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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윤정인 Jan 23. 2019

자연이 만든 테라스, 산꼭대기 마을 카스텔몰라

시칠리아 여행


또다시 타오르미나로!



타오르미나에 다시 한번 가야 했다. 타오르미나 위에 있는 작은 마을, 카스텔몰라(Castelmola)에 가기 위해서다. 지난번 타오르미나에 갔을 때는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카스텔몰라에 대해 아는 거라곤 타오르미나보다 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과  타오르미나에 비해 한적하다는 것뿐이었다. 자연이 만든 테라스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다시 한번 갈 마음이 생겼다. 운 좋게도 이날 날씨는 시칠리아에 온 이래로 가장 깨끗하고 맑았다.





카타니아-타오르미나 버스를 탈 때 에트나 산을 잘 보려면 왼쪽 자리, 해변 풍경을 보려면 오른쪽 자리에 앉으면 좋다.




타오르미나 버스 터미널


카타니아에서 9시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타오르미나에서 10시 40분에 출발하는 카스텔몰라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주변 도시를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시티 투어 버스도 괜찮다.



카스텔몰라를 다녀온 후 어디를 다녀올지 버스 시간표를 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한 중년 부부가 말을 걸었다. 두 분은 함께 시칠리아 장기 여행을 하고 있는데, 버스 시간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이런저런 질문을 하시고선 혼자 여행하는 게 대단해 보인다고 했다. 외려 그분들의 여행이 멋있어 보였다. 시칠리아에서는 의외로 한국인을 만나기 어렵다. 한 달간 딱 3팀과 마주쳤는데 재밌는 건 모두 중년 부부 여행객이었다는 것이다. 반가웠던 마음을 간직한 채 카스텔몰라행 버스에 올랐다.







타오르미나 - 카스텔몰라 이동 방법(버스)

인터버스(Interbus) 이용, 왕복 3유로


버스 시간표(타오르미나-카스텔몰라)

9:40(매일) / 10:40(월-토 )/ 11:40(일) / 12:40(매일)/14:40(월-토) /16:40(매일) / 18:40(매일)

*돌아오는 버스는 출발 시간에서 +30분 내외로 계산하면 된다.







카스텔몰라로 올라가는 길





아슬아슬한 산 길을 따라 올라간다. 간혹 걸어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가면서 보는 풍경은 환상적이다.




버스는 카스텔몰라 중심지 안토니오 광장에서 정차한다.



타오르미나까지의 길도 편하진 않았지만, 카스텔몰라까지 오르는 길은 심하게 험했다. 좁은 낭떠러지 같은 길을 달리는 버스가 요동쳤다. 험한 길을 오름에도 펼쳐지는 풍경은 위로가 됐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내내 펼쳐지는 환상적인 풍경을 보며 카스텔몰라에 오기 위해 하루 더 시간을 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는 카스텔몰라 마을 입구인 안토니오 광장(Piazza Saint Antonio)에서 정차한다. 모자이크 바닥이 세련된 느낌을 주는 광장으로 여기에서 내려다보는 주변의 풍경이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시칠리아는 산 위에 올라선 작은 마을이 많아 대체로 도시 구경보다는 풍경을 기대하게 되는데, 카스텔몰라는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오니아 해, 에트나 산부터 메시나 해협까지 주변의 모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코발트빛의 푸른 바다와 짙은 연둣빛 숲이 교차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한참 동안 풍경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안토니오 광장에서 본 풍경




안토니오 광장 풍경




안토니오 광장 뷰 포인트




안토니오 광장 풍경




카스텔몰라 여행의 시작, 안토니오 광장




카스텔몰라 여행의 시작, 안토니오 광장





쇼핑이나 바, 숙소를 안내해주는 표지판이 광장 한쪽에 있다





카스텔몰라 마을 지도






안토니오 광장에 있는 성모마리아 성당


안토니오 광장에 오래된 건물이 하나 있는데,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성모마리아 성당(Santuario Madonna della Rocca)은 1640년에 지어진 독특한 성당으로 바위 위에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안에 들어가 보면 천장이 바위 그대로 드러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성당을 대충 둘러보고 가장 꼭대기에 있는 카스텔로(Castello di Mola)에 가보기로 했다.






카스텔로 표지판. 표지판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위에서 내려다본 안토니오 광장




카스텔로에 올라가면서 본 풍경




카스텔로에 올라가면서 본 풍경





카스텔로에 올라가면서 본 풍경. 게스트 하우스일까?





카스텔로에 올라가면서 본 풍경





카스텔로에 올라가면서 본 풍경





카스텔로에 올라가면서 본 풍경





카스텔로(Castello di Mola)



산 위에 있는 마을이라 타오르미나와 마찬가지로 오르기 힘겨웠다. 반면 카스텔몰라에선 높은 곳에 오르면 오를수록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꼭대기에 올라섰을 때, 무너진 성벽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도 허물어진 성벽의 흔적을 발견했었다. 콘스탄티누스(Costantino Caramalo)라는 시칠리아의 귀족이자 전략가는 9세기에 이 성을 세웠다. 아랍인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요지인 타오르미나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카스텔몰라를 정복하는 것이 우선 필요했다고 한다. 침략당한 역사가 많았던 시칠리아의 모습은 여러 도시에서 여러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다. 후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었고, 지금은 매를 사냥하는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단다.





카스텔로(Castello di Mola)




무너진 흔적만 남아있는 카스텔로(Castello di Mola)





다시 마을로 내려오면서 본 풍경. 어디를 둘러봐도 감탄만 나오는 풍경이다.




