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_2

나는 어쩌다 서점 직원이 되었는가_2

by Shysbook

면접장에는 나를 포함한 5명이 도착했고, 나는 면접관에게 강렬한 첫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만한 지원동기를 복기했다. 면접에서 제일 먼저 물어보는 대부분 첫 공식질문 ‘지원 동기’ 즉, 여기 왜 왔냐는 거다.

15분 후, 면접장에 착석 후 나와 면접관과 마주했다. 면접 보러가기 직전까지 읽었던 책 <사적인 서점>과 <작은 서점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를 읽고 느낀 지원동기를 면접관 앞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실 정확히 기억이 안나 이런 뉘앙스로 이야기를 했음을 각색했음을 양해구합니다.)

“ 반갑습니다. 책이 하나의 세계를 담는 일임을 믿고 한 사람에게 전심을 다한 응대를 하고자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이하 생략) ”

막상 입으로 꺼내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 다음에 이어진 면접관의 질문은 공백기에 했던 일, 주말 출근 여부 그리고 급여에 대한 답변이었다. 무난하게 답변을 드리고 10분 만에 면접을 마쳤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준비한 말은 제대로 하고 나왔으니 내가 서점의 적임자라는 착각(?)이 들다가도 ,한 편으론 제대로 된 서비스직 경험이 1도 없는 나를 뽑아줄까라는 걱정이 서려있었다. 옆에 있던 사람은 페스트푸드점에서 일을 했고, 어떤 사람은 레이블에서 활동했다. 그들의 이력만 비춰봤을 때 나는 여러모로 불리한 게 많았다.

담당자님께서는 오늘 저녁에 합격 문자를 준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녁이 되자마자 보낸 문자는 “오늘 결정이 되지 않아 내일 오전 중에 통보하겠습니다.” 였다.
그 문자를 받은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도무지 무언가를 해도 집중하기 어려울 만큼 온 몸에 긴장이 서려있었다. 잠도 제대로 오지가 않아 잠을 설쳤을 정도다.

다음 날 낮 12시가 되어도 답장이 오지 않는 걸로 봐서 불합격했나보다 싶어 체념하던 찰나, 갑자기 담당자로부터 전화한 통이 걸려왔다.

담당자: “상현씨 합격 축하드려요! 8/2일 출근 가능하시죠?”
나: “네, 가능합니다.”

간절히 전한(?) 지원동기 덕인지 마침내 합격했다. 긴장이 스르르 풀리기 시작하면서 안도감을 되찾았지만 만화 속 장면처럼 몸이 하늘을 날아갈 정도로 기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불안했다.

전공을 포기하고 지금의 회사(서점) 택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을까?’
혼자서 취업준비를 하고 남들처럼 스터디도 하지 않고 취업한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서점은 안정된 직장이라 보기 힘든데, 합격의 호사를 내가 감히 누려도 되는 걸까? 굳이 일을 하면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있을까?’

누군가가 4년 동안 배운 전공을 포기하는 게 아깝고, 4년제 나와서 서점 직원 할 거면 굳이 대학을 왜 나오냐는 날 선 시선을 견딜 자신이 전혀 없었다.

또 다시 서점 채팅방에 고민을 남겼다. 나의 하소연으로 채팅방 사람들이 진이 빠질 수도 있음에도 오히려 어떤 이의 친절한 답글로 불안한 감정이 많이 해소되었다.

남들처럼 해야 정답이라고 생각하기에, 아니 그렇게 생각하도록 교육받아왔기에 거기서 조금만 스스로의 방향이 달라지면 덜컥 겁먹고 망설이게 되는 본인의 탓이 아닙니다. 노력은 본인이 책임질 있지만 운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영역입니다. 운이 좋았다면 기꺼이 좋아하고 감사할 염치(?) 정도만 있으면 되고, 운이 나빴다면 본인의 탓을 하지 말고 살짝 넘겨버릴 아는 뻔뻔함도 때로는 필요합니다.”

이 또한 운이구나.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그에 따른 준비와 관심을 높여왔기에 그 기회를 살렸던 거로구나. 인생을 살며 뻔뻔한 태도가 필요하구나.

적성에 맞지 않은 전공을 살려서 직장을 어렵사리 구할지라도 일찍 퇴사할 것이고, 힘겹게 들어간 회사에서 10년 이상 다니다 그만두고 서점일을 하려해도 날 찾을 사람도 없고, 자금을 모아 서점을 차려도 성공할 보장도 없을 터이니 기왕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젊을 때 해보자고 다짐한다. 기회를 잡아서 혼자서 상상하는 것과 실상의 간극을 좁히어 미련과 후회를 남기지 않아야겠지.

취업난을 다르게 해석하면 종신고용 없는 시대가 아닌가. 오히려 난 뻔뻔해지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일찍 하면서 벌고 미래, 앞가림 잘만 하면 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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