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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Mar 08. 2018

비정규 하와이 여행기 03 버스 피플

속도를 위한 인간 대 인간을 위한 속도.


 8일 차, 2018년 2월 24일   

 

 ① 노드스트롬 랙 워드 빌리지 점   

 ② 커피빈 TJ 맥스 점   

 ③ 마루가메 우동   

 ④ 와이키키 비치   

 ⑤ 숙소 수영장   

 ⑥ 노드스트롬 랙 워드 빌리지 점   

 ⑦ 알라 모아나 쇼핑 센터   

 ⑧ 라나이 마할로하 버거, BRUG 빵집   

 ⑨ 숙소에서 바라본 한국   

 


    

 ① 노드스트롬 랙 워드 빌리지 점   


   

더 버스 원데이 티켓을 끊고 노스트스롬 랙 워드 빌리지 점에 다시 갔다. 원데이 티켓을 끊으면 하루 종일 이용 가능하다. 기사한테 원데이 티켓을 요구하면 끊어준다. 승객 대부분이 원데이 티켓을 끊었다. 2018년 기준이다. 바뀐 지 얼마 안 된 원데이 티켓 제도가 다른 걸로 또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왜 8시간을 날아 머나먼 이국땅에 왔나. 아내를 노드스트롬 랙에 보내려고.   

버스를 타고 가는데 노약자석에 앉았다. 하와이에 사는 노약자들을 엿 먹일 심산으로 그런 건 아니고 모르고 앉은 건데 가만 보니 뭔가 수상쩍은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영어 해석은 안 됐지만 그림이 대충 노약자석이라는 인상이었다.   

  


다양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가방 금지라는 안내문도 보인다. 여행 가방처럼 큰 가방.

   

몇 정거장 뒤에 올라탄 백인 노인이 아들을 가리키며 비키라고 했다. 노약자석인데 왜 새파랗게 어린 네가 앉아있냐는 투로. 아들은 많이 어려서 걸렸나 보다 생각하는데 나보고도 비키라고 했다. ‘사인’을 가리키면서.   

오케이.   

아내와 내가 일어서자 뒤쪽에 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커플이 냅다 앉았다. 백인 노인과 흑인 커플이 그 주제를 놓고 토론했다. 노약자석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앉을 노약자가 없다면 자원(의자)의 낭비 아닌가. 원칙은 원칙이다. 예외 규정은 없다. 납득한 흑인 커플이 일어나 자리를 비워줬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동안 아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백인(이란 표현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 아내가 관찰한 백인은 미국 백인에 가까운데 유럽 백인도 있을 수 있으니까. 아내가 미국인이라고 하지 않고 백인이라고 한 데에는 하와이를 돌아다니는 관광객이 백인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나이든 흑인이랄지 유색인종은 노숙자들에게서 자주 관찰됐다)들은 똑똑하지 않다고.   

 

버스에서 본 노숙자. 사진 왼쪽. 다음 날 와이키키를 산책할 때 또 봤는데 손수레 위에 있는 개한테 먹을 걸 주는 이도 있었다.

  

버스에 탈 때마다 물어보니까. 기사한테 어디 가냐고 물으면 기사도 성심껏 답해준다.   

자, 한국적 상황(코리아 웨이브)으로 돌려보자. 버스에 탈 때마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말로 우리나라 기사한테 물어보는 거다. 어디 가요? 이게 거기까지 갑니까? 나는 거길 가려고 하는데 이 버스가 거길 경유하나요? 그때마다 버스 기사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아니요. 가지 않습니다. 몇 번 버스를 타도록 하세요. 거길 가긴 하지만 조금 돌아서 갈 겁니다. 시간이 많으면 타세요.   

우리네 속도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아주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나는 여기서 ‘단답형’으로 묘사했는데 실제로 벌어진 풍경은 대화다. 토킹 어바웃. 탈지 안 탈지 결정 안 한 승객과 기사가 뭔가 길게 주고받는다. 한 사람 해결하면 다음 사람과 또 토킹 어바웃.   

