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작가 윤정인 May 29. 2019

시칠리아 시라쿠사 맛집_Border, L'Ufficio

시칠리아 여행


시칠리아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음식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지중해에서 나오는 풍부한 해산물과 여러 문화의 독특한 레시피가 결합해 다양한 음식이 존재하는 곳이다.

여행 중에 음식을 가리는 편인 나도 여기서만큼은 맛있게 먹었었는데, 시라쿠사에 마음에 들었던 맛집 두 곳이 있어 소개해본다. 






시칠리아에서 나는 아주 게을렀다. 여행 기간이 넉넉해서이기도 했지만, 느긋하게 있다가 내키면 밖으로 나서곤 했었다. 시라쿠사에서 둘째 날, 이날만큼은 조금 이른 시간에 숙소를 나섰는데  시라쿠사에서 유명한 파니니를 먹기 위해서였다. 트립어드바이저에도 모든 레스토랑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은 파니니 집!(지금은 3위로 내려갔지만.) 사실 어제 시라쿠사에 도착하자마자 이곳부터 들렀지만, 오후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문을 닫았었다. 아침 시장도 구경할 겸 이른 시간 숙소를 나섰다.




시라쿠사 첫날 여행기

▼ ▼ ▼









어제만 해도 아무것도 없는 썰렁한 거리였는데, 장이 열리니 완전 다른 곳이다,

잡동사니부터 과일, 야채, 생선 등 없는 게 없는 활기찬 시라쿠사의 아침 시장!





시장 풍경, 싱싱한 야채,




견과류부터 절인 올리브까지.






어디든 볼 수 있는 오렌지. 딸기를 몇 번 사 먹었는데, 우리나라 딸기만 한 게 없다.






생선 가게. 이제는 시장의 생선만 봐도 카타니아의 피시 마켓이 떠오른다.






오렌지 콘셉트 복장을 한 주스 판매원. 한번 먹어 보려고 했는데, 파니니를 산 후에 잊어버렸다.








시장 풍경







Caseificio Borderi

파니니 맛집


월~토, 오전 7시~오후 4시(일 휴무)

오르티지아섬 판칼리 광장 인근

Via Emmanuele de Benedictis, 6, 96100 Siracusa 




파니니 가게는 시장 골목 끝쯤에 있다. 워낙 인기 많은 곳이라 줄 서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고 했는데, 

조금 이른 시간에 가서 그런지 사람이 많진 않았다.









 밖은  파니니를 만드는 공간인 것 같아서 주문하려고 매장 안에 들어갔다.  

계산 먼저 하려고 하니, 점원이 빨간 기계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알고 보니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라는 이야기. 맛집 번호표 기계가 시칠리아에도 있었던가. 

새삼 진짜 유명한 곳이구나 싶었다.





번호표를 뽑고 밖에 나와서 내 차례가 오길 기다렸다. 내 순서가 되면 뭘 살 건지 만드시는 분한테 이야기하면 되는 듯했다. 파니니 만드는 사람은 그때그때 다른데(나중에야 알았다) 이때는 주인 할아버지가 만들고 있었다. 퍼포먼스도 화려하다. 그냥 만드는 게 아니라 거의 휘두르듯이 모든 재료를 썰고 넣고 쌓는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샘플로 만든 파니니나 치즈를 잘라서 주기도 했다. 그게 또 얼마나 맛있던지!






장인의 작업 흔적(?), 치즈, 양념, 야채 등등..





내 앞의 어떤 아주머니는 저 치즈 덩어리를 5개나 사 갔는데, 나중에 저것도 함께 사볼 걸 그랬나 후회했다.

아쉽게도 그 후 시라쿠사에서 내내 늦잠 자거나 다른 일정을 소화하느라 이곳에 다시 들르지 못했다,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진 않았다. 재료가 다른  여러 모양의 파니니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 내가 주문한 건 오른쪽에 있는 것. 메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서 제일 인기 있는 파니니를 달라고 했다. 가격은 1개에 5유로.  야채, 치즈, 올리브 등등이 가득 들어있는 데다가 크기도 큰데, 이 정도 가격이면 아주 저렴하다. 한 개를 반으로 잘라줬는데, 양이 많아 하나는 점심으로 먹고 나머지는 밤에 출출할 때 먹었다.





파니니 가게 앞에 먹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시장 한복판이고 자리도 좁아서 먹을만한 장소를 찾으러 나왔다. 골목 끝까지 나오니, 훌륭한 장소가 눈앞에 딱 등장했다. 

푸른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넓은 광장. 벤치도 있다.






아마 사람들이 음식을 사 와서 먹는 단골 장소가 아닐까 싶었는데, 고양이들이 잔뜩 모여있다가 새로운 사람이 벤치에 앉으면 슬금슬금 그곳으로 집합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아주 익숙해 보였다.





눈부신 풍경을 앞에 두고 파니니가 든 종이를 펼쳤다. 꿀맛이다. 상큼하고, 신선하고, 고소하다. 치즈는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세상 자연의 맛있는 맛을 흡입하는 기분. 







아니나 다를까 파니니를 한입 먹자마자 고양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빵 조각을 뜯어줬는데, 냄새 몇 번 맡아보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동안 얼마나 맛있는 걸 먹었던 건지!




색이 아름다웠던 시라쿠사 바다 앞에서.

멋진 풍경과 맛있는 음식이 함께 한 행복했던 점심.







L'Ufficio 

Ristorante a Siracusa


일~토, 오후 1~3시, 오후 7~11시

Via Tripoli, 17, 96100 Siracusa 




시라쿠사에서 노토에 다녀온 날이었는데, 모처럼 까다롭게 저녁을 먹을 식당을 골랐다. 시칠리아에는 늦은 오후에는 쉬고 저녁에 문을 여는 레스토랑이 많기 때문에  이른 저녁을 먹는 내게 식사 시간을 맞추기란 여행 내내 참 어려웠다. 그래서 최대한 저녁에 일찍 문을 여는 레스토랑이어야 했고, 오르티지아섬이 아닌 내륙 쪽에 있는 곳이어야 했다. 또 그중에서 맛은 보장되는 곳.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고르고 골라 L'Ufficio 라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 레스토랑에 갔다.














믹스 샐러드와 파스타,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주문했다. 믹스 샐러드는 그냥 풀. 여행 기간에는 억지로 먹고 있는 메뉴다, 트립어드바이저 후기를 보니 여기에서 사람들이 추천하는 메뉴는  성게 크림 파스타(spaghetti ricci e crem_with sea-urchins)였다. 얼마나 맛있는 건지 궁금해서 시켜봤다,






아늑한 레스토랑. 분위기도 좋았고, 저녁 시간임에도 혼자 오는 사람도 몇 명 있었다.





성게 크림 파스타. 왜 사람들이 칭찬했는지 알 것 같았다.

바다 내음이 입에 넣는 순간 확 퍼지는 진-한 맛이다.

노토에 다녀온 후 기운이 쭉 빠진 상태였는데, 와인과 이 파스타를 함께 먹으니 눈이 번쩍 뜨였다.




식사 후, 직접 담갔다는 레몬 술을 한잔 내왔다. 도수가 조금 있는 것 같았는데, 기분이 좋아 홀짝홀짝 마셨던 기억. 돌아오는 길 시라쿠사 밤은 고요했는데,  그 분위기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스러운 도시, 시라쿠사(Siracusa)의 첫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