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직시해야만해

어른의 삶, 결국 내가 마주해야 할것들

by ISTJ
어른의 삶, 결국 내가 마주해야 할 것들

아빠가 어지러움을 호소하셨다. 당장 달려가기엔 너무 먼 거리. 하루를 온전히 비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주말 부부인 나는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었다. 동생은 바쁘다고 했고, 시부모님께 아이들 등하원을 부탁드리자, "우리도 아프니 아이들을 데려다 두라"는 답이 돌아왔다. 부모님이 아프신데도 나는 내 역할을 해내야만 했다.


나는 은연중에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었다. '성인이니까, 알아서 잘 치료하겠지.' 아빠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아빠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마주하지 못하고 '괜찮아질 것'이라고만 말씀하셨다. 결국,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내가 직접 직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바쁘고 불안하면 내가 직접 보는 게 맞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고작 한 시간 거리에, 아이도 없고 심지어 휴직 중인 동생이었다. 서운해봤자 가족 싸움만 불 보듯 뻔하다. 시부모님께도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었다. 아프시다고 하시면서도 아이들을 두 시간 거리에 데려다 놓으라니. 차라리 돈 주고 사람을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움직이기로 했다. 내가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남편이 휴가를 내고 아빠를 모시고 오는 길이다. 그 와중에도 아빠는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길 원했지만, 가까운 대학병원은 예약조차 되지 않았다. 큰 병원이 근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순간이었다.


회피는 더 큰 문제를 낳는다

나는 아빠의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싶었다. 혹시 큰 병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내 앞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아 그저 무시하고 싶었다. 하지만 회피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내 마음속에 불안을 키우고, 현실의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리학에서 '자기 효능감'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기 자신의 믿음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 믿음이 충분치 못했다.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며 좌절했고, 주변의 도움을 바라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 깨달았다.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온전히 가지고 있지 않다.


직면하고 깨어있자. 회피하지 말고 단단한 근육을 만들자. 이 다짐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자, 내가 책임져야 할 세상에 대한 선언이다. 만약 무슨 일이 발생해도, 내 안에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을 외면하면, 그 현실은 나를 더 깊은 불안 속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고 나를 믿는 것. 그것만이 내가 살 길이다. 아이들과 부모님이라는 현실은 오직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


이전 06화지금의 작은 차이가 삶의 큰 격차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