자연히 배차 간격이 길어질 수밖에. 그래도 기사는 서두르지 않는다. 정류장에 설 때도 앞 버스가 서서 승객과 토킹 어바웃 하느라 정차하고 있으면 아예 교차로를 건너지도 않는다. 그냥 직전 교차로에서 대기한다. 앞 버스가 정류장을 비워줄 때까지. 속도를 위해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영어를 유창하게 쓰는 백인들, 그러니까 본토에서  연금(?) 관광 온 것으로 짐작되는 나이 든 백인들은 코리아에서 날아온, 영어를 점자 수준으로 더듬는 우리보다 더 하와이를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아내가 구글 맵에 눈을 뜬 뒤로는 더욱 ― 우리가 모른다는 것은 ‘네트워크가 안 되는’ 상황과 동의어가 돼 버렸다. 와이파이가 안 되면 모른다. 와이파이만 연결되면 모르는 게 없다.   

노드에 도착한 우리는 남성 신발 코너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아들은 신발 대신 모자를 사고 나는 아들이 작년에 샀던 호카를 샀다.


아들은 회색을 골랐다. 우리는 안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렸다.

 

아내는 생애 첫 나이키.


싸다고 막 집으면 안 된다. ‘랙’에 해당되는 제품이 깔린 거니까.


아내를 노드에 풀어주고 아들과 나는 옆 건물에 있는 커피빈에 갔다.


   

수중에 달러가 없다는 걸 알고 노드로 돌아와 아내를 찾는데 쉽지 않았다. 아내는 어느덧 2층에 올라가 유유히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② 커피빈 TJ 맥스 점   


   

100달러를 받아왔지만 주문을 마친 음료 값은 아들한테 있는 20달러로 했다.   

뜨거운 라떼, 라지 사이즈가 4.79불.(투 샷을 주문했는데 에스프레소 샷 추가 가격이 없는 걸로 봐서 원 샷만 한 것으로 보인다) BREEZE STRAW(딸기)가 6.39불. 텍스가 0.53불.



우리나라 커피빈 맛과 유사한 느낌이다. 에스프레스보다 우유 쪽으로 기운, 밋밋하게 밀키한 맛? 내 기준으로는 맛이 없다는 뜻이다.(우리나라에서도 커피빈은 거의 안 간다. 백다방에서 메가커피로 갈아탄 지 꽤 됐다. 폴 바셋 같은 데가 진짜라고 믿는 이들에겐 메가커피가 가짜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메가커피는 에스프레소 투 샷의 맛이 확실히 느껴진다. 그들보다 절반 가격에 두 배 많은 양을 감안하면 기적과도 같은 커피라 할 수 있다) 일하는 점원도 한국의 점원과 유사한 느낌이었다. 남자가 둘 있었는데 바리스타가 아닌 아르바이트의 면모를 풍겼다.   


   

아들이 시킨 딸기 스무디를 만들 때는 (설탕으로 짐작되는) 흰색 가루를 한 삽 가득 떠 넣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미국에는 조리실을 노출시켜 무엇을 만드는지 볼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있다.   

아들은 밑으로 내려갈수록 달다고, 엄청 달다고 고개를 저었다.   




 ③ 마루가메 우동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마루가메 우동으로 갔다.(물놀이에 집중하려고 카메라와 핸드폰을 챙기지 않은 관계로 사진이 없다) 줄을 20분쯤 섰던 것 같다.   


산책 때 사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맛 좋고 양도 푸짐했다. ‘짜다’는 평이 있는데 이곳의 진짜 짠 맛을 안 봐서 하는 말이 아닐까. 여기 사람들은 피자도 짜게 먹는다.   


작년에 피자 가게에서 싼 트롬볼리는 짠 맛이 나머지 모든 맛을 압도해 못 먹을 지경이었다.


적당히 짠 맛이었다. 소화 가능한 짠 맛. 흥분해서 튀김을 많이 집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는 배가 불러 느끼함만 가중됐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것도 면 음식이라고 분화구가 폭발했다.


