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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한 sugar Dec 29. 2016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Plaza de Armas (스페인 식민시대의 유물, 광장과 성당)


Plaza de Armas -  (플라자 데 아르마스)

아르마스 광장,  남미 여행을 한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한 단어일 것이다.  

눈부셨던 로마제국 시절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로 표현했던 것처럼,  남미 여행을 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이 아르마스 광장이고 각 나라, 도시마다 중심가에는 무조건처럼 아르마스 광장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그 광장 앞에는 어김없이 큰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아르마스 광장과 성당 - 이건 마치 자장면과 단무지, 라면과 김치, 치킨과 맥주, 삼겹살엔 소주와 같은 그런 공식 같은 것이다.


말한 것처럼, 아르마스 광장 위치 자체가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고, 성당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 같은 존재이고 그 모습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는 광장으로는 마추픽추를 만나기 위해서는 꼭 들르게 되는 페루,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이 있고  칠레, 산티아고의 아르마스 광장이나  페루 남부, 아레키파의 아르마스 광장도 꽤나 아름답다고 얘기된다.   


먼저 페루,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의 모습이다.

쿠스코는 고산도시이다.  그 고산도시 중심에 넓게 자리 잡고 있는, 하늘과 맞닿아 있는 이 아르마스 광장은 정말 평화롭고 아름답다. 쿠스코 자체에 관광객들이 많다 보니 아르마스 광장에 순찰을 도는 경찰관들도 꽤 많아서 광장 치고 치안도 괜찮은 편인 것 같았다.  이곳에 앉아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며 보낸 시간들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다음으로는 칠레, 산티아고의 아르마스 광장이다. 많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칠레에 대해 하는 말이 남미 국가들 중 가장 한국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곳이라고들 얘기한다.  나도 그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지만 산티아고의 아르마스 광장은 내게 굉장히 위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뭔가 아주 복잡하고 산만하고 넘쳐나는 사람들로 인해 위험한 느낌을 받았었고, 사실 이 곳에서 그 악명 높은 새똥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아르마스 광장 내에서는 사진기를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고 하루를 묵었었던, 많은 배낭여행자들이 가는 광장 바로 앞 건물에 있는 플라자 데 아르마스 호스텔 베란다에서 광장 사진을 찍어더랬다.

숙소에 대한 만족도는 여행 시 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니, 그런 것들에 대한 리뷰를 잘 안 하는 편인데 이 유명하고도 유명한 아르마스 호스텔은 솔직히 나는 별로였다. 좋은 건 단 하나, 저 아르마스 광장의 전체 뷰를 볼 수 있다는 거 정도? 도미토리 청결함 정도도 별로였고 무엇보다 샤워실 수압이 정말 미칠 지경이다. 물이 졸졸졸... 리셉션에 물어봤더니, '어쩔 수 없어. 너도 알다시피 이 건물은 아주 오래되었거든.' 난 다음날 당장 숙소를 옮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아주 좋아한 아르마스 광장으로 페루 남부, 아레키파의 아르마스 광장이다.

아레키파는 페루 제2의 도시로, 화산암으로 만들어진 색깔이 흰 건물들이 많아서 백색 도시라고도 불린다.

특히, 이 아레키파의 아르마스 광장은 낮보다 밤에 보는 것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그 하얀색 건물들이 밤의 조명에 비쳐서 보이는 색들이 다른 어떤 밤의 광장보다 예쁜 것 같고 내가 갔던 때가 크리스마스 시즌이어서 여러 가지 장식과 분위기 자체가 더 사랑스러운 느낌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아르마스 광장과 대성당이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스페인 식민시대의 유물이다.

알다시피, 남미지역에서 브라질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스페인의 식민지였었고 그래서 현재도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고,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스페인 말로 Armas라는 말이 무기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Plaza de Armas라는 말을 해석해보면 무기 광장이라는 거다.  즉, 식민지 시대 때에 전쟁이나 침략을 위해 필요했던 무기를 모아두었던 장소라는 것이다.  당연히 위치는 무기를 이동시키는데 유리한, 지역의 중심에 위치해야 했을 것이고 그 광장 바로 앞에는 스페인의 종교였던 가톨릭, 성당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그들의 종교도 지배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광장의 이름 또한  Plaza de Armas라고 지어 이름에서도 강압적인, 지배적인 느낌을 주려는 의도는 아녔을까?   


페루 같은 경우를 보면 스페인 통치 시대가 자그마치 300년이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긴 기간이다 이건. 

생각해보면 나의 자식에 자식에 자식에 자식까지 식민시대를 살아간다는 얘기이다. 

그 긴 시간 동안에 그들은 그들의 언어를 잊었고 그들의 종교, 문화조차 희미해져 갔다. 그들의 이름도 스페인 영향을 받아 호세, 후안 이런 이름들로 가득하다. 

그들의 이 식민시대의 유물들과 역사를 접하면서 자연스레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 때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민족이 참으로 대단하구나. 36년의 일제강점기 기간 동안 우리의 선조들은 처절하게 대항하고 대항했다. 지금까지도 그 시대가 여러 가지 의미로 회자되고 있으며, 일본의 민족말살 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살아냈던 우리의 선조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그 말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한민국 민족의 대단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특히 남미에서는 길거리에 넘쳐나는 현대자동차나 많은 사람들 손에 들려 있는 삼성 핸드폰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지구 반대편 그 조그마한 나라의 제품이 이 먼 곳까지 이렇게 수출이 되어 사용되고 있구나.'라는 그런 왠지 모를 자부심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너무 아름답기만 했던 아르마스 광장의 속사정을 알고 나니, 그것이 마냥 아름답지 만은 않았다.

하지만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의 거리 이야기를 하면서도 언급했듯이 식민시대 때의 노예시장이었던 그곳이, 그때의 그 아픔을 뒤로하고 지금은 흑인들의 독특한 색과 느낌으로 가득 찬 관광지가 되어 있는 것처럼  아르마스 광장과 성당 역시 현재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저 그들의 역사와 연결해서 봤을 때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나라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옛날에 보았던 SBS 스페셜 '물은 누구의 것인가?-슬픈 장미'

가 떠오르기도 했다. 

유럽에서 한 여자의 1인 시위로 시작되는 이 다큐에 대한 내용은 유럽에서 팔리고 있는 장미의 70%가 아프리카 케냐산이고 이 장미 한 송이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물 10L가 필요한데, 이것을 위해 케냐의 나이바샤 호수의 물이 무분별하게 장미농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호수를 끼고 살아가는 케냐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에 대해서 말하자면 사실 너무 심도 깊고 길기 때문에, 간략하게 그리고 크게 보자면 이러한 것들이 예전처럼 식민지나 노예의 모습은 아니지만 현재에도 선진국의 자본이 제 3세계나라에서 이러한 형태로 그들의 생활을 억압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장미 한 송이만 보았을 때 절대 알 수 없었던 사실이었지만 그 속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어딘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작은 것도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더불어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도 요즘 많이들 언급되고 있는 공정여행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다녀야 함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Your rose is not as beautiful as it seems.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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