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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꽃 속에 잠든 별

by 글똥

꽃 속에 잠든 별


3월의 배가 만삭일 무렵

벚꽃이 자지러지게 울었다

분홍의 꽃잎들이 하염없이 태어나

햇살 아래 쑥쑥 자랐다

산과 들에 바람 불면 산들바람 따라가는 얇은 꽃잎들

그들은 결코 서로를 붙들지 않았고

난분분 흩어져 제법 낭만을 노래했다

옹기종기 다섯씩 꽃자락 펼치느라 여념 없을 때

문득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았을 때

빛나는 분홍 꽃잎 뒤에서

오직 꽃잎만을 떠받치고 있는

초록의 몸을 보고 말았다

꽃잎에 가려 보이지도 않던 초록 꽃받침

우러러본 하늘 틈새에 그야말로 반짝

초록별 하나가 꽃 속에 고이 잠들어

꽃들의 세상을 온통 떠받치고 있었다

하마터면 영영 놓쳐 버렸을 엄마의 모습

온 힘으로 아기를 키우던 어린 엄마도

꽃을 품은 초록의 시절처럼 저리 싱그러웠을 것이다


꽃 떠난 빈 둥지에 앙상한 초록의 탯줄

모두 떠나고 찾는 이 없어도

여전히 빛나는 꽃 속에 잠든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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