   

라면을 많이 먹으면 장이 맛 가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그렇다. 밀가루 면 음식에 취약하다. 인생의 즐거움 하나를 잃어버렸다.(라면이 얼마나 맛있는데!) 선배가 라면 많이 먹지 말라고, 자기처럼 장이 고장 난다고 경고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와도 마루가메 우동은 방문하게 될 것 같다. 우리 집 공식 맛집으로 지정돼서.(1등은 아니다)   

배가 볼록해진 우리는 와이키키 비치로 갔다.   




 ④ 와이키키 비치   

  

   

마루가메에서 많이 내려와 돌아가야 했다.   


작년 사진.

포인트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들어갈수록 얕아지는 구간이 있다. 아들은 파도를 맞으며 신나게 놀았다. 아내는 돌을 밟고 발목이 꺾여 마음이 상했다. 나도 돌을 두어 번 밟았는데 그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또 밟게 되지는 않을까, 발밑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아내는 내일 올 때는 아쿠아슈즈를 신기로 했다.


작년 사진.


아들이 신나게 노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들은 여기가 최고의 바다라고 했다. 파도가 장난감처럼 놀아주는 게 마음에 든 모양이다. 다른 해변의 파도는 너무 터프하니까. 빤스를 통째로 벗겨갈 기세랄까. 북쪽 해변은 수영 금지라는 푯말이 있기도 했다.    


선셋 비치. 오른쪽 푯말, 노 스위밍.

   

동쪽에 있는 라니카이는 너무 잔잔하고. 우리는 내일 또 오기로 했다.   

해변에 호텔이 바짝 붙어있었다. 우리는 샤워대에서 대충 씻고 호텔로 진입했다. 길을 어렵게 뚫고(미드에서 추격전이 벌어질 때 나오는 주방 뒷길 같은 느낌?) 숙소로 돌아가 10층 수영장에서 수영했다.   




 ⑤ 숙소 수영장   

 
아내와 아들을 수영장에 들여보내고(키 카드가 내 수영복 바지에 있어서) 나는 숙소로 올라가 빠이어했다. 면 좀 먹었다고 이다지도 솔직하게 반응하는 장이라니. 좋다. ‘나름’ 정상이란 뜻이니까.   

수영장으로 내려가 발이 닿지 않는 물에서 숨쉬는 훈련을 했다. 코딱지 만 한 수영장인데 내가 경험한 수영장 중 가장 깊었다. 벽에 새겨진 피트 표시도 믿으면 안 된다. 안쪽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구조라. 두 번째로 깊었던 수영장은 터틀 베이 리조트.   


터틀 베이 리조트 리뷰는 여기   

 
그래도 거기 피트 표시는 믿을 만 해서 깊은 곳과 얕은 곳이 확실히 구분됐다. 힐튼 와이키키 비치 호텔 수영장은 구분이 모호해 안쪽으로 들어가면 깊어진다. 아이들은 가지 말라고 줄까지 쳐놨다. 또 다른 특징은 바닷물을 쓴다는 거다. 수영장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끈적거림이 없다. 좋다.   

우리는 느긋하게 선베드에 누워 여행의 진수를 만끽했다. 가만히 누워 숨만 쉬어도 되는 느낌. 작년 여행 때는 탄핵 정국이 한창이어서 이 정도로 머리를 비울 수 없었다. 박근혜는 보냈지만 이재용은 돌아왔다. 우리나라 최고 권력 기관은 청와대가 아닌 삼성이었던 것. 딱 그 정도의 소음이 머리를 울렸다. 사법고시를 패스한 순간 평생을 다 바쳐 ‘돈’을 벌기로 작정한 자들은 이곳에서조차 도움이 안 됐다.   

 



 ⑥ 노드스트롬 랙 워드 빌리지 점   

 
샤워를 하고 쉰 다음 노드에 다시 갔다. 원피스를 입어본 아내가 작다고 해서. 버스는 와이키키 시내를 좀처럼 빠져나가지 못했다. 포기하고 내일 아침에 갈까 고민하는데 와이키키를 벗어난 버스가 신나게 달렸다.   





