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초. 심야 라디오 DJ가 되다-2-(25/30)

내 목소리가 전국으로 나간다고?!

by Shysbook


6월 12일 일요일 나는 난생 처음으로 서울에 올라가 방송국에 녹음을 하러 갔다.방송국들이 밀집한 상암동에 도착하니 연예인들을 구경하러 나온 고등학교 아이들부터, 방송국PD 및 관계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혹시나 나도 연예인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심이 들었지만 막상 방송국 로비에 들어서니 직원 몇 명만 있었을 뿐, 주말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한산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라디오 녹음실로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쿵쿵거렸다. 들어가서 처음으로 담당 PD님을 만나 빈 녹음실 부스 안에 들어가니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질 않았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새로웠다. 수많은 연예인들과 유명인사들이 거쳐간 이 곳에서 내가 녹음을 한다니.. 믿겨지지가 않았다.

부스에 들어서자 보이는 DJ 모습. 그들이 녹음한 부스에서 내가 녹음하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공들인 사연지를 들고 PD님과 부스에 들어갔을 때 알 수 없는 기류가 흘렀다. PD님은 온화하면서도 인자한 목소리로 긴장한 나를 위해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셨다.


PD님은 콘솔을 잡으시곤 곧바로 녹음에 들어갔다. 나는 최대한 마이크를 얼굴 가까이 들이댄 채 내 사연을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첫 오프닝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오프닝 이후 음악이 흐르고 PD님께서는 ‘와 상현씨 처음이신데 되게 잘 하시네요~’ 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머쓱해졌다. (라디오를 자주 들었으니까 이런 분위기가 다만 익숙했을뿐..)
라디오에서 음악이 흐르면 PD나 DJ 그리고 게스트들끼리는 뭐하는지 궁금해 하실텐데, 서로 사담을들을 주고받는다. 오프닝이 끝나고 음악을 틀었을 때 PD님께서는 나에게 ‘표준어를 잘 구사하시네요! 라고 놀라셨다. 부산에서 왔다고 하자 깜짝 놀라시면서 부산에 어디가 유명한지, 뭐가 있는지 등등 여러 질문을 많이 하셨다.

그리고 새벽 라디오는 대부분 녹음 방송(이하 녹방)이다. 녹방의 장점은 편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라디오를 하는데 멘트라든지 진행하는데 있어 실수가 있으면 손을 들어 편집해 달라고 PD에게 요청하면 녹음을 잠시 멈추고 실수한 부분을 지운 뒤 다시 녹음을 재개한다. 라디오를 듣다보면 뭔가 어색함없이 자연스레 흐르는게 영화처럼 원 테이크로 물 흐르듯 NG없이 진행 한게 전혀 아니다.

라디오 녹음 때 준비한 대본. 녹음 전 메일로 파일을 보내주신다. 사연을 바탕으로 내용을 채우는 건 DJ의 역량이다.



PD님의 손길을 거쳐 편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렇게 PD님은 분주한 손놀림으로 콘솔을 잡으시고 녹음을 하셨고 음악이 흐를 땐 때론 내게 말벗이 되어주시니 오롯이 1시간 동안 내가 준비한 사연과 노래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막상 1시간을 녹음하다보니까 무척 짧은 시간이었음을 느꼈다. 들었을 땐 길게 느껴졌지만 전혀아니다. 음악 4곡에 사연 몇 번 곁들이면 1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심하면 방송시간이 초과가 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 때문에 노래가 아무리 좋아도 길면 안되고(3~4분 이내의 선곡 5곡 정도가 가장 좋다.) 내가 전달할 부분을 간결하게 해야만 1시간을 무탈히 채울 수 있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라디오 DJ를 하면서 사람들의 사연을 직접 읽어주는 일은 프로그램 특성상 할 수 없었지만, 내 사연이 전국으로 울려퍼진 날 미니 어플로 듣던 날, 실시간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여전히 잠들지 않은 사람들이 내 사연을 읽고 공감해주는 분, 질문해주시는 분, 선곡에 만족하시는 분들이 계시니 내 가슴이 또 뭉클해지면서 알게도 모르게 위로를 받기 시작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프로그램이 사라졌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중학교 시절 <뮤직스트리트>를 들으며 DJ라는 꿈을 키운 철부지가 나이가 들어 군대에 있을 적, 무한도전에서 정형돈 님이 <배철수의 음악캠프> 를 녹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 때 꿈이었다.’ 라고 입맛만 다시던 내가,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하던가. 우연한 계기로 이뤄지니 인생에서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내 안에 깊이 담겨있는 속내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그것도 전국으로) 일이 꽤나 두렵기도했지만 분명한 건, 그 이야기를 듣고 비난보다 공감하고 위로하는 분들이 더 많다는 것을 실감했던 4년 전 추억이 문득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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