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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Jan 26. 2023

임신! 간단한 일이 아니었어! - 1편

임신으로 나타나는 몸의 변화




임신을 하면 여자의 몸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단기간이 변화가 아니라 9달에 걸쳐 여러 변화들이 나타나고 심지어 진화하기도 한다. 임신확인부터 중기에 진입한 23주까지 겪은 변화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졸음

난 평소에 잠이 없는 편이다. 5-6시간 정도면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고 낮잠도 왠만해선 자지 않는다. 하지만 임신을 하고 나니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쏟아졌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겨우 씻기만 하고 그대로 쇼파에 기절하기를 반복. 온 몸이 무겁고 축축 처지는 나날이 이어졌다. 내 생애 가장 나태한 시기라고 말할 정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였다. 새로운 생명이 열심히 세포분열 하느라 나의 모든 기력을 갖다 쓰는 중인듯 했다. 졸음과 무기력함은 13주가 지나가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토덧, 양치덧 골라잡는 입덧의 다양함

나는 입덧을 굉장히 심하게 한 편이다. 특히 토덧을 꽤 오랫동안 했는데, 23주인 지금까지도 토덧을 한다. 그 덕에 임신 초반엔 6키로가 빠졌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제야 다시 6키로를 회복했다. 양치할때도 구역질이 너무 심해 양치하는게 두렵기까지 했으니 말 다헀다. 음식이 입에 들어가면 자동반사처럼 구토하느라 한동안은 사람들과 식사 약속도 못잡을 정도였다. 위액까지 여러번 확인하는 괴로운 날들은 19주쯤 들어서면서 빈도가 줄었다. 하루 3-4번에서 일주일에 2-3번 정도로 말이다. 이정도만 되어도 얼마나 살만하던지! 심한 구토 덕분에 목에 염증이 생기고 고생 꽤나 했다. 한 생명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이구나 하는걸 다시금 깨달았던 시간들이다.



개코보다 더 정확한 냄새 탐지

임신하면 후각 또한 굉장히 예민해진다. 처음엔 토하느라 바빠서 나는 냄새는 그나마 좀 덜 예민한가보다 했는데 왠걸, 아니었다. 어느 날 냉장고 문을 여는데 온갖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고 평소엔 느껴지지도 않았던 옆사람의 체취가 느껴졌다. 그러더니 이 사람이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냄새에 예민해졌다. 그래도 다행인지 냄새로 인한 불쾌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아마 토덧으로 인한 고통이 너무 강력해서이지 않을까....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

임신 초기에는 밤에도 화장실을 꽤 자주 갔다. 2-3번은 꼭 깨서 가느라 잠을 푹 자지도 못했다. 초기엔 자궁이 방광을 눌러서 밤에도 화장실을 자주 간다고 한다. 이게 너무 힘들어서 자기전엔 되도록이면 물을 안먹고 자려고 했다. 중기에 들어서면 자궁기저가 위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방광을 덜 누르게 되고 이 증상은 자연스레 다시 좋아진다. 하지만 후기로 진입하면 그렇게 또 자주 간다고 하니....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머리가 지끈지끈, 터질 것 같은 두통

임신하고 심해진 증상 중 또 하나는 두통이다. 뒷골이 딱딱해지면서 두개골이 흔들리는 것 같은 통증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심한 날은 앉아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딱따구리가 쉬지 않고 머리를 쪼아대는 것 같다고나 해야 할까. 임산부는 약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으니, 버티거나 너무 심하면 타이레놀 반알 정도 먹는 방법 밖엔 없었다. 이 때 내게 도움 된건 바로 후두근을 마사지 해주는 마사지볼과 폼롤러. 뭉친 후두근과 어깨 근육 그리고 두피 마사지까지 해주면 두통이 일시적으로는 좋아졌다. 두통이 심한 날이면 어김없이 위액까지 보이는 토를 했으니 이 둘의 콜라보가 가장 최악임은 틀림 없다.



온 몸이 가려워! 임신 소양증

임신하고 당황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가려움증이다. 흔히 임신 소양증이라고 하는데, 호르몬 변화로 인한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이 원인이라고 한다. 그냥 가려운게 아니다. 정말 미친듯이 가렵다. 벅벅 긁다보니 상처까지 생겼고 이렇겐 안되겠다 싶어 가려울때마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오일과 크림을 덕지 덕지 발라주었다. 극심하게 가려웠던 시기가 2-3주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빈도가 많이 줄었다. 할렐루야!



음료수 병뚜껑도 못딴다고?

임신하고 손목 발목 관절이 약해진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걸 직접 경험하니 너무 불편했다. 운전대를 잡고 돌리는데 손목이 시큰시큰하질 않나, 페트병 병뚜껑 돌리는 것도 버겁질 않나. 관절 마디마디마다 늘어나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는 임신하면 릴렉신 호르몬이라는게 몸에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란다. 정말 호르몬의 세계도 어마어마하다. 이때부터 나는 손목보호대를 구입해서 차고 있다. 20대에 임신했으면 좀 달랐을까..?



튼살 비켜!

임신하면 가장 걱정을 많이 하는게 아무래도 '튼살'일테다. 작았던 뱃가죽이 늘어날대로 늘어나면서 말그대로 살이 트는건데, 이 튼살은 한번 생기면 잘 없어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임신 초기부터 선물받은 튼살 오일과 크림을 꼼꼼이 발라주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진 심하게 생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보이긴 한다. 배만 바르면 될 줄 알았는데 사타구니와 엉덩이 옆구리까지 모두 발라주어야 했다. 주수가 찰수록 인간의 배가 이렇게까지 늘어날 수 있구나 하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임신했는데 털은 왜 굵어지는거야?

임신 후 당황스러웠던 것들 중 하나가 바로 '털'과 '거뭇거뭇해지는 피부'다. 나는 태생 자체가 몸에 털이 별로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내 다리를 보더니 '다리 털이 왜 이렇게 많아졌어?' 하는 것 아닌가. 그제서야 내 다리를 들여다보니 털도 굵어지고 양도 많아져있었다. 이것도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때문이란다. 출산하고 나면 자연스레 없어지니 걱정말라곤 하지만 여간 거슬리는게 아니다.





임신하면 배만 나오는 줄 알았지,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몸에 변화가 생길 줄 누가 알았겠나. 하지만 임신으로 인한 몸의 변화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게 함정! 중후기의 변화는 다음 편에서 기록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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