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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Dec 11. 2020

그래서 오늘도 크로스핏을 갔다.

2020년 3월 5일

호르몬의 영향으로 보통 한 달에 한 번씩은 마주하는 패턴이지만,

어느 순간 모든 일에 자신이 없어지고,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럴 때일수록 더 필사적으로 크로스핏을 가게 된다.


왜냐하면 나 자신을 정말 믿을 수 없어서.

나 스스로가 얼마나 약한 인간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날이 있다.

호르몬 일기는 '가만히 서 있을만한 기운도 없습니다.'

'운동 신경이 둔해지고, 피부가 통증에 예민해지며, 기운이 없습니다.'라고 하는데,

해야 할 일들 쏟아지기 시작하고 잘 해낼 자신은 없고,

그나마 없는 밑천도 모두 들통날 것 같아서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그런 날.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드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는 그런 날.


그래서 오늘도 크로스핏을 갔다.


그런 나 자신을 이기고 싶어서.

크로스핏은 정말 매 순간순간이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피할 수도 없다.

와드를 하는 30분 동안 얼마나 많이 나 자신과 싸우는지.

한 바퀴만 더 뛸까. 한 개만 더 해볼까. 아니, 딱 10초만 더 쉴까.


6키로짜리 공을 어깨에 짊어지고 스무 바퀴를 뛴 오늘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나의 의지와 포기하지 말라고 박수쳐주는 크로스핏 동료들의 응원 

그리고 포기하지 말라며 함께 뛰어주는 코치님으로 인해 결국은 해냈다.


그러고 나면, 또다시 시작할 힘이 생긴다.

봐, 꼴찌는 했더라도 포기는 하지 않았잖아.

오늘의 나보다는 조금 강해졌으니, 그 힘으로 또 해보자.

이렇게 또 힘을 내본다.


그러다가 또 겁이 나면 또 크로스핏 하면 되지 뭐.



Workout Of the Day

3 Round for time of:

800m weighted run

30 weighted back extensions

30 weighted straight leg sit ups


My Record

Slam ball: 6kg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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