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숲으로 간다
초록 터널을 따라 걷다가
한낮의 풀숲
붉은 등이 가득한 곳에서 일단 멈춘다
팔을 뻗어 등을 딴다
새콤하고 달콤한 등
마음을 환히 밝히는 맛있는 등
일단 숲으로 간다
구불구불 오솔길에
꽃잎 진 자리
흑진주 소복하니 빛나고 있는 곳
팔을 뻗어 흑진주를 캔다
시큼하고 떨떠름한 흑진주
잠든 육체를 금세 깨우는 빛나는 흑진주
일단 숲으로 간다
힘껏 왼발차기에 후드득
풀잎 위에 누워서 꿈틀거리는 누에의 열매
검붉은 손
보랏빛 혀
이글거리는 정오의 태양
그 끝에 매달려 더욱 익어가는 여름
유월,
잔치는 시작되었고
진짜 여름의 맛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