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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ysbook Mar 23. 2023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이하여

음지로 파고든 개 도살의 실태를 느끼며.

불법 개식용 거래를 멈춰달라는 팻말(좌)과 개도살장의 현장을 재현한 부스(우)
개를 전기 충격으로 기절 후 죽인 뒤 몸을 물로 불리고 털만 뽑도록 하는 장치

국제 강아지의 날에 신촌에서 동물해방물결(이하 동해물) 에서 <국제 강아지의 날: 진실의 방> 부스에 방문했다.


이 곳에서 개도살 현장의 실태를 보았다. 성남 모란시장에서 개 도살이 금지된 이후에도 도살은 음지로 파고들어 여주로 개도살장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30만 명의 개가 죽임을 당한다. 전기 쇼크로 개들을 죽이고 물로 불린 다음 털을 통돌이에 돌려 털만 빼낸 뒤 사체는 보신탕집으로 팔리는 구조라고 한다.


피켓을 30분 동안 들었을 때 길거리 풍경을 보았다. 행인의 시점에서 본 신촌 사거리와 피켓을 들었을 때의 공기는 사뭇 달랐다. 날씨가 좋아 산책 나가기 좋던 길거리는 관심이 모이는 스폿이 되기 좋았다. 쪽팔림(?)은 한순간일지라도 이곳에서 관심 한 번이 인스타그램 ‘좋아요’ 버튼 못지않게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분명해 보인다는 일련의 믿음이 움트는 느낌을 받았다. 쪽팔림과 맞바꾼 작은 의미다.



사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부스에 들어가 서명을 하는 사람,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 무심하게 지나가는 사람, 부스 앞에서 인증샷만 찍고선 돌아가는 사람이 곁을 지나갔다. 봄햇살은 따사로웠는데 시선은 겨울이었다. 부스 서명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가들의 모습에선 찬바람을 맞은 사람처럼 일그러지기도 때론 굳어버린 표정을 애써 풀어보려는 절실한 움직임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울러 활동가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개 식용을 멈춰달라’ ,‘ 서명해 달라’ 는 외침엔 어떤 절실함이 느껴져 있었다. 관심을 가지는 분들에게 설명을 하고 인터뷰도 진행했다.


어떤 사람은 부스 앞에서 활동가에게 ‘동물은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고 하셨는데 동물도 육식을 한다. 왜 이런 캠페인을 하느냐?’는 질문-을 가장한 답정너식 무례- 을 하는 분도 계셨다. ‘무슨 말을 듣고 싶으냐?’는 활동가의 질문에 그는 ‘이런 활동이 궁금해서 여쭤본 거다.’라고 말을 했다만 과연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동물해방물결 홈페이지에서 좌측 메뉴-> 소개탭에서 상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자들 앞에 들으려는 태도보다 자기 생각이 옳고 타인은 틀렸다는 태도를 견지한 자들에게선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것만 같아 안타까움이 스몄다.


오후 4시 무렵, 영상 20도의 봄 햇살이 부스를 비췄다. 겨울이 지나 초봄인데 현실의 시선은 아직도 한파처럼 차갑기만 했다. 동물 해방의 봄은 언제 찾아올까.

https://donghaemul.com/about


지인의 말씀을 떠올린다. 내 곁을 지나는 모든 존재들이 부처라고. 마찬가지로 좋고 나쁜 것에도 일련의 배움이 있기 때문에 내 곁에 존재하는 것들이겠지. 좋은 건 취하고 나쁜 것엔 반면교사 삼는 지혜가 필요한 것인지도.


이 활동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기력함이 들지라도 그래도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목소리를 외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작은 목소리가 모여 에코를 이루면 혹 알까. 여론이 되고 법이 만들어질 지도. 고로 서두르지 말고 성큼성큼 나아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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