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처음으로 느껴 본 파라다이스에 있던 것.
5일 차, 2018년 2월 21일
① 갈비 온 파이어
②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
③ 케아와울라 비치, 요코하마 베이
④ 마카하 비치 파크
⑤ 코홀라 라군
⑥ 코스트코
⑦ 베스트 바이
⑧ 숙소
① 갈비 온 파이어
숙소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은 우리는 렌터카를 타고 나왔다. 11시쯤 지오바니 푸드트럭에 있는 갈비 온 파이어에 도착했다.
가게도 막 열었다며 우리가 주문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지금 먹을 건 아니고 서쪽 해변(리워드 코스트) 어딘가에서 피크닉으로 먹을 음식이었다.(실제로 그렇게 됐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아들은 치킨, 아내는 갈비, 나는 새우를 시켰는데 41불 정도 나왔다.
②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는 할레이바에 있는 카페다. 뒤쪽에 주차장이 있다.
커피 갤러리 값의 두 배였다. 카페라떼 미디엄 사이즈가 4.95불, 아들이 시킨 라나이 음료가 6.5불,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가 3.25불, 텍스가 0.69불. 약간 신 맛이 났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옆에 카하라(KAHALA) 옷가게가 있었다. 기념품으로 하나 지르기로 했다. 아내는 와이키키에도 있으니 염려 말라고 했다.
③ 케아와울라 비치, 요코하마 베이
케아와울라는 오아후 섬의 서쪽 끝에 위치한 해변이다. 지도상으로 보면 도로가 끊기는 지점이기도 하다. 비포장도로가 있다는 글도 보긴 했는데 안 가봐서 모르겠다. 책에서 치안이 좋지 않다고 해서 걱정한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먼 데까지 와서 위험하다고 알려진 해변에 꼭 가야 하나? 우리 같은 비정규 여행자 말고 전문 여행자들이 남긴 글을 보면 꼭 그렇게 위험한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떤 여행자는 도로가 끊긴 지점에서 더 들어갔다고 했다. 위험한 치안을 경험했다면 여행기를 남기지도 못했겠지. 따라서 치안이 안 좋다는 평가가 꼭 진리이거나 진실에 해당될 수는 없다고 봤다. 나는 그렇게 ‘논리’로 당위성을 구축했다.
리워드 코스트, 섬의 서쪽 해변에 가기로 작정한 것은 이번에 안 가면 영원히 못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섬의 북쪽과 동쪽은 누빌 만큼 누볐고 섬의 남쪽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이다. 렌터카를 타는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서쪽 해변을 가려면 오늘밖에 기회가 없었다. 갈비 온 파이어에서 구워준 도시락을 싸들고 섬을 말굽 모양으로 가로질렀다.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정체 구간도 있었고 서쪽 해안 도로로 접어든 뒤에는 신호등이 있는 데마다 걸렸다.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바다는 아름다웠다.
라니카이 바다 색깔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예쁜 색깔의 바다였다. 치안이 안 좋다는 평대로 이용자도 별로 없었다. 현지인으로 보이는 이용자가 천막 밑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있었고 단 몇 사람이 이렇게 넓고 깨끗하고 영롱한 바다를 독점하고 있었다. 등 뒤에 남겨진 도로 끝에서는 119 구조대가 리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위험한 요소는 느껴지지 않았다. 백인들이 종종 쓰는 표현인,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파라다이스에 당도한 느낌이었다. 내 카메라는 케아와울라 바다색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모래는 풍만했고 파도는 적당히 익살스러웠다. 꽃개라고 쓸 때마다 파도가 발 밑을 파고들어 두 번이나 지워버렸다. 세 번 쓴 뒤에야 겨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우리는 오길 잘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일정상 운전이 많아 입수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화장실도 있고 발 씻는 데도 있었다. 샤워 시설은 모르겠다. 다음에 오면 이곳은 꼭 오기로 했다. 아내는 벌써 다음 하와이 여행 구상에 들어갔다.
