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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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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Oct 17. 2024

새로 난


중산지 가는 길에는

쑥들이,

8월보다 더 키를 세우고

여물어 있었는데,

9월의 찬바람에

서둘러

허리를 꺾고 사라져 버린 것을

어젯밤에서야 알았다

가을이 가져간 빈 자리에는

달이 조금씩 차올랐고

하늘은 자꾸 높이 푸르렀다

9월의 하늘은

밤에도 푸르스름한 빛으로 빛났는데

보름꽃을 피우기에 딱 좋은 공간이었다

그 기운 탓인지

새로 난 쑥들이,

글쎄

허공에 몸을 세우고 다시 일어서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지랑이 봄날처럼

가을이 그렇게 오길래 덥석 안고 중산지를 걸었다

걷다 보니

새로 난 클로버,

새로 난 민들레,

새로 난 갈퀴나물꽃,

새로 난 우듬지 순,

새로 난 생명들이 여기저기 가득하였다

열매 없이 쓰러지는 것들은

가을에 다시 한 번 태어난다는 것을

주저앉은 마음을 추스를 시절이

다시 왔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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