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커피농장 투어
아침 일찍, 메데진에서 버스를 타서 살렌토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였다.
살렌토는 콜롬비아에서 커피농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당연히 이곳은 커피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지형이겠지.
그 적합한 지형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깊은 산속이라는 것만은 정확한 것 같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요리조리 커브가 장난이 아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빠이를 들어갈 때 경험한 352개의 커브는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커브였다.
하지만 그 어지러운 커브에도 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풍경들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그렇게 도착한 살렌토는 산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일단 짐을 먼저 풀기 위해 이리저리 숙소를 찾아 돌아다니는데,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발코니를 가진 호스텔을 발견했다. 사실 살렌토에서는 일정이 짧아서 저렴한 숙소나 도미토리에 머물려는 계획이었는데, 이 사랑스러운 발코니 때문에 조금은 가격이 있는 싱글룸의 이 숙소를 선택해버렸다. 하지만 숙소 앞으로 펼쳐진 풍경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여러모로 사랑스러운 곳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마을을 한 바퀴 도는데, 작은 광장을 비롯해 여기저기 모든 상점들이 사랑스러운 발코니들을 포함한 아기자기한 모습을 하고 다양한 기념품들과 이곳에서 재배되는 커피 원두를 판매하고 있었다. 가게들 어딜 가나 그 향긋한 커피 향이 기분을 좋게 했다.
다음날 아침, 숙소 앞으로 펼쳐진 목가적인 풍경 속의 노란 다리를 건너 계속 걷다 걷다 걷다 보면 커피농장들이 나온다는 정보를 듣고 커피농장 투어를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내가 선택한 Ocaso Coffee Farm은 살렌토 시내에서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아마도 한 시간이 조금 더 넘게 걸었던 것 같다. 그 시간을 걷는 내내 너무나도 평화로운 목가적인 풍경이 펼져진다. 소들이 아무 근심 없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고 말을 탄 여행객들이 지나가고, 그 평화로운 푸르름에 덩달아 내 마음에도 푸르름이 가득 차서 걷는 내내 해맑은 미소의 사진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걷는 내내 너무 친절하게도 중간중간 안내판을 제공하고 있는 Ocaso Coffee Tour.
안내판이 뭐라고, 이것 또한 사랑스럽다.
그렇게 도착한 농장에서는 이미 투어가 진행 중이어서, 다음 투어가 시작될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 했다.
농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농장의 건물들과 풍경들도 역시 사랑스럽다. 이놈의 콜롬비아는 어느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그 사랑스러운 곳에서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풍경을 안주 삼아 이 상황에 딱 안성맞춤인 클럽 콜롬비아 한 병과 함께 그 평화로움을 만끽했다.
살렌토에 놀러 온 콜롬비아 가족과, 호주 배낭여행자 그리고 나 이렇게 총 6명과 함께 시작된 커피 농장 투어.
실제로는 처음 보는 커피나무와 열매들. 그리고 커피 원두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밌었고 커피 열매를 수확하면서 가이드에게 아주 실한 열매를 잘 골랐다며 칭찬도 들었다.
가이드가 하는 말이 콜롬비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1등급 원두는 수출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1등급 원두를 콜롬비아 내에서는 맛보기 힘들다며 웃음 짓는다. 콜롬비아 대부분의 카페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도 2등급부터라고 하는데, 그것도 그렇게 향과 맛이 좋은데 1등급은 도대체 얼마나 좋다는 건지. 진정 유명한 커피 원산지의 나라답다.
마지막에는 Ocaso 농장에서 수확된 커피 시음도 한다. Cafe De Colombia가 적힌 앙증맞은 커피잔이 어찌나 탐이 나던지.. 이놈의 장기여행만 아니었다면 바로 가방 속으로 넣고 싶었다. 잠시 옆길로 새자면.. 정말 장기여행의 유일한 단점은 뭘 살 수가 없다 라는 거다. 이리도 멀리멀리 지구 반대편까지 왔는데 너무 신기하고 아름답고 사고 싶은 게 많은데, 남은 날들이 많기에, 그것 또한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기에 뭘 하나 살 때에는 정말 고르고 고르고 고민하고 고민하며 신중하게 구입하게 된다.
어쨌든 Ocaso 커피농장 투어를 포함한 살렌토에서의 날들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여행이 끝난 지금도 항상 콜롬비아를 떠올리면 드는 생각이 너무 사랑스러웠다는 거다.
사람도 풍경도 콜롬비아를 둘러싼 모든 것이.
지금 이 시간에도 나는 그곳에서 공수해 온 원두로 내린 커피 한 잔과 함께 그곳의 사랑스러웠던 향기를 맡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에서 그곳의 사랑스러움이 묻어나길 살며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