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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moon society Oct 07. 2018

이문동 참새방앗간

2018 이문동 블루스 5화 - 이문동 커피집




일상을 지내다 보면 왠지 모르게 힘이 빠지는 날이 있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든 어깨는 축 처지고 얼굴을 펴보려고 해도 무표정이 최선인 그런 날.


쓸쓸한 감정을 산책으로 흘려보내고, 달달함으로 채우려고 골목에 들어섰습니다. 이문동 골목은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습니다. 옆으로 여는 나무문을 드르륵- 여니 사장님의 반가운 인사말이 들립니다.


"가장 달달한 음료가 뭐예요?"라는 물음에 "크림 모카요."라고 사장님이 답하십니다. 마루에 걸터앉아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면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멍한 상태에서 부드러운 크림 모카를 들이켠 순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갑니다.


이문동 커피집의 크림모카 그림


이곳은 이문동의 작은 주택가 골목. 한국외대 도서관 뒷길로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골목 따라가는 길에는 이웃들이 쉴 수 있는 '오순도순 쉼터' 마루가 있고, 편의점 앞을 지나서 가다 보면 점심시간부터 가로등이 켜지는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는 이문동 커피집이 있습니다.


이문동 커피집이 있는 골목의 초입


2016년 3월 '플랫피플(Flat People)'이라는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시작해서 핸드드립 커피를 파는 '브루밸류(Brew Value)'와 함께하면서 몇 발자국 떨어진 두 공간은 '이문동 커피집'이라는 명패를 함께 달게 되었습니다. 올해 9월 플랫피플과 브루밸류가 한 공간에서 새로 단장하여 오픈하였습니다.


이문동 커피집의 명패


처음 브루밸류를 갔을 때 눈앞에서 원두를 갈고 적당히 뜨거운 물로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한참을 보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드립 커피를 처음 마셔보는 사람에게는 공간에 퍼지는 커피 냄새도, 신 맛, 과일 맛,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커피가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신기했습니다.


고구마 같은 향미와 복숭아 먹었을 때 느껴지는 신 맛이 맴돌았던 드립커피, 에티오피아 시다모 고라 코네


이곳은 드립 커피가 처음이어도, 잘 몰라도 괜찮습니다. 원두의 향을 맡아보고 마음에 드는 커피를 고르면 눈앞에서 나만의 커피가 만들어집니다. 사장님이 세심하게 고르고 설명을 해주시는 원두로 내린 커피 맛은, 사장님의 친절함 때문인지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사장님의 인테리어 스케치. 좌식 툇마루와 작은 개다리소반, 창문이 보인다.
카페 내부의 모습. 스케치와 많이 닮아있다.


단골의 '이문동 커피집이 외할머니댁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말이 좋았다는 사장님은 공간을 흔하지 않은 좌식 툇마루와 개다리소반으로 직접 꾸몄습니다.


이문동에 정착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사장님의 모습에는 동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납니다. 가게 전면의 유리창으로 골목을 지나가는 손님들이 보여 고개 인사 또는 환한 미소로 안부를 묻습니다.


저녁의 이문동 커피집의 모습. 큰 창문으로 실내가 보인다.


손님들에게 지나가다가 가볍게 들러 커피를 마시는
참새방앗간 같은 공간이 되고 싶어요.


두 사장님은 이곳에 들르는 손님들에게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문동은 낡고 지루하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문동 커피집이 생겼을 때, 탈(脫) 이문의 분위기라며 반기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장님은 이문동의 커피 문화를 이끌고 싶은 마음과 이문동도 좋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이문동 커피집'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두 사장님의 그 마음처럼 손님들에게 밝은 인사와 함께 부담 없는 가격에 맛있는 음료를 대접해 주십니다. 또 이곳에 들르는 손님에게 이런 말을 건네곤 합니다. "고마워요, 다음에 또 봐요."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은 이문동의 정겨운 골목으로의 산책, 어떠신가요?






이문동 커피집 기본정보
주소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로25길 39
이용 시간 : 평일 11:00-21:00, 토요일 13:00-19:00
인스타그램 : @imundong_coffee
매달 첫째 토요일, 매주 일요일, 공휴일 휴무
변동사항은 인스타그램 참고






2018 이문동 블루스는 이문 소사이어티와 이문맵스가 함께 가꿉니다.



ⓒ 2018 고재희 of 이문맵스(Imunmaps) & 이문 소사이어티(E'moon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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