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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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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Oct 17. 2024

숨죽여


여름내

중산지의 식물들은 죽은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이삭과 하이선이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새벽

부러진 나뭇가지는

운명처럼 그렇게 널브러졌다

남은 것은 생채기뿐이라고

바닥 가득한 절망을 밟으며

여름을 걸었다

거침없는 팔월이 지나가고

세상은 딱지 앉은 몸피를

조금씩 밖으로 드러냈다

중산지의 메타세쿼이아

우듬지에 돋은 새 순처럼

죽은 줄 알았던 많은 것들이

실은

죽은 듯이 숨죽여

태풍같은 무언가가 어서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중산지를 톺아 보며

아직

잠시 멎거나 숨죽인 것들을 만난다

그것들은 어쩌면

나처럼

당도할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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