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훔쳐가는 도둑은 바로 나였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기

by ISTJ

육아휴직을 하면 내 시간이 많아질 줄 알았다. 아이들을 등하원시키고 나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생길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집안일을 허겁지겁 해치우고 소파에 앉아 유튜브를 켜는 순간, 시간이 증발하는 기분이었다. 분명 한두 시간만 쉬려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아이들 하원 시간이 훌쩍 다가와 있었다. 마치 시간 도둑이 우리 집에 들락거리는 것처럼.


과거와 미래에 갇힌 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늘 과거와 미래라는 생각 속에 갇혀 살고 있었다. '어제는 이걸 못했지' 하고 후회하거나, '내일은 저걸 꼭 해야 하는데' 하며 걱정했지. 그러다 보니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내 생각은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심리적 시간 여행' 중이었고, 나는 그 여행의 멀미에 지쳐 있었다.


이 불안한 마음은 나를 '빨리빨리'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밥도 빨리 먹고, 빨래도 빨리하고, 책도 빨리 읽어야만 했다. 마치 도장 깨기처럼 여러 가지를 해치워야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썼다고 착각했지. 하지만 돌이켜보니, 나는 그 어떤 것에도 깊이 몰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여러 가지 일에 정신없이 끌려다니기만 한 거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멀티태스킹의 함정이라고 한다. 100의 에너지를 100, 100으로 쓰는 게 아니라, 50, 50으로 쪼개어 쓰는 것과 같았다. 그러니 모든 일의 완성도는 떨어지고, 나는 계속 허무했다.


'지금'이라는 마법을 발견하다


어제 운동을 하면서도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깔짝깔짝해서 언제 살 빼지?', '너무 힘든데 그냥 그만둘까?' 과거의 나를 탓하고, 미래의 결과를 걱정하느라 정작 '지금, 이 순간'의 힘듦을 온전히 마주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움직이고 있구나. 아예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 깨달음은 내 불안을 멈추게 하는 마법 같았다. 그리고 깨달았지. 시간은 내가 불안해하고 조급해 한다고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중요한 건 내가 가진 시간을 얼마나 밀도 있게 채우느냐였다. 철학자들은 '현재는 영원한 지금'이라고 말했다.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우리에게 유일하게 존재하는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거다.


나는 잠깐의 휴식 시간에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유튜브를 보다가 쇼핑 앱을 켜고, 또 다른 정보를 찾아보며 생각의 꼬리를 계속 물고 이어갔다. 요가를 할 때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면 머릿속이 비워지는 경험을 했던 것처럼,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달았다.


'지금'에 충실하기로 하다


이제 나는 '빨리빨리'를 멈추고 '천천히, 밀도 있게' 살기로 했다. 운동을 할 때는 내 몸의 감각에, 글을 쓸 때는 오롯이 내 생각에, 아이와 함께할 때는 아이의 눈빛에만 집중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양을 늘리기보다는 질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결국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다.


우리 모두는 늘 바쁘다고 말하지만, 정작 '지금'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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