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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Sep 07. 2023

이거 물릴 수 없잖아!

둥이맘이 되었다


쌍둥이 임신 기간은 생각보다 훨씬 - 더 많이 힘들었다.

20주 중반부터 나를 보는 사람들은 애 낳을 때 다 되었냐며 물었고

아직 3달이나 남았다는 대답에 놀란 두 눈으로 내 배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 쌍둥이라서요-' 하는 말을 반복해야만 했다.



입덧이 심해 먹는 족족 토하다 보니 몸무게는 오히려 줄었고

배가 불러올수록 신물이 올라와 누워있기도 힘들었다.

둥이들이 방광을 눌러 오줌개마냥 조금만 이동해도 화장실이 급했다. 

30주 들어서면서부터는 옆으로 누워 자는 것도 힘들어져

매일 밤을 쇼파에 앉아서 보냈다.

아침마다 손가락이 퉁퉁 붓고 저려 숟가락질도 어려울 정도로 

쌍둥이 임신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가끔 단태아를 임신했던 친구나 지인들이 

지금이 좋을 때야 - 애 낳으면 다시 넣고 싶을거야, 하는 말이 나는 참 듣기 싫었다.

나는 얼른 출산하고 싶었다. 커다란 짐볼을 배에 올리고 다니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쌍둥이 임신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알 수 없다. 


그렇게 두려움반 설레임반으로 36주를 보내고 둥이들을 만났다.

제왕절개를 하며 3가지 수치심 포인트가 있었는데

첫째는 간호사가 제모해 줄 때

둘째는 수술방에서 마취를 위해 전신나체로 새우자세를 할 때

마지막은 수술 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남편이 산모패드를 갈아 줄 때였다.


내가 출산한 병원은 모자동실이 원칙이라, 수술 후 눈 떠보니 둥이들이 내 침대 옆에 있었다.

나는 푹 꺼진 내 배가 신기했고 반년만에 똑바로 누워있는 이 자세 또한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옆에서 꼬물대며 자고 있는 생명체들을 보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하더라.


수술로 움직일 수 없는 나를 케어하며

쌍둥이 둘을 수유하고 트림시키고 기저귀 가느라 초보 남편은 첫째날 꽤 진땀을 뺐다.


둘째날 부터는 나도 함께 둥이들을 돌봤다.

두시간 간격으로 수유하고 애들을 보느라 나도 남편도 3박 4일 내내 밤을 꼴딱 샜다.

설상가상으로 무통주사 부작용으로 나는 무통도 맞지 못해서 수술 통증을

일반 진통제를 맞으며 쌩으로 견뎌야만 했는데, 여기에 더하여 출산 후 난동부리는 호르몬 영향으로 

3박 4일동안 나는 계속 눈물이 났다. 


그 때 든 생각이 바로,

이거 물릴 수 없잖아!! 


연애는 헤어질 수 있고

결혼은 이혼할 수 있고 

회사는 퇴사할 수 있지만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물릴 수 없는 일이었다.

없던 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 -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달으며 막중한 책임감이 나를 엄습해왔다.

병실 침대에 누워 주렁주렁 달고 있는 링거와 진통제를 바라보다가

옆에서 잠든 둥이들을 보고 

또 그 옆에 지쳐 쓰려진 남편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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