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주앓이 Mar 11. 2024

미견

잃어버린 개

迷犬


너를 잃어버릴 뻔한 가슴 철렁했던 에피소드는 꽤나 많았지만 가장 큰 사건은 다행히도 내가 없던 어느 날 일어났다고 했다.


하나뿐인 딸은 군대에 보내고 적적한 마음을 반려견들과 함께했던 엄마.

사건이 발생한 날은 가전용품 수리기사분과 지인이 동시에 집에 방문을 하여 꽤나 정신이 없는 날이라고 했다.

제품 서비스를 마친 기사분께서 아까 있던 작은 녀석은 어디 있냐고 물으셨는데 엄마는 그때서야 꼭지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셨다.

집 안에는 녀석이 없었고 엄마는 급히 현관문을 열어 보았지만 그곳에도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한 시간 전쯤 무언가 긁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는데 그때 집으로 들어오려고 녀석이 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반드시 찾아야 한다.

휴가 나온 딸이 사랑하는 꼭지가 없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슬퍼할지 엄마는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하셨다.

총명하신 엄마는 바로 cctv를 떠올리셨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뛰어가셨단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녹화영상을 돌려보니 문을 긁던 녀석은 화가 났는지 엘리베이터문이 열리자 과감하게 탑승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27층.

황급히 27층으로 뛰어간 엄마는 초인종을 누르고 27층 공주님과 즐겁게 놀고 있는 꼭지 녀석을 발견하셨다고 한다.

공주님은 꼭지와의 이별을 무척이나 아쉬워하셨다고.

결국 숨 막히는 실종사건은 엄마 혼자만 속상하고 긴박하고 걱정하며 그렇게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첫 휴가를 받고 집에 돌아와서야 그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꽤나 웃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 뒤 꼭지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갔다가 녀석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엄마처럼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그냥 주저앉아 울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으니 대책이 없던 것이다.

한참을 울고 있으니 저 멀리서 웬 아주머니가 꼭지를 안고 나오시는 것이 보였다. 녀석은 내 옆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막 버리고 건너동으로 돌아가시는 아주머니를 따라가 엘리베이터까지 탑승했다고.


그 후에도 꼭지는 여행지에서도 간혹 사라지는 일이 잦았다. 

내가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 있으면 머쓱해하며 돌아오긴 했지만 말이다.


이제 녀석은 그때처럼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겠지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을...

첫 휴가를 나온 나와 꼭지



꼭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넌지 벌써 한달이 넘었다. 마음의 준비는 늘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도대체가 이 슬픔을 억누를 길이 없다. 펫로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다독여보고자 꼭지와의 추억을 기록으로 남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