아내는 반품에 실패했다. 그런데 사진 놀이를 하는 나를 빼고 다녀온 두 사람이 싱글벙글이다. 영수증에 없는 상품이라는 이유로 반품에 실패한 것이다. 이 말인즉슨 아침에 아내가 이 물건을 구매할 당시 계산대 직원이 바코드를 찍지 않았다는 뜻이다. 문을 통과할 때 요란한 소리가 나도록 세팅된 전자 장비는 제거해주었는데 말이다.  아내는 44달러를 벌었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동기도 얻었다. 공짜로 얻은 원피스를 입으려면 말이다.(나도 5킬로그램 빼기로 했다. 아들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보니 돼지나 다름없는 남자가 서 있었던 것이다. 턱 선은 사라지고 어깨는 떡 벌어졌는데 아랫배만 불거진)   

하와이 3대 미스터리 중 하나. 하지만 우리는 늘 ‘이해’를 구한다. 직원이 안 찍어줬어? 땡큐!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 한다. 인식 체계는 기계처럼 부지런히 그 ‘이유’에 대해 캐묻기 시작한다.   

전날 방문했을 때 나는 계산대 직원의 머리를 칭찬했다. 빈말이 아니라 진짜로. 투 블록으로 양 사이드를 바짝 치고 윗머리를 스프레이 같은 걸 뿌려 풍성하게 부풀린 남자 직원이 연예인처럼 멋있었던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멋을 내는 남자들 많지만 우리는 그걸 ‘개성’이라고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 멋 부리고 다니길 좋아한다면 그는 개성이 강한 남자.   

이들의 멋은 ‘개성’이 아닌 한 사람의 ‘정체성’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로 치면 프리미엄 아울렛 계산대 직원이 잔뜩 멋을 낸 상태에서 바코드를 찍는 거랄까. 특별히 획득한 기능이 아닌, 누구나 지니고 있는 ‘모습’의 하나로 다가오는데 이 점은 여자들에게 눈을 돌릴 때 더욱 두드러진다. 엉덩이와 치골을 드러내는 레깅스를 태연하게 입고 다닌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레들이 달라붙어 성추행을 하거나(맛있겠다고 점수를 매기는 발언이 바로 성추행이다. 칭찬은 성추행이 아니라고 우기는 치들이 있던데, 칭찬이든 농담이든 장난이든 카톡으로 주고받은 문자든 성추행이면 성추행이고, 아니면 아닌 거다. 칭찬이니까 농담이니까 문자니까 성추행일 수 없다는 게 아니라) 나이 많은 자들은 지구의 종말이라도 본 듯 혀를 찰 텐데 여기서는 그냥 개인이 외출 전 옷장 앞에서 내린 ‘선택’ 중 하나다.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다.(그 범주가 넓을수록 누릴 수 있는 자유의 폭도 커질 것이다)   

아내 말에 따르면 이날 다시 본 직원은 아는 척 하지 않았다지만 전날 멋있다는 말을 들은 답례로 슬쩍 넣어준 게 아닐까. 하지만 이건 반만 생각한 결과다. 이날 아내가 계산한 품목(내 신발 포함)은 6가지였다. 어떻게 반품할 상품만 콕 찍어 바코드를 안 찍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44달러 어치 미소 속에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기사한테 나도 백인처럼 당당히 물었다.   

“알라 모아나 센터?”   

“예스.”   

웬만한 버스는 다 가니까. 문제는 내리는 데였다.   


피이코이 스트리트로 좌회전한 뒤 내렸다.

   

처음 와보는 데였다.(우리는 늘 핑크 트롤리 버스가 내리는 데에서 타고 내렸다) 그래도 알라 모아나는 알라 모아나였다. 단지 그 거대한 크기를 처음으로 실감했을 뿐.   

 


  

 ⑦ 알라 모아나 센터   

 

    

원래는 알라 모아나에 붙어있는 네 개의 백화점을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저녁을 먹기 위해 일단 새로 생긴 푸드코트라는 라나이에 가기로 했다.