비좁고 척박한 땅.  그 위에 집을 짓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두오모로 향하는 길



카스텔몰라는 가이드북이 필요 없다. 아주 작은 마을인데다 볼거리도 몇 개 안된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여행하면 좋은 곳이어서 마음에 든다. 타오르미나보다 덜 화려하지만, 조용하고 평화롭다. 길을 가다 보니 두오모 방향의 표지판이 나온다. 





카스텔몰라 마을 풍경




카스텔몰라 마을 풍경





두오모(St. Nicholas of Bari)



골목을 걷다 보니 두오모가 나온다. 바리(Bari)의 성 니콜라스 교회 (St. Nicholas of Bari)라고도 불린다. 다른 지역의 두오모보다 크기는 작지만 카스텔몰라에서는 가장 큰 건축물이다. 16세기에 건축됐지만, 파괴된 후 1935년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당시 모습 그대로 건축해 로마, 아랍, 노르만 등 당시 시칠리아의 특징인 여러 문화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다. 4개의 아름다운 대리석 계단, 마리아 목조 동상 등이 볼만하다고 하는데, 안은 소박한 교회 모습이었다.







두오모(St. Nicholas of Bari)




두오모(St. Nicholas of Bari) 내부



두오모(St. Nicholas of Bari) 내부




두오모 광장




두오모 광장



안토니오 광장도 그랬지만 타일 모양의 바닥이 재밌다. 공간도 아늑해서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빨간 포인트가 인상적인 레스토랑 Bar Turrisi도 유명한데, 옥상에서 아름다운 뷰를 보며 식사할 수 있어서 인기가 있다고 한다.






Bar Turrisi






그리고 골목 탐방. 한적하고 좁은 길이 이어지는 카스텔몰라의 골목은 딱 내 취향이었다. 반면 한적해도 너무 한적해서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기념품점, 레스토랑도 닫은 곳이 많고 주민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른 시간에 와서 그런 건지, 타오르미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건지 모르겠다. 우연히 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에 들어갔는데, 가게 주인은 손글씨로 적은 쪽지를 하나 보여주면서 뷰가 좋은 레스토랑이니 꼭 가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상술이라는 의심부터 들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오랜만에 방문한 관광객을 위한 친절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자기 기념품. 시칠리아 어딜 가나 볼 수 있다.




에트나 화산의 돌을 여기서 본다. 돌을 가공해 판매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아한 모양의 수도꼭지




시칠리아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식




카스텔몰라 마을 풍경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법한 길이 많다.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끊임없이 이어진다.



카스텔몰라 마을 풍경




카스텔몰라 마을 풍경



카스텔몰라 마을 풍경



카스텔몰라 마을 풍경


카스텔몰라 마을 풍경



카스텔몰라 마을 풍경





종교적이거나 아기자기하거나. 소신대로 취향대로 마음껏 꾸민 벽. 관광객들에게는 이것도 재밌는 볼거리다.





이름 모를 교회



역사가 있는 카페, Caffè S. Giorgio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안토니오 광장에 있는 Caffè S. Giorgio. 1700년에 생긴 역사가 오래된 카페다. 원래는 선술집이었다고 한다. 1900년대 이래로 카스텔몰라를 거쳐갔던 유명한 사람들의 방명록이 따로 있을 만큼 인기 있는 곳이라고 한다. 카스텔몰라의 특산품으로 아몬드 와인이 있다. 그 유래가 이 카페에서 시작됐다. 카페 주인이었던 빈센초 블란다노는 마을에 오는 손님에게는 환영의 의미로 아몬드와 오렌지를 제조해 만든 아몬드 와인을 제공했다고 한다. 그 후로 카스텔몰라에서 아몬드 와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Caffè S. Giorgio 내부



판매하는 디저트류



에스프레소와 카놀리


다른곳은 썰렁했는데, 여기는 북적였다. 관광객들 대부분 이곳에 오는 것 같았다. 에스프레소와 카놀리를 주문했다. 시칠리아에서 처음 맛보는 카놀리다. 달달하고 고소해 커피와 먹으면 딱 좋았다. 다만 조금 눅눅하고 내가 기대했던 맛과는 달라서 조금 실망했는데, 나중에야 알았다. 여기서 파는 카놀리가 제대로 된 게 아니었다는걸. 다른 도시에서 여러 번 카놀리를 먹었는데, 바삭하고 고소함이 차원이 달랐다. 






풍경을 볼 수 있는 자리.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저 명당은 포기해야 했다.




다시 안토니오 광장에서.



다시 타오르미나로 가기 위해 안토니오 광장으로 나왔다. 버스는 1시 10분이 도착 예정이었다. 내 다음 일정은 gaggi에 가는 것이었고, 그러려면 타오르미나에서 1시 30분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 조금 초조해졌다. 다음 버스는 2시간 후에나 있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시간을 넘겨 온 버스는 사람들을 태우지 않고 그냥 내려가 기다리던 관광객 모두를 당황시켰다. gaggi에 가는 걸 포기하고 카스텔몰라에서 2시간을 뭘 하며 보낼까 고민하는 사이에 다행히 버스는 도착했다. 하지만 gaggi행 버스는 당연히 놓치고 말았다. 가고 싶은 곳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 시칠리아에서 버스 여행을 하며 가장 불편했던 점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들



다시 한번 풍경 감상.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




타오르미나행 버스


다시 타오르미나로 간다. 그 후에 뭘 할지는 내려서 생각하기로. 타오르미나의 아기자기함이 좋지만. 사람이 북적이는 게 싫다면. 이탈리아 산꼭대기 마을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고즈넉한 골목을 걷고 싶다면, 카스텔몰라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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