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지 가는 길에는
쑥들이,
8월보다 더 키를 세우고
여물어 있었는데,
9월의 찬바람에
서둘러
허리를 꺾고 사라져 버린 것을
어젯밤에서야 알았다
가을이 가져간 빈 자리에는
달이 조금씩 차올랐고
하늘은 자꾸 높이 푸르렀다
9월의 하늘은
밤에도 푸르스름한 빛으로 빛났는데
보름꽃을 피우기에 딱 좋은 공간이었다
그 기운 탓인지
새로 난 쑥들이,
글쎄
허공에 몸을 세우고 다시 일어서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지랑이 봄날처럼
가을이 그렇게 오길래 덥석 안고 중산지를 걸었다
걷다 보니
새로 난 클로버,
새로 난 민들레,
새로 난 갈퀴나물꽃,
새로 난 우듬지 순,
새로 난 생명들이 여기저기 가득하였다
열매 없이 쓰러지는 것들은
가을에 다시 한 번 태어난다는 것을
주저앉은 마음을 추스를 시절이
다시 왔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