실제로 투자에도 적용되는지 시험했다. 자연주의적 의사결정 이론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 관한 이론이므로, 그는 국제재무분석사(Chartered Financial Analyst, CFA) 자격증을 획득한 투자자들을 분석했다.



올슨의 연구에 의하면, 투자 전문가들은 자연주의적 의사결정 성향이 뚜렷하다. 즉, 전문가들은 심상을 많이 이용하며(1번), 상황에 맞춰 결정을 내리고(2~4번), ‘최소 조건 충족’을 추구한다(5~8번). 투자 대가들을 자세히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이 결과에 쉽게 수긍할 것이다.


자연주의적 의사결정은 분명히 투자에 유용하다. 그러나 명심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이 기법은 환경이 복잡할 때 사용하기 적합하다. 문제가 단순할 때에는 대개 전통적인 의사결정 기법이 더 효과적이다. 환경에 따라 적합한 의사결정 기법이 달라진다.


일반 개인보다 다양한 개인으로 구성된 집단이 복잡한 문제를 대체로 더 잘 해결한다. 주식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투자 전문가들도 장기적으로는 초과수익을 내기 어렵다. 복잡한 상황에 대해 심상을 그려내는 전문가들이 성과가 좋은 듯하다. 그러나 자연주의적 의사결정이 초과수익을 제공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끝으로, 탁월한 자연주의적 의사결정 기량은 전수되지 않는다. 투자 대가들은 타고난 능력(기질)에 노력(다양한 정보 습득)을 결합하는 듯하다. 누구나 의사결정 능력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타고난 능력에 노력을 결합해서 일관되게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제17장 중요도 평가

  

실험과 관찰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려면, 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평가하고, 그 사건이 증거로 삼을 만큼 중대하거나 빈번한지 판단해야 한다. 이런 평가 작업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복잡하다.
– 앙투안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 레너드 코트니(Leonard H. Courtney)
[라부아지에와 코트니 출처 구글 이미지]

투자를 하려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정보 수집이나 분석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려고 줄곧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 진보와 규제 탓에, 정보 수집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독점 정보를 찾아다니고 있다. 요즘도 이들의 조사 건수는 여전히 많고, 정보 수집 활동 역시 여전히 활발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독점 정보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럽다.


회의론은 세 가지다. 첫째, 투자자들이 과연 정보의 중요도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둘째, 표본 추출의 문제로, 애널리스트들이 추출한 표본이 실제로 모집단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할까? 셋째, 오늘날 독점 정보가 실제로 초과수익을 창출할까?


우리의 확신도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증거의 ‘강도(strength)’와 증거의 ‘중요도(weight)’다. 예를 들어 어떤 동전은 앞면이 더 잘 나오는 듯해서 시험을 통해 확인한다고 가정하자. 이때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온 비율이 ‘강도’이고, 동전을 던진 횟수, 즉 표본의 수가 ‘중요도’에 해당한다.


이런 강도와 중요도의 결합 방식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통계학 이론이다. 그러나 수많은 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통계학 이론을 따르지 않는다. 사람들은 증거의 ‘중요도’보다 ‘강도’를 훨씬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편향 탓에 사람들은 과신이나 불신 상태에 빠지게 된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는 정보의 중요도를 잘못 평가할 때 발생한다. 즉, 경매에서 최고 호가를 제시해 낙찰받으면 ‘승자’가 되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치르는 탓에 결국 ‘저주’를 받게 된다. 사람들은 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다양한 매수자들이 제시할 법한 평균 가격에 주목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중요한 가격은 최고 호가 하나뿐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증거의 ‘중요도’보다 ‘강도’를 훨씬 더 중시하기 쉽다는 점을 명심하고, ‘중요도’를 과소평가해 오류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대리점들이 하는 말, 종업원들의 자기 회사 평가,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의 매수 의사 등은 투자에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모집단의 견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요즘은 증거의 강도는 높지만 중요도가 낮은 조사 탓에 과신에 빠지는 사례가 많은 듯하다. 데이터 두세 개를 근거로 다음 결과를 예측하는 방식으로는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주가에 이미 반영된 정보


조사보고서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본적인 기준은 ‘종목 선정에 유용한가?’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종목 선정에 유용한 조사보고서를 찾기는 쉽지 않다.


첫째, 시장은 새 정보를 신속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새 정보에 신속하게 적응한다는 증거가 있다. 그렇다면 새 정보로는 초과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둘째, 기업의 펀더멘털과, 현재 주가에 반영된 기대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셋째, 유명한 CIO 조사 데이터와 초과수익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았지만,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두 사건이 동시에 발생할 확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결합 오류(conjunction fallacy)라고 하는데, 사건의 유형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생각할 때 흔히 발생한다. 따라서 복수의 사건을 고려할 때는 결합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투자자가 신규 정보를 탐색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정보의 양이 증가한다고 해서 정보의 가치도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정보의 중요도를 잘못 평가하는 사례가 많고, 그 정보는 표본 추출 과정에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며, 그 정보는 이미 시장가격에 반영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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