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걱정을 너무 많이 먹은걸까? 먹지 않아도 될, 기한이 지난 걱정을 굳이 먹어서 탈이 난 걸까? 나의 위장과 걱정을 연결짓는 사람들을 보니 어쩌면 꽤나 적절한 비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걱정을 하며 산다. "밥 먹듯이" 이상으로 걱정을 하며 산다. 밥을 먹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고, 생각하는 시간들 중엔 걱정이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계산해보면 그런 셈이다.
한 번에 많이 먹는 사람이 있고 조금씩 자주 먹는 사람이 있듯이 걱정을 먹어치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걱정을 바짝 몰아서 하는 타입이다. 눈앞에 음식을 두고 참지 못하는 사람처럼 당장의 걱정거리가 생겼을 때 바짝 몰아서 걱정하고, 걱정거리가 해결되면 나의 걱정도 사라진다(당연한 이치겠지만). 그 외의 나날들은 고르고 평등하게 여러 가지의 것들에 대해 그것들을 잊지 않을 정도로만 걱정을 안고 산다. 이 정도 수위의 걱정은 나의 기분에 무해하기 때문에, 이런 납작한 시기에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나를 여유로운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위경련과 역류성 식도염에 걸렸을 때 피해야하는 음식들이 있다. 커피, 술, 자극적인 음식도 그렇지만 가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음식도 좋지 않다. 그리고 꼭꼭 씹어먹어야한다. 어떤 걱정들 역시 소화가 되는 데 오래 걸린다. 워밍업 단계를 거치지 않은 갑작스런 걱정이나 한번에 삼키기엔 너무 큰 걱정들이다. 어떤 걱정들은 평생 소화되지 않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요즘 나는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여유로운 사람이고 싶어서 걱정을 멀리 미루고 있었던 것 같다. 튼튼한 위장의 소유자인 척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집어 들었다 큰 고생을 한 지난 주의 나처럼 말이다. 지금쯤 고민과 걱정을 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건 알겠는데, 해결책을 찾기도 노력도 실패도 모두 두렵고 귀찮아서 미루고 있는 중이다. 이러다 나중에 거대한 소화불량이 오는 건 아니겠지.
주변에는, 의사에게는 그래서 배가 아픈 게 아니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런 나의 관성도 알고 그 결과도 알기에 요즘 나는 스스로에게 종종 타이르는 중이다. 나중에 닥쳐서 버겁다 울지 말고, 조금씩 꼭꼭 씹어서 걱정을 헤쳐가려는 부지런함과 용기를 가져볼 순 없겠니. 너의 소화 능력은 그렇게 좋지 않아.
매거진 42 vol.2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