PC로 보면 크게 볼 수 있다.

   

안내도를 봐도 모른다. 너무 크고 복잡하고 많아서. 아내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메이시스 백화점 쪽에 있다고 해서 일단 그 방면으로 걸었다.



중간에 시큐리티처럼 보이는 남자한테 한 번 묻고. 한참을 걸어 라나이를 찾는 데 성공했지만 그게 어디에 위치하는지, 혹은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설명하라면 자신 없다.   

그냥 당신 앞길에 가호가 있기를…….   


구글 맵에도 라나이라는 상호는 안 뜬다.



   

 ⑧ 라나이 마할로하 버거, BRUG 빵집   


    

작년 하와이 여행 때 시로키야에서 실패한 적이 있어 라나이를 찾은 건데 딱히 더 낫다고 할 만한 요소는 없었다. 



컨셉 자체가 다르다. 푸드코트라고 하면 다양한 음식점을 떠올릴 텐데 ― 다양한 메뉴가 보장된,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푸드코트는 아니었다. 몇 개의 음식점이 있고(지금 검색해보니 10개의 점포가 입점했다고 한다) 공간이 넓었다. 그 점은 마음에 들었다. 시로키야는 반도체 칩처럼 공간을 응축시켜 복잡하고 시끄러웠다.


작년에 간 시로키야.


딱히 먹을 게 없어 마할로하 버거에 줄을 섰다.   

아내는 하와이 3대 버거라고 했지만 여행기를 쓰는 지금 검색해보니 3대 버거는 쿠아아이나, 치즈인 파라다이스, 테디스 버거라고 한다. 나는 ‘맛’을 보기 위해 마할로하 버거를 주문하고 아내는 치즈 칠리 (핫)도그, 아들은 베이컨 치즈 프라이스(감자튀김)를 시켰다.


  

일단 국내 버거와는 비교 불가다. 손에 묻은 기름이 증명한다. 끈적끈적한 기름이 줄줄 흘러 햄버거를 든 손가락을 완전히 적신다. 스테이크로 치면 육즙이 넘친다는 증거랄까. 하지만 딱히 이 맛이 한국인들에게 어필할 지는 의문이다. 내가 한국인 입맛의 표준은 아니어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쿠아아이나보다는 별로였다. 테디스 버거보다는 나은 것 같다. 코트야드 옆에 있는 맥도날드에 비하면 아주 훌륭한 맛이고. 뭐랄까. 패티라기보다는 스테이크에 가까운 고기의 집합체가 아니었나 싶다.   

진동 벨이 울려 음식을 받아오는데 카운터에 있는 모형을 들고 올 뻔했다. 아놔. 피곤하니까 헛것이…… 아들이 말려줘서 다행이었다. 직원은 블랙유머인 줄 알고 째려봤다.(너무 정교해서 그랬다고 할수록 더 쪽팔려지는 상황적 상황?)   

배를 채운 뒤 라나이에 입점한 BRUG 빵집에 갔다.


    

아내 말로는 홋카이도에 이어 두 번째로 오픈한 빵집이라는데 관심 없고.


늦게 간 탓에 빵이 많이 비었다.


6개를 샀는데 가장 싼 게 2.25불, 가장 비싼 게 3불이었다. 합계는 세금 합쳐 16.91불. 다음 날 아침 식사로 먹었다.



힐튼 와이키키 비치는 어메니티가 훌륭한 편이었다. 코트야드 바이 메리엇에 비해.

 

맛, 있었다. 새로운 맛은 아니고 익숙한 맛인 게 우리나라 빵이 프랑스가 아닌 일본에서 들여온 것임을 짐작케 하는 ‘단’ 맛이었다. 값은 착하지 않지만 안에 든 내용물이 많은 건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 빵은 반으로 쪼개면 무섭도록 절감된 원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게 사기가 아니면 뭐가 사기?

 


   

 ⑨ 숙소에서 바라본 한국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들은 수도승처럼 묵묵히 스마트폰을 어루만졌다.   


