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는 홍멍OS로 스마트폰 사업 포기 안한다고 선언한 셈
화웨이가 '21년 6월 초에 홍멍OS 2.0(鸿蒙OS, Harmony OS)을 최초로 세상에 공개했다. 2019년 화웨이 개발자 대회에서 자사의 운영체제를 전부 홍멍OS로 바꾸겠다고 공언한 지 2년 만이다.
화웨이의 수 십만 명의 직원 중에 가장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히 창업자인 런정페이 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화웨이의 자체 개발한 홍멍 OS 론칭쇼에서의 진짜 주인공은 런정페이가 아닌 왕청루(王成录)였다. 그는 화웨이 소비자 비즈니스 그룹 소프트웨어 부문 총재(华为消费者BG软件部总裁)로 화웨이의 홍멍OS의 아버지로 불린다. 미국의 각종 제재(반도체 수출 금지 및 구글 안드로이드의 GMS 등)에 맞서서 화웨이의 퇴로를 확보하는 데에 가장 큰 공헌과 반격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따라서 이번 주요 발표도 왕청루가 대부분 맡아서 진행했다.
이미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12년부터 이미 왕청루는 만약 화웨이 장기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자신만의 운영체제(OS)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사실 그걸 누가 모르나, 실행이 어려워서 그렇지) 그러나 화웨이의 자체 운영체제 개발은 정식 프로젝트로 채택되진 않았다. 아마 당시만 하더라도 모두가 다 아는 바와 같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과 애플의 iOS 진영으로 양분된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은 난공불락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6년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분야에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 왕청루는 더욱더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를 남의 손에 맡겨놓은 것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위기의식을 더더욱 심각하게 느꼈다. 그래서 왕청루는 다시 한번 화웨이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한다. 다만 왕청루의 이런 걱정과는 달리 런정페이는 구글 안드로이드 등 공급사슬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을 취했다.
어떤 기술은 우리가 개발할 수 있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고기를 먹는다면 비즈니스 관계의 파트너들은 고깃국은 먹게 해줘야 한다.
이런 런정페이의 입장으로 왕청루는 감히 런정페이에게 자체 개발 운영체제에 대한 보고를 하지 못했지만 다만 내부적으로 조용히 화웨이 자체 운영체제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그리고 프로젝트 착수 1년 후에 홍멍OS의 버전 1.0을 만들어낸다. 그는 계속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2017년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1.54억 대를 판매하며 중국 내수 시장의 2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그러자 런정페이도 서서히 구글에 의해서 운영되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운영체제에 대한 우려가 들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왕청루는 기회를 틈타 런정페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보고한다. 만일 화웨이의 스마트폰이 1년에 1,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의 기간을 이루는 운영체제가 다른 이에 의해서 장악되어 있다면 너무 위험하다고 보고했고 이에 따라 화웨이는 반드시 스스로의 운영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상외로 런정페이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그에게 조금 더 대담하게 그리고 더 개방적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했다. 따라서 화웨이 운영체체 시스템 프로젝트는 화웨이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의 프로젝트에서 회사 전체의 프로젝트로 승격되었다. 바로 이것이 올해 6월 발표된 홍멍OS가 된 것이다.
그리고 2년 후 2019년 미국의 수출 금지와 제재조치가 본격적으로 강화되기 시작했고 구글도 이런 미국 행정부의 압박에 결국은 화웨이와의 철저한 결별을 선택한다. 2019년 5월 개발자대회에서 구글은 공식적으로 안드로이드 12를 발표하면서 자신들이 협력하는 스마트폰 제조사 명단에서 화웨이를 제외시켜버린다. 중국 내수시장에서는 어차피 구글의 GMS(Google Mobile Services)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별 상관이 없지만 화웨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었고 글로벌 버전의 스마트폰에는 전부 구글 앱이 탑재되었었는데 이것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의 화웨이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급락한다. 화웨이 입장에서는 왕청루와 그의 작품인 홍멍OS가 있어서 간신히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희망이 갖게 됐다고 할 수 있다.
화웨이가 6월 2일 정식으로 발표한 홍멍OS를 두고 시답지 않게 생각하는 쪽은 이는 미국의 각종 제재에 맞서서 화웨이가 황급히 얼렁뚱땅 만들어낸 자체 운영체제 프로젝트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과 일부 한국 언론에서도 현재 중국 내의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중 원래 화웨이 계열이었던 아너(HONOR, 荣耀)가 적극적으로 이 홍멍OS 생태계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하고 메이주(Meizu, 魅族)도 홍멍OS에 참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발표한 것 외에 실질적으로 주요 플레이어들인 샤오미, 오포, 비보 등 다른 주요 기업들은 별 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2NI88Z2QS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다. 왜냐하면 화웨이의 홍멍 생태계에 참여한다는 것은 즉 다른 중국 제조 기업들에게는 그저 구글 안드로이드에서 화웨이 홍멍OS로 갈아타는 것 밖에는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즉, 주도권은 여전히 그들이 스스로 쥐지 못하고 타 기업에게 내주는 것이니 내심 좋을 것은 없다.
다만, 미중 갈등이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정권이 이양됐음에도 전혀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또 언제 미국 행정부가 추가적으로 구글을 압박해서 화웨이에게 한 것처럼 샤오미, 오포, 비보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OS 사용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갈아타는 이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화웨이는 자신의 홍멍OS를 동일한 중국 기업에게 제공할 시에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확률이 매우 낮다. 여기에 추가로 중국 정부의 채찍과 당근을 겸비한 강력한 유인책이 붙는다면 중국 내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가 화웨이의 생태계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사실 조금만 머리를 굴려보면 현재 화웨이 계열을 제외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가 홍멍에 대해서 현재 공식적 반응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은 지금은 다행히(?) 구글의 지원 기업 중에 잘 들어가서 문제없이 안드로이드OS를 잘 쓰고 있는데 아직 향후의 계획도 명확하게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화웨이 홍멍OS의 시작을 환영하고 참가하겠다고 밝혔다가 미국과 구글에 밉보여서 창졸간에 관련 지원이 끊긴다면? 화웨이가 2019년에 겪었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급격한 감소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 어찌 무턱대고 이런 의견을 밝힐 수 있단 말인가.
지금 나머지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은 엄청나게 머리를 굴리면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안드로이드에서 홍멍으로 갈아탈 것인가? 갈아탄다면 언제쯤 갈아탈 것인가? 갈아타기 전에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가? 아니, 잠깐 갈아타는 것이 맞는가? 우리도 자체 운영체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나? 우리도 자체 OS를 만든다면 얼마나 걸릴 것인가? 과연 만들어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을 비롯한 얼마나 많은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운영시스템을 제작을 시도했다가 생태계 조성에 실패해서 싹 다 말아먹고 본전도 못 찾았는가. 이런 계산이 끝나지 않는 이상 그들의 공식 의견은 나오기 힘들다.
따라서 화웨이 홍멍OS의 성패를 중국 내의 다른 기업들의 반응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어서 화웨이 홍멍OS의 의미를 한 번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