하와이 오아후 섬 최대 미스터리는 서쪽과 북쪽이 만나는 모서리 지점에 도로가 끊겨 있다는 점이다. 케아와울라에서 바로 북쪽으로 넘어가 할레이바나 선셋 비치를 이용할 수 없다. 갔던 길 그대로 돌아 나와야 한다. 섬을 더 많이 돌게 하려는 정유회사의 음모일까?
군사 기지를 보호할 목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에 숨겨진 빅브라더라 ……. 그것은 마치 자본주의의 숨겨진 비용, 시장 질서를 조정한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다른 버전 같다.
④ 마카하 비치 파크
케아와울라 비치에서 남쪽으로 얼마간 내려가면 리조트 같이 생긴 건물 하나가 나온다. 마카하 쇼레스 콘도? 백인들이 주로 숙박하는 것 같은데 그 옆에 길게 펼쳐진 백사장이 마카하 비치 파크다.
케아와울라랑 비슷하면서 더 북적대고(아무래도 콘도 투숙객들이) 덜 깨끗한 느낌이었다. 파도도 적당히 익살스러워 물놀이하기에 좋아 보였다. 라니카이보다는 한적했다. 입수하지 못하고 사진만 찍은 게 아쉬웠다.
여담이지만 하루 지나서인가 아들이 급보를 알렸다. 마카하 지역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한 여성이 두 명의 남자를 살해했다는 거였다. 아들은 지역 뉴스가 자신의 핸드폰에 뜨도록 설정해놨다. 당연히 영어로 된 기사였는데 스스로 해석해 알려준 것이다. 나는 두 명의 남성이 한 명의 여성을 살해한 것이 아닌지 한 번 더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들은 영어 문법 상 한 명의 여성이 두 명의 남성을 살해한 게 맞다고 확인해줬다. 헐.
⑤ 코홀라 라군
우리는 다시 남쪽으로 달려 코홀라 라군 지역에 진입했다. 제주공항에서 신라호텔로 갔을 때 중문단지에 들어선 것과 유사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도로가 좋아졌다. 관리가 잘된 잔디로 덮인 정원이 나오고. 첫 번째 주차장은 만차여서 튕겨 나오고 두 번째 주차장에 딱 한 대가 빈 걸 보고 넣는 데 성공했다.(주차에만 기본 40분이 걸리는 양재 코스트코에서 갈고닦은 솜씨다. 알통에 뽀뽀)
그럼에도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어(이곳에 정말 주차해도 되는지. 미국은 단속이 칼이어서 잘못된 주차를 하면 견인차에 끌려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안내문을 유심히 봤다. 영어였고, 아들과 아내의 해석은 괜찮다는 쪽이었다. 현지 여성이 터프한 픽업트럭에 아이들을 태우고 나가다 불안해하는 우리를 보고 환한 미소로 안심시켜줬다. ‘프리’ 맞다고. 와우.
라군은 인공으로 조성한 해변이다. ‘호’의 형태로 파서 거친 파도 없이 안전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수질은 별로였지만 레인보우 타워 앞에 있는 힐튼 라군에 비하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주변 시설이 워낙 좋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코트야드 바이 매리어트 숙소 주변은 이곳에 비하면 뉴올리언스 지방 같다고 할까. 습하고 밀림 같은 숲에 늪지대가 있는 미국 남부 지방 말이다)
잔디밭에 매트를 깔고 ‘갈비 온 파이어’로 우아한 식사를 마친 우리는 코홀라 라군에 뛰어들었다.
의외로 깊어 많이 들어가지는 못했다. 자유형을 연습했다. 아들도 들어와 물놀이를 즐겼다. 샤워를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그렇게 하라고 화장실 안에 벤치 형태의 의자가 벽에 붙어있었다) 코스트코로 갔다.
지난밤(아내가 상처 입으면서) 짠 일정에 의하면 코올리나 비치 파크를 가야 했지만 이미 충분히 놀았단 느낌이 들고 오랜 운전에 지치기도 해서 다음을 기약했다.
