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씀, 2016년 6월 24일 낮
스물하나, 새로운 전공을 준비하던 어느 봄날, 평소같았으면 도서관 아님 학원으로 가야했지만 이 날은 왜인지 혼자가 된 기분이 꽉죄는 옷처럼 꽁꽁 싸메는 날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지냈던 나는, 동네친구도 부모님도 계시지 않았고 대학의 친구들은 공부하기 위해 만들어둔 내 페이스에 너무 버거웠다. 몇 달 잘해오고 있다 생각했는데, 따뜻한 봄바람과 하늘거리는 벚꽃잎에 일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내가 택한 일이었다. 내 책임이었다. 취직이 잘 되는 공대를 계속 다니라는 부모님의 의지에 반한 내 탓이었다. 누굴 원망할 수 없었다. 매섭게 불어오는 겨울의 눈보라보다 살랑이는 훈풍이 더 무서운 것도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 바람 앞에서 울어버린 것은 스물하나의 나에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미워하던 통학거리 한 시간의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엉엉 소리내었다.
그 때, 서쪽으로 난 베란다쪽 창에서 오후의 주황빛 햇살이 들어왔다. 밖에 아이들이 시끄럽게 뛰노는 소리가 들렸다. 이불에 머릴 묻었고 세제향이 났다. 그 곳이 나를 위로해줬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나를 위로해줬다. 한숨을 쉬었다. 평화로웠다.
자취'방'이라 부르던 그 공간은 그렇게 내게 집이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