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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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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Oct 17. 2024

오늘도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피래미들에게


안녕안녕안녕안녕 안 녕

뻐끔거리며 물 위로 솟구쳐 오르는 물고기들의 안부를 급히 물어요

태초부터 오늘까지 호수 아래의 족보를 써내려온 낯선 후손들에게

몇 번의 인사를 나누어야 할지

몇 번이나 반갑다고 말해야 할지

수초로 뒤덮힌 당신들의 사생활은 겨우 한 뼘만큼 내게로 건너올 뿐이어서

DNA의 사슬이 두 개인 나의 역사는 대체로 난감하오니

마르고 닳도록 제발 하나님이 보우하소서


수면을 솟구쳐 오르는 또 한 떼의 식구들

서둘러 톺아보는 일이 자꾸 희미해지는 늙은 오후

물비늘에 젖은 손 끝은 꼼지락거리는 환호의 인사로 발걸음도 가벼웁게 하나 둘 셋

그리고 또 여섯 마리를 세는 동안

벌써 내일은 무럭무럭 자라 해넘이를 삼켜버린지

오래네요


힘을 내요 피래미님

어서 튀어 올라 은빛 고운 비늘을 세우고

밤새 나랑 여기서 하늘을 나는 연습이나 할까요

아까부터 내 몸에 당신 종족의 비늘이 자라나고 있는 건 비밀로 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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