⑥ 코스트코
운전이 쉽다고 느꼈는데 그건 내가 쉬운 길로만 다녔기 때문이었다. 코스트코는 첫 번째 도심 목적지였는데 주차장 입구를 놓쳐 유턴해서 돌아와야 했다. 신호등 체계도 달랐다. 다음 날 와이키키 도심을 달릴 때도 그랬지만 좌회전 신호를 따로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녹색 등은 대개 ‘직진’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좌회전’도 알아서 가라는 의미로 읽혔다. 좌회전 신호를 마냥 기다리다 뒤에서 ‘빵’ 하는 소리를 두어 번 들었다.
우회전 상황에서 횡단보도 신호등이 켜졌을 때도 무조건 기다리는 건 아니었다. 따로 횡단보도 신호등이 켜졌으니 절대 우회전하지 말라는 빨간 신호등이 켜진 데가 아니라면 눈치껏 우회전하는 게 가능해 보였다. 이 타이밍에서도 안 가고 뭐하냐고 뒤에서 ‘빵’ 하는 걸 두어 번 당했다. 고속도로도 장난 아니다.
의외로 터프하게 달린다. 제한속도? 지키는 차가 나밖에 없었다. 45마일이면 50에서 55, 55마일이면 60 이상 밟았다. 할레이바에서 99번 도로를 타고 남하할 때는 내 뒤로 차들이 십여 대 이상 늘어서기도 했다. 심리적 압박을 느꼈지만 제한속도를 지켰다. 딱지 끊을 예산 따위는 없었다. 딱지 끊고 벌금 낼 바에는 그냥 콱 죽는 게
코스트코는 의외로 별로였다.
우리나라에서 본 것과 제품 구성이 유사했다. 선물을 사고 바로 옆에 있는 베스트 바이에 가는데 주차장 입구를 또 놓쳐 한 바퀴 돌았다. 코스트코 주차장 입구 ‘여기’, 베스트 바이 주차장 입구 ‘여기’ 하고 정확히 찔러주는 안내 간판이 없었다.
⑦ 베스트 바이
베스트 바이는 두 가지 목적에서 갔다. 하나는 우리나라 전자제품과의 가격 비교. 내가 생각하는 카메라 기종의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좋으면 지를 의향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 두 번째는 헤드폰이 혹시 쓸 만한 게 있나 보러 간 거였다.
하이마트 같았다. 손님보다 직원이 많은. 내가 기대한 수준의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도 (아마존이라는) 인터넷 쇼핑의 영향을 받는 듯 보였다. 입구에 주저앉아 통화를 하는 미군이 베스트 바이보다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녀는 우리가 입장할 때부터 나올 때까지 같은 자세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거기서 그와 같은 자세로 통화하는 게 타인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않았다.
⑧ 숙소
숙소로 돌아와 수영을 즐기고 간단한 식사를 한 뒤 와이파이로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TV를 시청했다. 미국 문화의 핵심을 브리핑받았다. 미국에서 영어를 가장 빨리 배우는 길이 TV 시청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자야 할 타이밍에서 우리는 평안하지 못했다. 아내는 내가 내는 새로운 의견을 부담스러워했다. 아내는 동선을 ABCB로 짰고 나는 ACB로 줄이자고 했다. 알라모 렌터카에 가서 차를 반납하고 힐튼 와이키키 비치 호텔에 들렀다 알라모아나 센터에 가지 말고 차량 반납 후 알라모아나 센터에 들러 볼일을 다 본 뒤 숙소에 가자고.
아내는 늦게까지 짐을 쌌지만 스탠드에 꽂아서 쓴 돼지코를 챙기는 데 실패했다. 나는 늦게까지 잠을 설쳤다. 코트야드 바이 매리어트 오아후 노스 쇼어는 긴 이름만큼이나 잠들기 어려운 데였다. 조용한 데라는 평이 있었지만 방이 도로 옆에 위치한 탓에(오션뷰가 아니라 로드뷰다) 차들이 달리는 소리를 한 대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우리는 힐튼 와이키키 비치에 가서야 제대로 된 잠을 잘 수 있었다.
비정규 하와이 여행기 6일 차 colorblind는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