면회를 간 둥이네가 꽃개를 애견 공원으로 데려가 놀아줬다.

 

아내는 SNS를 하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나 역시 이날 받은 영수증과 기억을 수첩에 정리했다. 노트북으로 필요한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정리한 뒤 페이스북에 들어가 문빠들의 최신 동향을 살폈다. 그들이 발췌하고 강조한 뉴스는 대체로 광기의 키워드로 모아졌다. 여기서 바라본 한국은 광기가 부글부글 끓는 사회랄까.   

아주 단순한 구도다. 이명박근혜 9년에 분노한 사람들이 촛불을 들어 정권을 교체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자력 쟁취가 아닌 촛불에 올라탄 대통령으로 평가해야 맞다고 본다. 폄하는 아니다. 촛불 혁명이 없었어도 정권은 교체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부정선거를 감안하면 안 됐을 가능성도 있고 안철수가 가로챘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본다. 촛불 혁명의 가장 큰 업적은 박근혜 탄핵이 아니라 부정선거 무력화였는지 모른다. 어쨌든 문재인은 민주당보다는 촛불 시민에 속한 대통령이라고 본다) 이명박근혜 9년을 만들고 충성한 부역자 그룹인 자유한국당과 조중동 기레기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그들이 지면에 흘리는 어떠한 단어나 마이크 앞에 내뱉는 말도 그 목적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들의 의도된 비난과 비판은 문재인 정부가 못할 때, 일을 망칠 때, 국민을 속이고 사회를 무시할 때 효과를 보겠지만 잘 하고 있잖아?   

문재인 정부가 못하는 게 뭔데? 끽해봐야 반려견 관련해 줄 길이를 제한하고 입마개를 씌우겠다는 바보 같은 대책을 발표한 게 전부 아닌가?


개 혐오에 기름을 부은 농축부 대책은 여기


조중동 기레기가 보도를 안 해서 그렇지 그조차 문재인 대통령이 보완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말이다.   


농축부 장관은 개를 안 키우는 일반인과 애견인으로 분리해 접근하고 있다. 국민 이원화로 무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여성을 혐오하면 집에다 가두는 게 대책인가?

   

지방 선거를 앞두고 다급해진 자유한국당과 조중동 기레기는 급기야 전쟁까지 선동하고 나섰다. 전쟁이 나면 강남의 아파트 부자들은 거지가 된다. 강남이 뭐냐. 서울 천만 시민이 불바다 속 잿더미가 된다. 우리나라의 부는 서울에 편중돼 있다. 거의 모든 회사,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서울에 있는데 자유한국당과 조중동 기레기는 일본과 손잡고 북한과 전쟁을 해야 한다는 기사를 장사정포처럼 퍼붓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고 비하하면서까지.


 

사정이 이런데도 소위 경제전문가란 자들은 세월호 침몰 때 선박 전문가, 해상 전문가들이 그러했듯 침묵하고 있다. 대학 변별력이란 괴물로 중산층 울타리를 지켜내는 데 급급한 중간 계급이 밀집한 구역이 강남이자 서울인데 ― 자기들 이익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데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과 조중동 기레기의 전쟁 선동에 대해 입도 벙긋 않는다. 그들이 입을 열 때라고는 최저임금이 경제를 망치게 할 거라고 선동할 때뿐이다. 전쟁 나면 최저임금이 뭔 상관이라고.   

광기도 이런 광기가 없고, 침묵도 이런 침묵이 없다.   

나는 탭 케이스를 덮고 TV를 틀었다. 미국 문화를 흡수했다. TV에 묘사된 미국인들은 ‘영웅’을 모티브로 한다. 거대한 서사 구조 안에서 승리를 거둔 자가 아닌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자들. A 캐릭터를 B 캐릭터로 이끄는 캠페인. 미운 오리 새끼라고 자책하지 마. 너도 얼마든지 백조가 될 수 있어. 자, 이 상품을 써봐. 확 달라진 너를 느낄 거야.





비정규 하와이 여행기 9일차 ‘우먼 월드’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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